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파장’ 식품·음료·주류 등 대응 분주
‘아스파탐 파장’ 식품·음료·주류 등 대응 분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7.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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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유발 가능성 ‘2B군’ 분류 땐 인기 끈 ‘제로 음료’ 향방에 관심
관련 제품 조사 병행 다른 원료로 전환 작업
제과, 선제적 대응…발표 전 다른 물질로 대체
막걸리 업체 상황 주시…아스파탐 교체 검토
수크랄로스 등 거론…미세한 맛 변화 걸림돌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물질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식품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자사의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조사하는 한편 대체 원료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달 14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업계와 소비시장에 혼란을 불러왔다.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물질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식품 업체들은 자사의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조사하는 한편 대체 원료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각 사)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물질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식품 업체들은 자사의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조사하는 한편 대체 원료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각 사)

이 발표에 그동안 아스파탐을 사용해 온 음료, 주류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식품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감미료협회(ISA)의 프랜시스 헌트-우드 사무총장은 “IARC는 식품 안전기구가 아니며 IARC의 아스파탐 평가는 과학적으로 포괄적이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음료협회국제협의회(ICBA)의 케이트 로트맨(Kate Loatman) 전무이사도 “공중보건당국은 유출된 IARC의 의견이 수십 년에 걸친 높은 수준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 모순을 보이고 있으며, 저품질의 연구에 근거해 소비자가 안전한 무설탕 및 저설탕 옵션을 선택하는 대신 설탕을 불필요하게 더 많이 섭취하도록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반발에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경우 아스파탐 함유 음료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선 최근 이어져 온 ‘제로’ 트렌드에 인기를 얻었던 제로음료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펩시제로를 생산,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제로 라임·망고·블랙 3종에 페닐알라닌이 함유된 아스파탐을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 등의 감미료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다른 제로 음료 브랜드인 칠성사이다 제로와 밀키스 제로, 탐스 제로 등에는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

발표 결과에 따라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펩시 본사에서 원액을 받아 병에 넣어 판매하고 있어 식약처의 결정이 나온 뒤 본사와 의논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스타팜은 세계 식음료업계가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료”라며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막걸리 제조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장수 생막걸리나 국순당 생막걸리, 지평막걸리 등 대표 제품에도 아스파탐을 사용한다. 막걸리는 유통기한을 늘리고 쌀을 적게 넣고도 단맛을 낼 수 있어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장수는 “WHO 승인에 따라 원료를 사용했고 후속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사안은 각 제조사별로 독자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이 공동의 대응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장수는 식약처 등 전문기관에서 하위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아스파탐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제과 제품 일부에서도 아스파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오리온의 포카칩, 고래밥 등 10여 개, 크라운제과의 콘칩 초당옥수수맛에 평균 0.01%의 아스파탐 극소량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원료를 바꾸기로 했다.

오리온는 IARC의 발표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원료를 대체하기로 했으며, 크라운제과 역시 식약처에서 허가된 범위 내에서 사용했지만 다른 원료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어떤 물질로 대체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로는 수크랄로스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에리스리톨과 수크랄로스 등 다른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는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아스파탐보다 3배가량 강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들이지만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적 증명에 앞서 인공 감미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제로 제품 시장 전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IARC가 분류를 확정하면 그에 따라 식약처 등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에 따라서 아스파탐을 전면 교체하거나 사용량을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아스파탐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미세한 맛의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원료 변경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이번 아스파탐의 2B군 분류는 설탕보다 강한 감미료의 단맛을 탐닉하지 말 것과 당뇨와 비만 등 질병 예방을 위해 지나치게 감미료가 든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소비자 행동에 제동을 건 경고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사태를 회피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빼고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로 대체한다면 당장은 소비자의 환심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건강 문제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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