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증류식 소주’ 내달 4개 지역서 시판
‘전통증류식 소주’ 내달 4개 지역서 시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7.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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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생쌀·토종 효모로 제조…농진청 ‘전통주 대중화 프로젝트’ 첫 성과물
시장 10% 차지 땐 연간 쌀 3만6000톤 소비 효과
가격 현재보다 3분의 1로 낮춰야 경쟁력 갖춰
‘우리소주연합’ 결성 원료 공동 구입·마케팅

국산 생쌀과 우리 효모로 만든 증류식 전통 소주가 오는 9월 전국 4개 지역에서 출시된다.

농촌진흥청이 농산물 소비 확대와 농가 소득 증대를 목표로 2017년부터 시작한 ‘전통 증류 소주 대중화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이다.

경기 가평, 강원 강릉, 충남 당진, 제주 성산포에서 각각 생산된 쌀과 ‘N9’이라는 소주용 전용 효모로 제조했으며, 기존 희석식 소주와 달리 주정을 쓰지 않고 우리 농산물을 발효시켜 증류해 만든 전통주다.

현재 시중에서 소비되는 희석식 소주는 대부분 수입 농산물로 제조한다. 희석식 소주용 주정 중 42.7%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나머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정도 대부분 타피오카나 쌀 등 수입 농산물로 만든다.

전통 증류식 소주가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된다면 연간 약 3만6000톤의 우리 쌀 소비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최준열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장은 “일본은 전체 소주 소비량 중에서 희석식 소주 소비 비율 46.7%, 증류식 소주 소비 비율이 53.3%로 희석식보다 높지만 우리나라는 소비하는 소주 중 증류식 소주 비율은 0.05%에 불과해 소비자 입맛에 맞고 가격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우리도 증류식 소주 소비 비중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며 “현재 증류식 소주 생산은 원료비나 생산기술, 포장비, 마케팅 등 고비용 생산구조로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고, 현재 여건으로 원료비를 낮추는 것은 어려운 문제(지역특산주는 지역원료 사용)이지만 포장비 생산기술, 마케팅 등 분야에서 생산자간 조직화를 통해 병(375ml)당 가격을 기존대비 3분의 1로 낮춰 대중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증류식 소주의 대중화를 위해 증류 소주용 효모 N9을 선발했다. 전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누룩에서 발효 능력이 우수한 효모를 분리하고, 알코올 내성, 당분 소비율, 관능적 특성 등 8가지 검정 과정을 거쳤다.

N9은 특허 균주(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 N9를 이용한 증류식소주 및 이의 제조방법(등록번호 제10-1777555호))로 등록돼 전통 증류소주 제조업체에 보급되고 있다.

일본의 소주용 효모와 내산성, 내알코올 증식성, 향미특성 등 8가지 특성을 비교해 그 중에 가장 우수한 것을 선발했는데, 발효력이 우수해 발효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발효 완료 후 잔당을 남기지 않으므로 증류 시 탄내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농진청은 쌀을 찌는 과정 없이 생쌀가루 그대로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 생쌀 발효법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술은 고온의 스팀으로 쌀을 쪄서 담금을 하는데, 생쌀발효법에서는 쌀을 찌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쌀을 씻고 불리고 찌는데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원료 처리 방법, 재료 배합 비율, 발효 기술, 증류 방법 등 생산 기술을 표준화해 한국농수산대학과 함께 기술 자문도 실시 중이다.

특히 농진청은 소규모 생산으로 생산 단가가 높은 증류식 소주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자 조직체인 ‘우리소주연합’을 결성, 재료 구입은 물론 공용병 제작, 홍보,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기존 전통소주보다 판매 단가를 약 3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최 과장은 “전통소주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단가가 높다는 것이다. 생산단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규모 생산으로 인한 재료비 상승, 품질관리 어려움, 높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주로 생산 규모가 작은 데서 기인한 문제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자 간 공동으로 재료를 구입하고 공동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쌀뿐만 아니라 보리나 수수, 옥수수 등 다양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간편하고 발효 효율이 우수한 증류식 소주 제조 기술을 개발, 산업재산권을 확보하고 생산 업체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최 과장은 “소비자 입맛에 맞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통 증류식 소주가 보급된다면 농산물 소비 촉진과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출시되는 전통 증류식 소주가 우리나라 전통 소주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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