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식물 기반 식품 ‘유럽의 래거드’
벨기에 식물 기반 식품 ‘유럽의 래거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5.0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류 소비 1인당 82㎏으로 세계 평균 2배에 유통가도 홍보 등한시
관련 시장 2400억…식물성 우유 880억-육류 790억 원
3명 중 1명 환경 영향 고려 대체품으로 전환 의사
달걀 29%-생선 27%-유제품 18%…식품은 20% 미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벨기에서는 식물성 식품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고 있지만 인식 전환이 계속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코트라 브뤼셀무역관에 따르면, 2022년 유럽 내 식물 기반 식품 판매는 57억 유로로 2020년에 비해 22% 성장했다. 또 2022년의 경우 식물 기반 식품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럽연합 내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원유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40.2% 상승한 반면 식물성 우유 가격은 1% 상승에 그쳤고, 기존 치즈 가격이 12% 상승했지만 식물성 치즈 가격은 3% 하락했다.

자료: GFI Europe
자료: GFI Europe

이처럼 유럽 전체에서 식물 기반 식품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벨기에서는 다소 미흡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벨기에의 2022년 식물 기반 식품 시장 판매 규모는 2020년 대비 1% 성장한 약 1억6400만 유로를 기록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분야는 식물 기반 우유로 5990만 유로 규모였으며, 2020년 대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품목은 식물 기반 육류로 5430만 유로를 기록했다. 식물 기반 해산물의 경우 절대적인 판매액은 67만 유로로 가장 적지만 2020년 대비 37%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벨기에에서 식물 기반 식품 시장의 성장이 다소 미흡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육류 사랑이다. 2020년 기준 벨기에인의 연간 육류 소비량은 82㎏으로 전 세계 평균의 2배가 넘었다.

홍보 부족도 원인이다.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벨기에의 대형마트 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일례로 육류와 생선, 치즈와 달걀, 식물 기반 식품 등 단백질이 풍부한 3개 군에 대한 매장 내 프로모션 빈도의 경우 70% 이상이 육류와 생선을 대상으로 했고 식물 기반 식품에 대한 판촉은 7%에 불과했다. 또한 모든 대형마트가 동물성 단백질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소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식물성 단백질의 판매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뚜렷한 목표와 정책은 부재했다.

식물 기반 식품이 기대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벨기에 비영리 소비자 조직인 Test Aankoop에서 최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식물 기반 식품의 일종인 베기 버거의 경우 대부분이 기대만큼 건강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육류의 식감과 맛을 모방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설탕, 소금, 지방, 첨가물, 색소, 향료 등이 너무 많이 첨가되고, 비타민 B12, 철분, 단백질이 부족하며 지방은 과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대용품이 되려면 충분한 단백질과 비타민 B12, 철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가공을 거친 초가공 식품이 많았는데 초가공 식품의 섭취는 암,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및 비만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차츰 육류 소비 습관을 줄이겠다는 의견이 늘고 있어 시장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소비자단체연구및전문협회에서 2021년 17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0% 이상이 육류 소비가 환경과 동물 복지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14~27%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서 육류섭취를 줄이기를 원한다는 비율이 높았는데 그 이유로는 환경적 영향 때문이라는 응답이 33~40%를 차지했다.

또 조사대상자 중 41%는 육류 대체품을 찾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대체품으로는 달걀 29%, 생선 27%, 유제품 18% 순이었고 식물 기반 식품은 20% 미만이었는데 주로 여성, 35세 이하, 브뤼셀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23%는 향후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싶다고 답변했으며 식물성 육류에 거부감을 보인 사람들은 맛, 가격, 요리 준비의 번거로움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