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 예고-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5)
WHO의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 예고-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7.10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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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2군 포함 유력…제로칼로리 시장에 찬물
질병 예방 위한 감미료·단맛 의존성에 경고 정도

요즘 식품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제로슈거’ 열풍의 주인공인 설탕 대체 감미료(甘味料)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WHO는 지난 5월 15일 “인공감미료는 체중감량에 효과가 없다.”라는 감미료 섭취 자제 권고안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6월 29일에는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감미료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물질’(2B군)로 7월 14일 공식 지정할 거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와 제로칼로리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아스파탐은 aspartic acid(아스파라긴산)와 페닐알라닌이 결합한 dipeptide 물질로 아미노산 두 분자가 주원료이기 때문에 독성이 거의 없고 체내에서는 단백질과 같이 분해, 소화․흡수된다. 1965년 화학자 제임스 슐레터가 위궤양 치료약 개발을 위해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던 중 손에 침을 발라가며 종이를 넘기다가 손가락에서 아주 강한 단맛이 난다는 걸 알고 아스파탐을 발견했다.

이는 설탕보다 감미(단맛)가 200배 강하기 때문에 사용량이 적어 칼로리가 거의 없고 사카린처럼 쓴 뒷맛도 없어 제로 콜라 등 탄산음료나 과자, 요거트, 무설탕 껌, 치킨 무 등에 들어가고, 막걸리의 단맛을 낼 때 많이 사용한다. 아스파탐은 1974년 미국 식약청(FDA)이 인공 감미료로 승인한 이후 유해 여부를 두고 수많은 논란 끝에 1979년에야 판매가 시작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WHO 산하기관으로 전 세계 암의 원인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는데, 현재 약 천 종의 발암물질을 1∼3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입증된 것이고, 2군은 의심은 되지만 인체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 2군은 동물실험 결과의 충분성 여부로 2A와 2B군으로 나뉜다. 아스파탐은 2B군에 들어갈 것 같은데, 이는 제한적 인간 대상 연구자료와 불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2B군에는 현재 캐러멜색소, 휴대폰의 전자기장 등이 포함돼 있는데, 다음 달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먹는 소금에 절인 야채도 아스파탐과 함께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IARC의 발암물질 등급은 암 발생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과학적 입증자료가 많은가로 나뉘기 때문에 그 분류의 합리성에 논란이 많다. 즉, 과거 발암성 이슈가 많이 됐던 물질일수록 연구가 많이 돼 높은 등급이 된다. 그래서 1군에는 석면과 라돈 같은 유해 물질부터 알코올과 니코틴(흡연), 그을음, 자외선(햇빛) 심지어 가공육도 들어가 있다. 비합리적으로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수가 있다는 말이다. 2A군에도 튀김 요리, 붉은 고기(육류), 65도 이상 뜨거운 물이 있고 2B군에도 납, 나프탈렌, 휴대전화 전자파, 알로에추출물, 절임 채소, 피클, 젓갈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 2군은 아직까지 사람에게는 발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식품에 소량 섭취되는 경우엔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

식품의 위해성은 물질 자체의 위험성과 아울러 섭취량을 함께 따져야 하나 IARC에서는 물질 그 자체의 발암성만으로 분류하므로 실제 그 구분이 현실적이지 않다. 커피도 1991년 2B군에 포함됐다가 25년 만인 2016년 커피 섭취가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어 안전한 등급인 3군으로 낮아졌다. 아스파탐도 다음 달 2B군에 포함되더라도 추후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돼 인체 발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등급이 3군으로 재조정되거나 제외될 수도 있다고 본다.

WHO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981년 아스파탐을 하루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첨가물로 규정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국에서 설탕을 대신하는 감미료로 널리 쓰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식약처가 허용하는 22종의 감미료 중 하나다. 같은 WHO 산하라도 기관의 성격에 따라 IARC는 물질 자체의 발암성만 보고 JECFA는 섭취량 등을 고려해 식품으로서의 현실적 위해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아스파탐의 JECFA에서 정한 하루 섭취 허용량(ADI)은 성인 체중 1㎏당 40㎎이다. 60 kg 성인은 매일 2.4 g (2400㎎)씩 먹어도 안전하다는 말이다. 설탕보다 200배 단맛이 있어 탄산음료 한 캔에 43mg 정도 아스파탐이 사용되므로 성인이 제로 탄산음료를 매일 55캔 정도 마셔도 안전한 양이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33병까지 안전하다. 다음 달 WHO의 2B군 지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아스파탐의 발암성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섭취하는 사람마다 면역, 체질 등 내적 요인이 다르고 먹는 양과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어떤 음식도 ‘제로 독성’은 없다. “모든 음식엔 독성이 있지만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은 양까지만 사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식품 안전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번 WHO의 시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사실 설탕 대체 감미료를 가공식품에 조금 써서 단맛을 즐기면서 혈당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당뇨,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순기능이다. 감미료는 모두 체내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므로 혈당치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탕과 칼로리를 줄여야 하는 비만 인구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제로슈거 식품을 맹신해 지나치게 탐닉하다 보면 단맛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아직은 WHO의 결정에 대해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거나 불안해할 때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인체 발암성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해야 하는 단계라 본다. 즉, 이번 아스파탐의 2B군 분류는 설탕보다 강한 감미료의 단맛을 탐닉하지 말 것과 당뇨와 비만 등 질병 예방을 위해 지나치게 감미료가 든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소비자 행동에 제동을 건 경고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러나 앞으로 막걸리, 제과, 음료 등을 필두로 많은 국내 식품기업들은 다시 설탕으로 회귀하진 않겠지만 다른 감미료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태를 회피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빼고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로 대체한다면 지금 당장은 소비자의 환심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건강 문제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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