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쌀 이용 확대] 과잉 쌀, 국가 차원 소비 정책 전환 ‘쌀가공산업’ 육성해야
[국산 쌀 이용 확대] 과잉 쌀, 국가 차원 소비 정책 전환 ‘쌀가공산업’ 육성해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11.07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소득층에 쌀 무상 지원 병행 통일 대비 120만 톤 비축을
원료 쌀·쌀가루, 쌀 소비 증대 기여…지속 공급 체계 갖춰야
즉석밥 등 편의식 소비 증가…식량 넘어 식품으로 나가야
퓨전 누룽지스낵 등 유망…가격 등 안정적 사업 환경 조성을
정부 가공용 쌀 품종 개발·식품 인증 통해 수출 확대 지원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56.9kg까지 감소했다. 매년 쌀은 일정량 생산되는 반면 소비량이 줄다보니 매년 재고미만 쌓이고 있다. 이는 곧 쌀값 하락 현상으로 이어져 농가소득 불안정은 물론 더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4일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주최로 열린 ‘국산 쌀 가공 및 이용 확대를 위한 전문가 토론’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쌀밥 위주의 한정된 소비처에서 벗어난 식품·외식산업에서의 활용 방안과 다양한 쌀가루 품종 개발 및 안정적 공급 체계, 가격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소비정책으로 인식전환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철호 명예이사장
△이철호 명예이사장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은 쌀 소비 확대 방안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의 위기관리를 위한 쌀 무상지원 제도 △통일을 대비한 쌀 120만톤 비축제도 법제화를 제시했다.

이 명예이사장은 전체 인구 약 6%에 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1인당 월 10kg의 쌀 또는 쌀가공식품을 무상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제도에 소요되는 쌀의 양은 37만톤으로, 현행 저소득층에 대한 쌀 반값 할인판매제도에 소요되는 약 6만8000톤을 제하면 쌀 30만2000톤의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 이를 위한 정부예산은 우리나라 보건복지예산 약 1%에도 못미치는 7979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또한 불시에 통일이 될 경우를 대비해 통일미 120만톤을 항시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60만톤의 쌀을 2년간 비축하고, 2년 후 당해 연도 쌀값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쌀가공산업에 공급된다면 쌀가공산업의 안정적 원료 확보는 물론 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명예이사장은 식품의 3분의 1을 먹지 않고 버리는 현 소비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식량위기의 고통은 극심해질 것이라며 정부 각 부처가 합동 TF를 구성해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각종 법령을 정비하고, 음식물쓰레기 사후처리에 집중돼 있는 현행 사업방식을 벗어나 선제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공 팀장
△김준공 팀장

김준공 농심미분 팀장은 쌀가루산업 활성화가 쌀 소비 촉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밀가루처럼 어떠한 식품에도 적용이 가능한 물성에 위생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쌀가루제품이 있다면 밀가루를 일부 대체하고 혼합해 수입의존도를 줄여 국내 쌀 소비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쌀가루산업은 원료쌀에 대한 정부의 공급 지원확대 등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으나 정부양곡 공급체계가 주로 쌀 재고량에 따라 단기적인 특별공급이 이뤄져 기업의 원료조달, 투자, 수출 등 장기계획수립에 애로사항이 발생하는 만큼 안정적인 재고 확보를 통해 지속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며 “특히 원료쌀에 관리와 공급체계가 식품의 주원료로서 품질기준으로 관리돼야 하므로 품위규격을 상향조정하고, 품질책임을 강화해 원료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점호 연구관
△이점호 연구관

이점호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현재 어려움에 봉착한 국내 쌀산업을 해결하기 위해 주목하는 것이 가공용쌀임을 인지하고 쌀산업의 경쟁력 일환으로 가공용쌀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가공용 쌀은 산업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가공용도별 맞춤형으로 쌀가루 적성, 전분 다양성, 기능성, 양조적성 등 다양한 용도로 벼 품종을 개발,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분질미’다. 지난 2020년 개발한 분질미 ‘바로미2’는 기존 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제분 비용을 기존 쌀 대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 연구관은 “앞으로는 쌀 산업을 주식 위주의 산업에서 가공 및 소비를 연계한 산업과 가치사슬의 통합적 관점으로 접근이 필요하며 전통적인 밥쌀의 용도를 넘어 가공밥용, 가루용, 국수용 등 산업소재에 적합한 가공적성 및 기능성 쌀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박종대 박사
△박종대 박사

