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강력한 ‘식량안보법’ 제정 움직임
[기고] 일본 강력한 ‘식량안보법’ 제정 움직임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3.05.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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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자급률 높아도 식량 위기에 국가적 대응
내년 초 국회 상정…비축·분배·재배 명령 등 규정
본 재단이 만든 ‘특별법 초안’ 국회 등 진지한 검토를
이철호 명예교수(고려대·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이철호 명예교수
△이철호 명예교수

일본의 경제매체 니케이아시아는 지난 4월 29일 일본정부가 식량안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케이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지정학적 위험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에 국가적인 대응을 하기위한 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를 겪은데 이어 대만의 위기상황을 보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식량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대만해협은 일본으로 가는 곡물수송선의 요충 해로이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이 해로는 막히게 된다. 또한 중국과 대만은 참치, 닭고기, 냉동채소 등 막대한 양의 식량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나라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 제정되는 법은 식량위기 발생 시 곡물생산을 늘이고 민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식량의 판매를 명령하는 권한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정책입안자들이 식량안보 정책결정에 범정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본부가 화훼와 같은 비식품 재배농민들에게 감자나 곡물 등 식용작물을 재배할 것을 명령하거나 물류회사들이 공급선을 변경하여 취약지역으로 식량을 분배하거나 식량을 비축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은 농민이나 물류업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이런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재정구제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량 부족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가격상승이나 매점매석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된다. 이 법은 내년 초에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현재 식량에너지 자급률이 38%로 G-7 국가 중에서 최하위 식량자급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입 식량의 절반을 미국, 유럽연합, 중국, 호주 4개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밀, 콩, 사료곡물 등 주곡 수입을 소수의 공급자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2년에 국가 위기 시 식량안보대응지침을 수립하였으나 법적 구속력이 아직 없다. 독일은 2017년 식량위기 발생 시 식량 가격과 분배를 통제하는 법을 제정하였으며, 영국은 2020년 농업법에 식량위기에 재정지원과 중재권을 발동할 수 있는 ‘비상시장조치’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본은 곡물자급률이 29%로 우리나라의 20%보다 9%나 높고, 전체 식량자급률(열량자급률)이 우리나라의 32%보다 6% 높으며, 식량자주율은 사실상 100%를 넘어 일본의 곡물에이전트들이 우리나라에 곡물을 팔고 있는 수준인데도 세계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강력한 식량안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식량안보특별법 초안’을 작성하여 관계부처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발송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보다 우리나라로 오는 해상 운송로가 봉쇄될 가능성이 더 크고,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나 준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범법자들의 거짓말 경연장으로 전락하고 꼼수와 몰염치가 일상이 되어 국정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 온 정신이 팔려있어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

신냉전 구도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굳어지면서 한국, 일본, 북한이 태풍의 중심에 들어서게 되는데 국내 정세를 보면 한심한 정도를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선택과 관계없이 이 지역에서 분쟁이 격화되면 외국의 식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은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대규모 식량비축과 자급능력을 하루속히 갖추어야 한다. 우리보다 형편이 훨씬 나은 일본이 식량안보법을 서둘러 제정하는데 우리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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