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할당관세, 취지 맞게 배분 개선 요청
설탕 할당관세, 취지 맞게 배분 개선 요청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9.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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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 업체 배정 비율 높여 관련 제품 가격 안정 도모해야
유통 업체 중심 배분으로 수급 안정성 저해
수입 업체 6만8000톤으로 식품 쪽 2배 넘어
정부 카페 등 ‘소상공인 보호’ 들어 미온적 반응

정부가 식품기업의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설탕 품목에 대해 올해 말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확히는 배분 문제다. 실수요자 중심 배정이 아닌 유통업체 중심으로 배분되다보니 실수요업체의 수급 안정성이 저해돼 국내 설탕 및 관련 제품(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할당관세 추진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 식품업계 CEO 간담회에서 각 기업 대표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정책 개선을 건의했다.

올해 할당관세 혜택을 받는 수입 설탕 물량은 10만500톤이다. 물량 배정은 총 2단계를 거치는데, 1단계는 한계수량의 20% 내로 신청업체 균등 분배를, 2단계는 1단계 배분 후 남은 물량에 대해 최근 3년간 이행실적 보유업체 실적 비율로 배정한다.

올해 배정된 물량을 보면 유통용 수입업체에 6만8500톤이, 실수요자인 식품업계에는 3만2000톤이 배정됐다.

업계에선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설탕 유통 구조는 B2B가 약 92% 수준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B2C 설탕 소비 비중은 지속 감소추세다. 특히 수입 설탕의 평균 수입단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업체보다 유통업체로 배정되는 할당 물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실수요업체의 설탕 수급 불안 초래 및 제조원가 부담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배분 방식은 실수요자가 아닌 수입설탕 유통사들의 이익을 증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설탕 및 관련 제품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할당관세 추진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 산업 생태계를 파악하고 정책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용도별 할당 물량 구분 배정을 주장하고 있다. 실수요업체와 유통업체를 구분·배정하고 실수요업체의 배정 물량 비율을 높여 설탕 및 관련 제품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는 할당관세 시행 목적에 맞도록 배분 방식 개선을 요청했다.

또 전체 할당관세 배정 참여업체 중 약 20~30%가 신규 참여업체로, 기 실적 업체의 1단계 균등 배분 물량 감소 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신규 참여업체의 배정한도 제한 또는 신규업체 참여 조건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업계 주장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LG생활건강이 설탕을 할당관세로 들여왔음에도 코카콜라 가격을 올린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LG생건은 2013년 상반기 설탕 3만5733톤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하반기에도 5% 관세만 붙은 설탕 2만2730톤을 구입했으나 원재료 값 인상을 앞세워 가격을 올려 공분을 산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당관세의 목적은 해당 품목의 가격 안정화다. 할당관세 품목이 식품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설탕 할당관세 물량 배정은 LG생활건강의 사례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정부의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 300여 개에 달하는 수입 유통업체의 배정받은 물량은 카페 등 소상공인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들 물량을 줄이면 소상공인들이 비싼 설탕을 사야 하는데, 정부가 과연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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