박종대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서양식 식생활 패턴이 확산되고 편리한 간편식을 찾은 젊은 세대가 늘면서 쌀도 밥쌀 보다는 즉석밥, 쌀국수, 떡국 등 편이식 유형의 쌀가공식품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당면과제라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쌀을 이용한 가공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쌀은 밀과 달리 반죽을 형성할 수 있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제품과 물성의 차이를 보인다. 쌀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글루텐을 대신할 수 있는 전분이나 아밀로오스 함량 등의 특성을 이용한 가공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최근에는 단순한 첨가제 혼합에 의한 물성 보완뿐 아니라 단백질의 변성과 미생물 분해에 의한 점성과 탄성을 향상해 글루텐 매트릭스를 대체하는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쌀은 단순 식량의 가치를 넘어 식품원료로서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 향후 쌀가공식품 개발 방향은 편이식 쌀가공 HMR 시장 확대에 부응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은 물론 시공간 제한이 없는 복원조리 간편화 기술 및 소비자 연령별로 세분화한 케어푸드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진양호 이사장
△진양호 이사장

진양호 한국외식산업미래연구원 이사장은 외식산업 전업종에서 평균 64.4%를 취급하는 쌀 사용을 보다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진 이사장은 “한식당에서 제공하는 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밥맛이 현저히 저하된다. 즉석돌솥밥이나 전기밭솥을 5~10분 간격으로 여러 개 사용해 시간차를 두고 최대한 즉석밥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고 치킨, 제과제빵, 디저트 카페 등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쌀가루를 이용한 메뉴 개발에 나선다면 글루텐프리 트렌드에 맞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쌀 디저트, 쌀 음료, 등 외식 업종별 메뉴 영역 확대는 물론 저당 메뉴, 기능성 쌀을 이용한 건강 메뉴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에서도 푸드테크산업과 연계해 쌀을 이용한 기기개발과 메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군호 대표
△이군호 대표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대표는 향후 쌀가공식품 소비 가능성이 높은 품목과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비스킷류, 누룽지 스낵, 두부 곤약 스낵, 초코샌드, 쌀식빵 등 스낵 시장이 다양화되면서 타식품과 접목을 확대하는 품목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며, 기존 냉동볶음밥 형태 제품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밥 스틱 형태의 3세대 성형밥 제품과 다이어트식 제품, 파스타식 면류 제품의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쌀가공식품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가공용 쌀 특별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가격 정책이 불안정해 정책 자체가 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은 물론 타원료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공급가격이 필수다. 즉 업계가 시설투자, 제품개발 등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쌀 소비 촉진사업에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의 다양화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안정적으로 원료가 공급돼 업계에서도 시대를 리딩하는 제품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강대일 사장
△강대일 사장

강대일 식품저널 사장은 쌀가공산업에 적합한 품종 개발 및 시장 확대 등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강 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 품종은 밥용 쌀 196품종, 가공용 등 특수미 104품에 달한다. 이들 품종의 특성을 잘 반영하면 다양한 쌀가공식품을 개발할 수 있지만 현재 품종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립종보다는 업계에서 요구하는 중립종과 장립종의 품종개발이 더욱 활발해야 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 환경과 조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쌀 품질규격도 균일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정부 비축미는 품종별 관리가 안 되고 혼합되다보니 품질이 일정치 않아 고급 쌀가공식품 개발이 어렵다. 현재 쌀가루 KS규격도 떡용·면용·제빵용·제과용 4개 용도로만 구분되고 있어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규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수완 센터장
△채수완 센터장

채수완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장은 쌀 중심의 식사와 밀 중심 식사가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밀에 함유된 글루텐의 섭취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 및 기타질환과 관련성이 크다. 이러한 질환은 글루텐 매개의 알레르기 반응에 주로 관여하는 셀리악병과 면역글로불린 E가 매개하는 밀의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채 센터장은 “식품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에 의한 경우가 많다. 실제 셀리악병 환자는 위장관 정상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글루텐 함유 식품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 받는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쌀 중심 식사를 따르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 목소리는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한영 식량정책관
△전한영 식량정책관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기존 쌀가공식품의 소비 확대 한계를 극복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를 쌀로 대체하기 위해 가루쌀을 중심으로 쌀가공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 약 200만톤 중 10%를 가루쌀로 대체한다는 목표로 지난 6월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신규 예산으로 107억 원을 확보, 가루쌀 재배면적을 현재 100ha에서 2026년까지 4만2000ha로 확대하고, 가루쌀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해 실수요업체에 특별가격으로 공급하는 한편 제품개발, 소비자 평가 등 가루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분질미 산업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쌀가루 프리미엄 시장을 개발하는 등 쌀가루 제품 소비기반을 확대하고, 국내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글루텐프리 등 쌀가공식품에 특화된 식품인증 홍보·활성화를 통해 고급화 시장 조성 및 수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 정책관은 “가공용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함으로써 가루쌀 산업화 및 쌀가공산업 활성화 토대가 마련될 것이며, 시장 규모도 대폭 확대돼 수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