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대두분 사용 ‘저급두부’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9)
수입 대두분 사용 ‘저급두부’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4.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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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분’ 사용한 저가 두부 안전 기준은 충족
원료 금지 불가…표시 제도 통한 선택 유도를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와 관련 업체가 수입 대두분 사용 ‘저가 두부’ 흠집 내기에 나서고 있다. 아마 가격 경쟁력 때문에 손해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수입 대두분은 3%로 수입산 대두보다 관세가 낮아(TRQ 물량 5%, 직접 구매 487%)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에서 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연합회는 수입산 대두분의 경우 산패 속도가 빨라 식품 안전을 위해 진공포장, 진공 후 질소 충전을 하거나 냉장·유통·보관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수입 대두분으로는 두부 제조를 금지하도록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관련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연합회 주장의 근거는 “수입 대두 분으로 만들어진 두부는 맛과 탄력이 떨어지고 냄새가 나는 등 품질이 나빠 소비자의 안전과 식생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경우가 많다”는 것과 “대두 분은 세척하지 않은 대두를 가루로 가공해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실 제품의 ‘품질(品質)’은 ‘안전(安全)’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긴 하나 협의적으로 해석하면 ‘품질’과 ‘안전’은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안전하지 않으면 상품, 즉 식품이 아니라 아예 판매할 수가 없다. 식품과 그 원료가 어디서 왔느냐와 질적인 우수성은 제품의 품질, 즉 가치(價値)와 관련돼 있고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판매를 못하게 할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안전기준을 정해 팔 수 있는지와 없는지를 구분해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확보하고, 표시에 의한 알권리를 보장하면 된다. 또한 품질이 낮다고 해서 안전기준을 충족한 제품의 수입금지, 원료로의 사용 금지는 논의할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이는 국제 WTO 규정에 따라야 하는 룰이므로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천일염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개펄이 오염돼 불순물과 유해물질 우려 때문에 45년간 식용 불가능한 ‘광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2008년 3월부터 정부가 천일염의 안전기준과 중금속 규격을 설정하면서부터 다시 식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즉 식품이 되는 안전기준만 지킨다면 정부는 허용할 수밖에 없다. 원재료가 어디서 왔든 품질이 어떻든 시장에서 결정될 일이다.

물론 질 낮은 수입 대두분으로 만든 두부가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 불만이 늘어난다면 저급두부가 두부산업 전체 이미지를 악화시켜 프리미엄급 두부를 생산하는 업체에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떤 식품이든 프리미엄만 시장에 존재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간다.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는 GMO식품을 아예 금지시키자는 논리와 같다. GMO를 금지시키면 소비자 안전성 논란을 잠재워 안심을 이끌 수는 있겠지만 원가 상승에 의한 식품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감수해야만 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수입식품이 차별받는다. 그러나 오히려 수입식품이 프리미엄으로 인정받는 나라들도 많다. 한 때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엔 미제, 일제 등 수입산이 더 각광받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역전돼 국내산이 가장 프리미엄으로 대우받는다. 오죽하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표시한 부적합 사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겠는가?

이런 현상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해외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 자유화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 ‘로컬푸드’ 확산운동이 그 원인이라 생각된다. 수입 대두 분 자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식품 수입상들이 품질보다는 가격만 보고 저질 제품들을 수입해 오다 보니 이런 인식이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규정된 최소한 안전성을 확보한 식품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품질과 가격차가 있으므로 표시제도를 잘 운영해 소비자가 알고 판단해 구매토록 하면 된다.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면 비록 품질은 떨어지지만 안전한 저가 두부를 구매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을 때는 고가의 프리미엄 두부를 구매하면 된다. 소비자는 선택하고, 정부는 법으로 시장질서만 잘 유지하면 된다. 이것이 시장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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