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업계, 소비자 니즈 다변화에 새로운 마케팅 방향 제시
일본 식품업계, 소비자 니즈 다변화에 새로운 마케팅 방향 제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6.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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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특성·스토리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음식 사이트 ‘사라’ 빅 데이터 분석 플랫폼 ‘푸드 데이터 뱅크’ 가입 급증
맛집 등 음식점 중심 앱과 차별화…이용자 200만 명
기업이 원하는 신상품·키워드 입력하면 데이터 제공
인플루언서 영향력보다 가족·지인 추천 식품 선호
소비자 공감 얻게 친지와 함께하는 체험 행사 제안

최근 일본 소비시장에서는 개인의 가치와 경험 중심의 소비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소비자개개인의 특성과 스토리를 반영한 ‘맞춤화’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인플루언서보다 가족이나 친구 등 깊은 유대관계를 가진 이들이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일본 식품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키 위한 새로운 접근과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 고객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일본 소비자 니즈가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웰빙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으며,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식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맞춤화’을 실현한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식품 관련 커뮤니티다.

● 개인의 다양한 니즈 파악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

대표적인 예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리뷰 커뮤니티 사이트 ‘사라(SARAH)’다. 사라는 음식에 대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맛집’이 아닌 ‘요리 단품’에 대한 리뷰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흔히 음식 리뷰 사이트라 하면 음식점별로 리뷰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음식점의 평가가 높다 하더라도 메뉴에서 선택한 음식이 정말로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을지는 알 수 없다. 사라의 대표는 이와 같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요리 한 접시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의 이용자 수는 월평균 200만 명에 달하고 누적 리뷰 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다. '한 접시'에 특화했다는 점이 기존의 '음식점' 중심의 어플과 명확한 차별점을 갖는다.

△일본의 음식 리뷰 커뮤니티 사이트 ‘사라(SARAH)’는 일반적인 맛집 중심의 리뷰에서 벗어나 요리 단품에 대한 리뷰를 제공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사라 홈페이지)
△일본의 음식 리뷰 커뮤니티 사이트 ‘사라(SARAH)’는 일반적인 맛집 중심의 리뷰에서 벗어나 요리 단품에 대한 리뷰를 제공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사라 홈페이지)

특히 사라는 ‘개인 맞춤화’ 실현을 위해 빅데이터를 기술을 도입했다. 2019년부터 도입한 음식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푸드 데이터 뱅크(Food Data Bank)'가 바로 그것으로, 이 플랫폼이 사라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

푸드 데이터 뱅크는 사라에 게재된 약 100만 건에 달하는 리뷰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사용자의 속성과 리뷰 내용을 조합해 데이터를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주된 고객은 식품 제조업체나 대형 음식점 체인 등이다. 고객 기업이 조사하고 싶은 요리나 사용자의 성별·연령대, 키워드를 입력하면, 푸드 데이터 뱅크가 리뷰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데이터를 다시 고객 기업에게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식품 제조업체가 상품 개발 시 참고하는 POS 데이터는 수치를 통한 정량적인 분석은 가능한 반면 소비자가 ‘왜 먹고 싶은지’ 또는 ‘먹은 후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 제품에 대한 기대치, 만족도, 신뢰성 등 정성적, 정서적인 정보까지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푸드 데이터 뱅크는 사용자의 생생한 리뷰 빅데이터를 분석함에 따라 정성적인 '푸드 트렌드'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신상품 기획, 개발,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키워드로 '볶음밥'을 입력하면 어떤 성별·연령대의 소비자에게 주목도가 높은지, 가격대, 계절적인 면에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소비자들이 키워드와 함께 검색한 단어들을 뽑아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조합을 발견하기도 한다. '볶음밥' 키워드를 '식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는 '꼬들꼬들한 볶음밥'보다 '촉촉한 볶음밥'에 리뷰가 더 많다는 것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푸드 데이터 뱅크의 이용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은 전년 대비 180% 증가하였다.

이 회사 대표는 “현재 소비자들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 '호기심을 채우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등 다양한 욕구가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곳(상품 개발 등)부터 먹는 곳(음식점 등)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플루언서가 아닌 친구나 가족을 더 신뢰

개인 맞춤형 외에도 또 다른 소비 특징은 전문가 혹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자신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가진 '친구나 가족, 지인'이 추천하는 상품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방법이 널리 확대됐고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기법으로 정착돼 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실제로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일본 팬 종합연구소는 현지 소비자가 신뢰하는 추천 상대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 전역의 20~69세 남녀 2만54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추천을 신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상대는 ‘친구‧가까운 사람’ ‘가족’이라고 답한 이가 각각 65.4%, 60.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지인‧동료'가 27.1%였다. 반면 ‘이용 경험자(리뷰, 평가 사이트 등)’가 18.4%, ‘인플루언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놀랍게도 7.9%에 불과했다.

전문가나 인플루언서 등의 추천이 아닌 친구나 가족 혹은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추천을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 : 팬 종합연구소
자료 : 팬 종합연구소

이 결과를 토대로 팬 종합연구소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상품, 서비스를 접할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기업에 제안했다. 이유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체험·이벤트가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도 받고 기업의 공식적인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정보 수집 경로 설계 시 친구나 가족에게 추천을 받은 후 기업의 홈페이지, 매장, SNS 등에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한층 견고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를 단순한 마케팅·판매 전략 도구가 아닌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브랜드와 소비자 간에 긴밀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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