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국대두산업, 현황과 전망
[기획] 미국대두산업, 현황과 전망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2.2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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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박 생산량 증가 사료 업계 관심 집중
재생 에너지 붐으로 대두유 제조 늘어 대두박 물량 급증
디젤 관련 법령 개정 땐 공급량 2만7000톤으로 2배나
하반기 중국 등 가축 사육 두수 증가 맞춰 수출 확대 추진
대두박 가치 수치화…칼로리 등 톤당 25∼50불 프리미엄
대두 농가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생산…SSAP 인증
생산 소폭 줄어 1억1600만 톤…내수 증가로 수출 감소
국내 14개 업체 구매 담당자 미국대두협회 본사, 곡물 공급 AGP·카길 등 견학

최근 미국 대두산업이 큰 변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증산 기조에 따라 리뉴어블 디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대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두유 생산에 필수 부산물로 생산되는 대두박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명약관화다. 품질 좋은 미국산 대두박이 향후 2년 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대두박을 원료로 하는 사료업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미국대두박 5만 톤이 인천항에 도착 지난 1일부터 하역을 시작한데 이어 이달 말 미국산 대두박 2000톤이 추가로 선적돼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대두협회는 국내 사료 업체 관계자 14명과 함께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미국 대두박을 선적한 그레이스 하버를 시작으로 태평양 북서부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곡물 공급사 AGP, 세계적 곡물 공급사인 번기와 카길, 미국대두협회(USSEC) 본사를 방문했다. (사진=미국대두협회)
△미국대두협회는 국내 사료 업체 관계자 14명과 함께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미국 대두박을 선적한 그레이스 하버를 시작으로 태평양 북서부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곡물 공급사 AGP, 세계적 곡물 공급사인 번기와 카길, 미국대두협회(USSEC) 본사를 방문했다. (사진=미국대두협회)

이 가운데 미국대두협회에서는 지난 1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사료업체 관계자 14명과 함께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미국대두박을 선적한 그레이스 하버를 시작으로 PNW(태평양 북서부)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곡물 공급사 AGP, 세계적 곡물 공급사인 번기와 카길, 미국대두협회(USSEC) 본사를 방문했다. 국내 배합사료업체 14개 사의 구매 담당자들과 함께 시애틀과 세인트 루이스를 방문해 미국에서 생산된 대두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보고 미국대두산업을 전망하는 한편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을 들여다봤다.

● 미국 재생에너지 붐, 대두생산량 늘어 

USDA(미국농무부)의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두 생산량은 1억1600만 톤으로 전년도인 2022년 생산량인 1억2100만과 비교하면 다소간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미국 대두 수출량은 5800만 톤에서 5400만 톤으로 생산량 감소에 비해 더 큰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미국내 대두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내 곡물 공급사들은 미국내 대두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붐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미국의 재생가능한 디젤과 기타 바이오 연료 생산능력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에 의한 탄소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을 이어가면서 재생에너지 붐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를 방문한 한국 배합사료 관계자들은 이같은 재생에너지 붐이 미국의 대선 이후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만난 곡물 공급사 관계자들은 미국 대선 이후 집권당이 바뀌어도 이같은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GP의 한 수출 담당자는 “현재의 미국 대두 생산기조와 재생에너지 붐은 사실상 연방정부의 정책이 아닌 주 정부의 정책에 매우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 대두를 주원료로 하는 리뉴어블디젤을 생산하는 곳은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주 등 주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진행하고 민간의 이익 때문에 생산기조가 유지되는 곳으로 대선 이후 정책 향방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대두박, 생산량 크게 늘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대두 가공시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23개의 대두 가공시설 중 14개는 완전히 신규 시설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신규 시설에서 7억에서 7억 5000만 부셸 정도의 대두가 가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두박 생산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GP시설 투어. (사진=미국대두협회)
△AGP시설 투어. (사진=미국대두협회)

AGP에서는 이같은 기조에 맞춰 최신 대두 가공공장을 신축하고 있었다. 네브라스카주 헤이스팅스의 대두 가공공장은 AGP 시설 중 가장 큰 시설로 걸프만이나 멕시코를 통해서도 대두를 수출하고 있다는 게 AGP측의 설명이다. 신규로 건설되고 있는 대두 가공공장은 네브라스카 주 데이비트 시티에 위치, 정제시설까지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게 대두박까지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두가공공장을 추가 증설한 번기도 올 여름에 가공공장을 한 개 더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번기측도 미국의 대두박 가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대두박 마진이 개선되고 리뉴어블 디젤 관련 법령이 현실화되면 대두유생산 증가로 대두박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2100만~2700만 톤까지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길은 이미 대두가공시설 증설을 완료하고 가공량을 늘리는데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길의 한 관계자 는 “대부분의 대두가공시설의 확장은 향후 3~4년 내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카길은 이미 대두가공시설 인수와 확장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AGP는 재생에너지 증산 기조에 맞춰 최신 대두 가공공장을 신축하고 있었다. (사진=미국대두협회)
△AGP는 재생에너지 증산 기조에 맞춰 최신 대두 가공공장을 신축하고 있었다. (사진=미국대두협회)

