일본 냉동식품 시장 판도 바꾸는 '고가격·프리미엄’
일본 냉동식품 시장 판도 바꾸는 '고가격·프리미엄’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0.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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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편리·경제성에 급속 냉동 기술로 신선도 장기 유지에 맛까지 살려
여름철 ‘냉동 중화 냉면’ 등장 매출 10억 엔 넘는 히트
큐브형 ‘톱 밸류 생선 요리’ 계획보다 1.5배 많은 판매
백화점 이어 편의점도 전문 매장 개설 크랩 등 취급
코로나 비대면 추세서 식품 업체 무인 자판기 진출

일본 냉동식품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맛까지 그대로 재현해 낸 프리미엄 냉동식품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짧은 조리 시간과 장기 보존성 등 편의성에 치중해 있던 냉동식품이 획기적인 급속 냉동 기술의 등장으로 음식의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프리미엄 냉동식품이 속속들이 등장해 일본 냉동식품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냉동식품 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냉동식품협회 조사에서도 2021년 가정용 냉동식품 국내 생산은 물량 기준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한 79만 8,667톤을 기록했다. 이는 7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또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3,919억 1,800만 엔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증가했다.

수입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가정용 냉동식품 수입은 6년 연속 증가해 물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5만6406톤 규모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2.2% 증가한 416억9600만 엔을 기록하며 7년 연속 증가하는 등 국내 생산 이상의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냉동식품 수요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지만,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냉동식품 시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는 핵가족화, 맞벌이의 정착 및 확대, 1인 인구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경제성과 편리성이 뛰어난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최근 코로나19로 가정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해 냉동식품 시장 확대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냉동식품이 강점을 보이는 것은 안전과 건강, 경제성, 편리성 등 여러 요소에서 현재 소비즈 니즈와 많은 부분이 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KOTRA 도쿄 무역관

최근 일본 냉동식품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올해 봄 니치레이 푸즈가 신규 출시한 '냉동 중화 냉면'이다. 해당 제품은 판매액 기준으로 10억 엔 이상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중화 냉면은 일본인이 즐겨 먹는 대중적인 여름철 계절음식으로, 한국의 비빔면과 냉면의 중간 정도 되는 면 요리다. 별도 조리과정 없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바로 차가운 면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편리성과 기존에 냉동식품 라인업에 존재하지 않았던 중화냉면 메뉴가 등장했다는 점이 세간의 화제가 되며 큰 인기몰이 중이다.

기존의 냉동식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고급 냉동식품도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 중이다. 날로 고급화되는 일본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품질 높은 냉동식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온이 2021년 출시한 냉동식품 PB인 '톱 밸류 – 스슥 간단히 만드는 생선요리' 시리즈는 발매 이후 당초 계획 대비 1.5배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제품은 재료 손질이 어렵고, 고령자나 아동에게 생선 가시가 위험한 점 등 생선요리의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콘셉트하에 개발됐다. 미리 뼈를 제거한 냉동 생선살을 가로×세로 3cm, 높이 1.5cm의 한입에 들어가는 큐브 형태로 가공해 먹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재료 손질이나 해동 작업 없이도 즉시 조리 가능하고 가시를 바를 필요 없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유명 식품 프랜차이즈들이 직접 제품을 감수한 고가격대 프리미엄 냉동식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백화점 체인 '마쓰야 긴자'는 올해 8월에 냉동식품 전용 매장 ‘GINZA FROZEN GOURMET’을 개설했다. 제품 가격대는 2000엔대 전후로 냉동식품으로는 고가격대의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명한 중화 프랜차이즈 식당의 칠리 새우 요리 등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품을 비롯해 싱가포르 명물인 칠리 크랩( 등 고급 식당에서 먹는 것과 유사한 가격대의 최고급 제품도 판매 중이다. 이온도 올해 8월에 냉동식품 전문 매장인 ‘@FROZEN’을 개설해 유명 음식점 쉐프가 직접 감수한 소고기 볼살 와인 찜을 비롯해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 브랜드 'Pcard'의 마카롱 4종 등 고가격대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자료 : 각 사, 이온 인터넷 슈퍼 등
자료 : 각 사, 이온 인터넷 슈퍼 등

한편, 냉동식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냉동식품 자판기와 무인매장도 등장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길어 폐기 손실이 적은 냉동식품의 특성과 24시간 365일 무인으로 제품 판매가 가능한 자판기의 특성을 합친 냉동식품 자판기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또 비대면 비접촉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함과 동시에 인건비 삭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일본의 식품 회사들과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냉동식품 자판기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냉동식품 자판기 및 무인매장. (자료: Impress Watch, 히로사키 경제 신문)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냉동식품 자판기 및 무인매장. (자료: Impress Watch, 히로사키 경제 신문)

● ‘급속 냉동 기술’ 고급 냉동식품 붐의 숨은 주역

액체 냉동 20배 빨라 세포 내 수분 원형 동결
해동 시 ‘맛의 재현성’ 높아 2000여 업체 도입

고급 식당에서 먹는 요리의 맛을 냉동식품으로도 재현해낸 핵심 비결은 다름 아닌 '액체 냉동기술'이다. 액체 냉동기술은 영하 30도의 액체 알코올에 식품 패키지를 담그는 독자적인 방식을 채택한다. 냉기를 통해 식품을 얼리는 일반적인 냉동방식에 비해 20배나 빠른 속도로 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동 시 '맛의 재현성'이 훨씬 높다.

급속 냉동기 '동면(凍眠)'을 개발한 냉동기기 메이커 '테크니칸'의 창업자에 따르면 "90도 사우나에서는 화상을 입지 않지만 90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화상을 입는다. 같은 온도라 해도 액체가 기체보다 열 전도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급속 냉동이 가능해지면 생선이나 고기의 세포 내의 수분을 거의 원형 그대로 동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포가 파괴되지 않는다. 선도, 맛, 외견 등 모든 측면에서 냉동식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질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니칸이 개발한 급속 냉동기 '동면'은 액체에 담그기만 해도 급속 냉동이 가능하며 해동 후에도 방금 만든 요리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식품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테크니칸 제품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2000개 사에 이른다. 테크니칸 관계자에 따르면 생선이나 고기는 물론 회, 튀김, 유명 음식점의 요리, 신선한 과일, 그리고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일본 전통주 ‘닷사이’까지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가 테크니칸의 냉동기를 활용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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