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의 식량 안보적 기능과 중요성]식량 자급률 25% 불구 풍요로운 식생활…‘食品人天下之大本’
[식품산업의 식량 안보적 기능과 중요성]식량 자급률 25% 불구 풍요로운 식생활…‘食品人天下之大本’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3.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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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齡 1000호 특집]식품·외식산업 도약을 위한 제언⑥
값싸고 질 좋은 원료 수입 소비자 원하는 제품 만들어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식품가공산업은 창조적 첨단과학산업

식량안보연구재단은 설립초기 ‘식품산업, 한식세계화에 날개 달다’ 제목의 단행본을 출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식품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판로를 확보한 제품들의 개발 역사와 판매 전략을 해당기업 CEO들이 직접 저술한 기록물이다. 한식세계화는 우리 음식의 가공·저장을 통한 해외 수출로 외국 사람들이 우리 음식 맛에 익숙해져야 가능한 일인데, 식당이나 음식조리를 하는 사람들만의 일인양 식품가공산업은 뒷전에 밀려있는 기형적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한식당이 외국에 진출하려면 필요한 식재료와 소스류가 제대로 가공·저장·포장돼 해외 현장에서도 상당기간 변질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전통식품을 현대식 유통라인에서 저장하고 수송해 외국에서 판매되도록 가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의 과학기술과 안전관리 수단매체가 동원돼야 하며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식품산업 역할에 대해 한식세계화 사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모자라는 식량을 전 세계에서 값싸고 질 좋은 것으로 골라 수입한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식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재료를 생산하는 지역보다 앞선 기술과 경영 관리시스템으로 수입 가공식품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 평균 20분의 1에 불고한 1인당 농지면적을 할당받고 태어난 한국인에게 미국인이나 유럽인처럼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게 하는 장본인이 식품산업인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중국 남미 등 전 세계에 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두부의 반 이상을 우리 기업이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라면시장에서 한국제품은 다른 나라 제품보다 비싼 고급라면으로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식품산업의 식량안보적 기능과 국위선양 노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가공식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신을 유포하고 식품산업을 가볍게 보는 무책임한 사람들의 잡음이 더 요란한 게 현실이다.

■식품산업의 도농간 가교 역할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대부분 농민들은 도시 근로자가 돼 식량을 직접 생산해 먹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됐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1% 내외가 농민이고 우리나라도 5%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는 필요한 곡물의 4분의 3을, 전체 식량의 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공간적·시간적 격차에서 발생하는 식량의 부패, 변질을 막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일이 식품산업의 역할이다.

식품산업이 없으면 오늘의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슈퍼마다 쌓여있는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보고 식품과학기술과 가공산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마치 매일 먹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어머니의 정성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다.

식량의 장거리 수송과 저장 가공을 위해 여러 가지 전통기술과 첨단과학이 동원된다. 전통적인 건조기술, 염장 발효기술, 열처리공정, 냉동기술 외에도 신선식품의 생리환경 조절기술, 비열처리기술, 이온화조사기술 등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이용된다.

분당 수백개를 포장하는 자동 포장기계들이 제품마다 다른 투과성과 모양을 가진 포장재를 이용해 최상의 품질과 편의성을 가진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유통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위해분석(risk analysis) 관리체계와 소비자 소통(communication)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사먹는 식품 하나에 이같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가공식품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가공식품을 아무런 근거 없이 유해하거나 반자연적인 것으로 매도하는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의 행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가공식품에도 ‘노력+정성’ 담아…함부로 매도는 잘못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추형 제조-식량사슬 네트워크화
수용성 높여야 식품 폐기물 줄이고 선진 기술 선점
 

■식량안보는 첨단기술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관건

식량 확보는 지구상 인류가 생존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포기할 수 없던 절대 절명의 산업이다.

인류가 만들어온 사회, 국가, 전쟁과 외교 등 모든 역사가 기본적으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으며 굶주림에 떨어야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살아보세’를 외치면서 노력한 결과 우리는 운 좋게도 많은 후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서 굶주리는 나라들을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아직도 세계 전체 인구 15%에 달하는 10억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는 조만간 90억 인구로 늘어날 지구촌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을 발전시켜 종전 전통육종기술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분자육종과 유전자 편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로 개발한 유전자변형(GM) 신품종으로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식량들이 생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에 견디는 신품종들을 개발해야 인류는 지구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몰이해하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계도하고 안심시키는 일도 식품산업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온화 조사처리(irradiation)에 의한 신선식품의 냉온살균기술은 차세대 식품저장기술로, 선진국들은 꾸준히 연구하고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방사능물질과 방사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그 이용이 가로막혀 있다.

비행기 소하물 검색에 쓰는 X선 검사처럼 높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통과시켜 해충을 박멸하고 유해균을 제거해 식품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가장 위생적이고 경제적인 식품저장방법이라고 설명하지만 이해조차 하려들지 않는다.

대기 오존층을 파괴할 위험이 있는 화학적 식품저장방법보다 안전하고 신선식품 고유의 향미와 품질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이 신기술 도입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늦어질 것 같다. 이 기술이 보펀화되면 계속 에너지를 써야하는 냉동기나 냉장고가 필요 없게 되고 포장해 조사처리한 음식을 방안에 쌓아두고 먹을 수 있다.

■4차 혁명시대 식품가공기술

식품가공기술이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하면 가정 내 맞춤형 식단이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로봇에 의해 제공되는 시대가 열린다.

3D프린팅기술에 의해 영양뿐 아니라 모양과 맛, 조직감이 기호에 맞게 컴퓨터에서 설계된 노인용 또는 환자용 음식이 개별적으로 제조·공급된다. IT기술과 3D프린팅기술을 이용한 개별맞춤형 식품 제조기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으며 이들 기술에 사용될 기능성 식품소재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곤충을 이용한 식품제조도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식량사슬은 사물인터넷으로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주요 정보가 서로 연결되고 측정되며 제어될 것이다. 식량사슬 단계마다 설치된 전자 감지장치(RFID)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고 스마트 기기 프로그램대로 제어·통제된다.

이미 세계 굴지의 가전제품회사들은 냉장고 효율을 높인 신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냉장고에 RFID를 탑재해 보관 중인 식료품의 상태와 유통기한, 수량 등을 파악하고, 문에 부착된 컴퓨터 화면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집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의 재고조사를 할 수 있으며 오래된 음식을 알아 내 우선 소비할 수 있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로 당장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제시한다.

이것을 확대하면 식품 상점에서 인터넷으로 재고정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으며 오래된 제품을 진열장 앞줄에 위치해 반품이나 폐기되는 식품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선진기술을 선점하려면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생각과 수용태세가 필수요건이다.

■식품산업인의 오라클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야말로 하늘의 일을 대신하는 지고한 사명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일컬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품산업이 식량공급의 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천하지대본’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백성이 잘 먹고 잘살려면 식품산업인을 존경해야 한다. 집안에서 어머니를 공경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를 만들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식품음료신문이 식품산업을 위한 주간 정론지로 1000호를 출간한 것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은 ‘식품인천하지대본’의 길을 열어가는 식품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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