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멸균 팩’ 벼랑으로 내모는 재활용 정책
음료 ‘멸균 팩’ 벼랑으로 내모는 재활용 정책
  • 강민 기자
  • 승인 2019.11.21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온 보관-장기 유통 장점…선진국 도입 증가 속 국내선 친환경 시대 악으로 오해

환경부가 내놓는 재활용 관련 정책들로 인해 멸균종이팩(이하 멸균팩)을 사용하는 음료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멸균팩은 최근 환경부가 행정예고 한 재활용 용이성 평가 등급에서 어려움 등급에 랭크됐고 2차년도 순환이용성 평가 개선권고가 다음달 중에 예정돼있다. 정부가 재활용 환경 개선이 필요한 포장재로 연속으로 지목하면서 소비자로부터 친환경 시대의 ‘악(惡)’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도 종이팩 총 배출량이 6만8773톤 수준에서 2018년도 7만2383톤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중 멸균팩 비율은 2013년도 24.1%에서 2018년도 34.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배출량과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멸균팩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을 장기간(6~12개월) 확보할 수 있어 생산자나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이 같은 특징을 지닌 멸균팩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플라스틱 병이나 캔 용기를 멸균팩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패키지 도입이 진행중이다.

환경부는 멸균팩의 핵심인 알루미늄이 재활용 용이성과 재생품질을 낮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활용 용이성 평가등급에서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되면 이를 제품에 표시해야 되고 EPR 분담금을 30% 추가로 더 내야 된다. 순환이용성 평가에서 개선권고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환경부는 이를 대중에게 공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멸균팩 대체제가 마땅히 없는데도 불구 환경부가 업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재활용을 직접할 수 없으니 재활용 의무분담금을 매년 부담해왔다. 그렇지만 재활용 환경은 변한게 없다. 전혀 다른 성격의 포장용기임에도 불구하고 멸균팩과 살균팩은 종이팩으로 한 데 묶어 수거하고 심지어 종이팩과 종이를 구분하지 않고 수거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종이팩 재활용은 화장지에 생산에만 국한된 시스템이다”라며 “환경부가 지적하는 멸균팩의 재활용성은 재질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재질구조와 해리성이 다른 멸균팩 때문에 재생화장지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단편적인 구조의 재활용 시장과 불완전한 분리수거 체계에서 생겨난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뒤로하고 대체제로 변환 등을 요구하는 환경부는 추주어륙(推舟於陸)하는 꼴이다”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제시하는 멸균팩 대체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멸균팩에 쓰이는 알루미늄은 다른 플라스틱 재질에 비해 우수한 차단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소재에 대하여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알루미늄 대신 세라믹 재질을 첩합한 서울우유의 아침에 두유는 상용화는 됐지만 생산속도가 현저히 낮아 일부 전자레인지용 계절상품에만 적용되고 있고 전체 멸균팩 대체는 불가하다는게 업계내 의견이다.

멸균팩 충전기는 팩 성형 시 인덕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금속성 물질의 전도율을 활용해 실링하는 방식이어서 멸균팩 내부에 차단성 소재로 적용되어 있는 알루미늄은 팩 성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멸균팩 내부의 알루미늄 소재를 제거한다면이 충전기는 사용할 수가 없다. 환경부 요구대로 멸균팩 대체제로 변경하면 대규모 설비투자 문제가 각 업체로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일부 업체는 공장설비 전체를 변경해야 됨에 따라 막대한 금액의 투자가 요구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공포에 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치들은 멸균팩 때문에 재생화장지 만들기 어려우니까 업계가 수백억대 설비투자를 새로 하거나 멸균팩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권하는 것이라 공감하기 힘들다. 해외에서는 환경문제로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을 종이팩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환경부의 섣부른 조치로 멸균팩을 사용하는 기업이 친환경에 역행하고 있다고 소비자들이 오해하는 코미디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져 관련 산업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금마련이나 종이팩 분리수거 인식 개선 등 중장기적인 계획하에서 솔루션들이 제시되길 바라고 산업계는 합리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환경 정책이라면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멸균팩만 순수하게 100%로 수거해 몇 만톤을 모을 수 있으면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국내 여건이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개선 되지 않는 이상 재활용 어려움 등급 변경은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순환이용성 평가와 관련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멸균팩이 별도로 수거·관리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렇지만 살균팩과 종이팩의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수거체계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업계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으며 충분한 검토후 개선 권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