● 미국 대두박 수출에 눈 돌려 

이같이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에서 대부분 소진되던 미국 대두박은 수출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번기는 미국내 대두박 가공생산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미국내 대두박 소비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대두가공이 늘어나고 대두박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두박 가공시설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카길도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담 퀘니거 카길 트레이드 팀 리더는 “지난 100년간 미국 대두박은 미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철도를 통해 미국내륙에 수송했지만 재생에너지로 대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필연적으로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두가공을 하면 기름이 20%, 대두박이 80%로 대두유 생산이 늘어날수록 대두박은 더욱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에 미국에서 1250만톤 정도의 대두박을 수출하고 있는데 당장 내년에는 수출 물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과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대두가공공장을 추가 증설한 번기는 올 여름에 가공공장을 한 개 더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미국대두협회)
△작년 대두가공공장을 추가 증설한 번기는 올 여름에 가공공장을 한 개 더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미국대두협회)

AGP의 한 관계자도 “AGP의 헤이스팅스 공장에서 1년에 110만 톤, 사우스다코타 에버딘에 있는 공장에서 100만 톤 정도의 대두박이 생산되고 있다”며 “데이비드 시티의 신공장이 완공되면 1년에 100만 톤 정도의 대두박이 추가로 수출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다소 감소추세에 있는 대두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두박 수출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큰 수요처인 중국이 가축 사육에 대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대두박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 않은데다 대두 가공의 마진이 감소하면서 대두박 가공 사업이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축 사육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대두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곡물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바이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본다”며 “미국내에서도 공급망을 개선하고 있어 대두박에 대한 유통망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대두박의 수출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100년 전부터 이어온 미국대두농가의 ‘지속가능성’

미국대두협회에서 만난 애비 린 미국대두협회 지속가능성 국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미국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라며 “100여 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며 땅을 일궈왔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대두 농가들은 위성과 드론 등 최신 농업기술을 활용해 정확한 지점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등 자연을 보호하는 정밀농법 방식으로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린 국장은 “미국 대두 농가들은 90% 이상이 가족농”이라며 “이들은 대를 이은 농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 더 좋은 토양을 물려주기 위해 지속가능한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대두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농법 외에도 여러 성공적 요인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대두는 탄소발자국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대두보다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데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농경지로 이용하기 위해 산림 지대를 벌재하면서 수목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 탈산림화가 탄소발자국 증가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속가능한 농법이 활성화되면서 숲이 74만ha 늘어났고 경작지는 360만ha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남미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을 보증할 수 있는 미국대두 지속가능 보증 프로토콜(SSAP) 은 국제무역센터와 유럽사료생산자연합회의 대두조달 가이드라인, 2020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관의 원료조달 기준을 충족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미국 대두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2014년 6845톤의 지속가능성 인증 대두가 수출된 이후 매년 수출량이 증가해 5년 만인 2019년 2235만 5707톤이 수출되면서 획기적인 수출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미국 대두가 4448만 427톤 수출되면서 4년만에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대두를 60% 이상 사용한 제품에는 미국대두 지속가능성 인증 로고 (SUSS)를 붙일 수 있다. 현재 19개국에 93개 회사에서 1000개 이상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SUSS로고는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롯데웰푸드에서 고올레산 대두유제품에 처음으로 부착했다. 사조대림은 지난해부터 지속가능한 식품생산에 참여하며 SUSS 로고를 8가지 대표 장류제품에 부착했다.

미국대두박, 사료원료로 비즈니스 가치 높아

미국 대두박의 생산량 증가로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미국대두협회는 전세계시장에 미국 대두박의 품질적 차이를 보여주고 수출을 강화하는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대두협회가 만든 대두 가치 계산기로 품질데이터를 활용해 미국대두박의 비즈니스 가치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탐 알폰소 미국대두협회 축산 국장은 “미국 대두박을 구매하는 파트너들은 소와 돼지, 닭에 있어서 미국 대두박을 사용했을 때 아미노산과 칼로리 측면에서 톤당 25달러 정도의 프리미엄이 생긴다고 말했다”며 “양식업에서는 톤당 50달러 이상 가치가 높다고 말해 미국대두박의 가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용했을 때의 이득, 비즈니스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두박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카길도 최근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출 시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담 퀘니거 카길 트레이드 팀 리더는 “미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증가 기조로 대두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대두박 생산량도 늘어나 미국내 수요로는 충당이 안돼 수출시장 확대 등 새로운 대두박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며 “더 많은 대두박 고객을 찾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카길은 미국대두협회와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로잘린드 리크 USSEC 동북아 국장

이번 미국 대두 산업 시찰단이 태평양 북서부(PNW)에서 대두박이 선적되는 것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를 대상으로 나가게 될 대두박을 선적하는 PNW에 대규모의 추가 투자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미국대두의 가공시설들이 늘어나면서 대두박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어 한국 고객들에게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규 대두박 가공시설들이 추가되면서 최신 시설로 수율도 좋아지면서 수출할 대두박의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미국 대두박에 대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은 맞은해였다. 지난 70년을 넘어 앞으로 더욱 많은 교역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AGP 
AGP는 153개의 현지 조합과 5개의 지역 조합으로 이뤄진 조합형 곡물 공급사다. 특히 미국내 25만 명 정도의 농부를 조합원으로 하고 있어 미국대두만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대두 정제를 통해 대두유를 생산하는 가공량도 미국에서 4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대두박 공급사로 AGP의 가장 큰 장점은 항구에서 대두박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내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AGP는 선적 후 PNW를 통해 아시아 지역으로 보내는데 15일 정도가 걸린다. 걸프에서 오는 대두박이 35일, 남미가 40일인 것과 비교하면 신선한 대두박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PNW를 통해 수출되는 물량이 미국 대두박의 30% 정도 되는데 AGP터미널을 이용해 나가는 것이 9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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