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처리반은 식품업계?
남아도는 쌀 처리반은 식품업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10.25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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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서 의원들 수입쌀 사용 질타
국산 사용 주문에 CJ 등 수용 불구 문제점 상존
식품 업체 국산 쌀 구입량 매년 증가 추세
가격 높고 찰기 등 가공 적성 안 맞아 애로
수입산 사용은 정부 비축미 감소도 한 요인
가격 인상 걸려 강요보다 민·관 협의 필요

이달 초 진행된 농식품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농심미분 등 회사 관계자들을 향해 의원들은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질타하고 국내산 쌀을 적극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의원들의 날선 질타에 햇반컵반 제품 일부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응답했고, 수출용 제품에 한해 역시 소량의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는 오뚜기도 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입쌀 의존도가 높은 농심미분도 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약속했다.

결국 국내산 쌀의 공급 과잉 문제를 식품업계가 해결해 쌀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쌀 생산량은 약 380만톤에 달한다. 이를 국민들이 소비하고 남은 물량은 약 30만톤이다. 농식품부에서는 남은 물량과 구곡을 합쳐 올해 45만톤을 격리했다. 의원들의 주장은 격리되는 쌀을 식품업계가 사용할 경우 쌀값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이 사들이는 쌀 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4.5% 이상 늘어난 68만톤을 소비하기도.

식품기업들이 연간 소비하는 쌀 양은 매년 증가해 작년에만 68만톤을 사용했음에도 의원들은 쌀 공급과잉 문제를 업계가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국산쌀을 사용해 개발한 쌀가공식품들이 전시돼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식품기업들이 연간 소비하는 쌀 양은 매년 증가해 작년에만 68만톤을 사용했음에도 의원들은 쌀 공급과잉 문제를 업계가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국산쌀을 사용해 개발한 쌀가공식품들이 전시돼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CJ제일제당는 작년 국산 6만톤, 수입쌀 2000톤을 사용했다. 오뚜기도 수입쌀은 수출용 제품에만 사용돼 전체 물량 중 1.2%에 불과하다.

롯데제과는 김밥과 도시락, 냉동간편식, 즉석섭취식품 등에 들어가는 국산 쌀 사용량을 늘리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 롯데제과는 국산 쌀 소비량이 2년 연속 1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 사용량은 683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 제품에 소량의 수입쌀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국감 증인으로 불러 질타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일부 제품에 수입쌀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정부 비축미가 갈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일부 업체에서 제품을 단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하소연했다.

농식품부는 국산쌀 수급 조절 등을 위해 햅쌀 등을 수매해 쌀을 비축했다가 2~3년 지난 쌀을 정부미로 공급한다. 하지만 정부미 공급량은 지난 2020년 11만톤에서 작년 7만톤까지 감소했고, 올해는 5만톤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정부미 비축량이 부족하다고 밥쌀용 국내산 쌀(수입쌀 가격 대비 3~4배)을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 가공식품에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 국산쌀만 사용하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상당히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가격 문제 만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쌀 원료별로 특성이 달라 특성에 맞는 쌀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산의 경우 찰기가 덜하고 양념이 잘 묻어나와 볶음밥류나 덮밥류에 효과적이고, 쌀국수도 점성이 국내산 쌀보다 덜한 수입쌀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쌀 공급 과잉 문제로 쌀값이 폭락해 시름을 겪고 있는 농가와의 상생 차원에서 국내산 쌀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뜻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무작정 사용하기를 강요한다면 원가 문제 등으로 향후 제품 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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