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별 인터뷰] 포스트코로나 전망 이효율 식품산업협회장에게 듣는다
[창간 24주년 특별 인터뷰] 포스트코로나 전망 이효율 식품산업협회장에게 듣는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9.21 0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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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 글로벌 비대면 마케팅에 미래 달려
팬데믹 이후 건강·기능 차별화된 식품 유망
식량 위기 대비 민-관 곡물 유통업 진출 필요
신남방 수출 ‘I like K-food 사업’ 차질 없이 진행

코로나 19는 식품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소비자들은 보다 간편하고, 안전하면서도 건강한 제품을 더욱 갈구하며, 비대면 구매가 일상화되는 등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업계에서도 이들 니즈에 맞춰 제품 개발 방향을 바꾸고 있으며,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며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진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성장세를 이루다 정체기에 접어든 HMR은 성장곡선에 재가속이 붙었고, 이중에서도 요리의 즐거움까지 더한 밀키트 제품들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주춤했던 라면, 음료, 어린이간식 등도 수요가 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품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해 비대면 서비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식량위기가 대두되며 원료대란이 우려되고 있으며, 갈수록 강력해진 규제가 식품산업을 옥죄고 있어 이에 따른 돌파구 마련도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24주년 특별 인터뷰로 식품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 수장인 이효율 협회장과 대담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식품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 식품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대에 성공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들어봤다.

-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위기를 겪으며 세계 경제는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 식품산업은 ‘내식’이 활성화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HMR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국내 식품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 식품산업의 미래를 조망하신다면.

▶올해 식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호모 언택트(비대면)’라는 새로운 인류 발현이 예측되는 가운데 내수시장에서 선전과 즉석 간편식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도 호조를 보여 전반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비대면 온택트(On-Tact)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식품업계 스스로가 변화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올해 온라인 매출 성장을 전년대비 20% 이상(135조 원→160조 원) 예측하고 있어 향후 비대면 마케팅은 식품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식품 소비자는 먹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건강과 관련한 새로운 원료나 조리, 가공방법 등을 고민해 개인 건강과 기능에 맞춰진 차별화된 식품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한 글로벌 비대면 마케팅 서비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예견됩니다.

-갈수록 경쟁력이 치열하고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식품시장에서 식품업계는 코로나 19라는 변수를 만났지만 위기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에서는 육가공업체들의 공장 폐쇄로 육가공 구매량 제한 판매가 있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코로나 등 전염병뿐 아니라 세계 인구 증가, 자원절약, 환경오염 저감, 기후 변화, 축산물 전염병 및 동물복지 등으로 현재 동물성 단백질 식품 공급차질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대체 단백질 식품분야에 혁신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 두부 시장 규모가 1억 달러를 넘어 전년 상반기대비 약 50%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동물성 단백질 식품공급 차질로 인해 대체 단백질 식품으로 두부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대체 식품시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먹거리를 고민하는 국내 식품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위기 상황을 맞으며, 원료 조달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원·부재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인한 돌발적 식량 위기 상황은 항상 잠재돼 있으며,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이 23%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수급에 미칠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돌발적 식량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국내 곡물의 생산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이 경우 생산부터 수매까지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작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식량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외국메이저 곡물회사 등에 의존하는 국내 곡물수입방식을 탈피,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곡물 유통 사업에 진출해 곡물의 일부를 독자적으로 수입하는 시스템입니다. 해외에서 생산된 곡물을 저장, 수송하기 위한 수출터미널 등 일련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가의 식량 위기 비상시기에 필요한 물량을 조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료용 어분’ 자율 통해 상생…다른 업종에 시도
묶음포장 줄이고 띠지 등 적용 폐기물 감량 부응
협회, 능동적 조직 문화로 회원사 해외 진출 지원

-최근 장류 등 업체간·업종간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중소업체간, 업종간 공생을 위한 방안은?

▶식품기업은 국내 농가의 생산성 확대를 위한 기술지원을 통해 매년 재배면적을 확대해 농가 소득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국내 농산물로 생산된 두부, 장류, 김치 등의 세계화 노력을 통해서도 상생에 대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중소업체간 공생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7월 17일 협회가 체결한 ‘사료용 어분업’ 협약 사례를 보면 사료용 어분업은 지난 2014년 협회와 ‘한국단미사료협회’가 자율 협약을 통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없이 상생 방안을 마련한 대표 품목입니다.

사료용 어분업뿐 아니라 제과점업, 앙금류, 햄버거빵, 메밀가루, 전통떡 등 업종에서도 상생협약을 통한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정책에 따라 지정된 장류, 두부 업종과 현재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면류 업종의 경우에 대해서도 협회는 우리 식품기업의 동반성장을 방안을 다각도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협회는 식품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면서 동반성장을 도모하도록 협회 회원사의 자율 규약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협회 회원사는 동반관계이면서 경쟁관계가 대부분입니다. 시장에서의 사소한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협회 중재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 자유경쟁 원칙에 따라 시장경제질서를 존중하고, 제품과 서비스 품질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식품 산업분야에서 동반성장을 통한 상생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내수시장을 벗어나 식품업계의 안정적인 해외 판로 확보를 위해 마련한 수출 남방정책 일환인 ‘한국 농식품 판매 플랫폼 구축 사업’도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현재 상황과 향후 수출 다변화를 위한 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식품박람회가 취소되는 등 국제교류 및 해외사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협회가 수행 중인 ‘I like K-food 사업’의 경우 작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대행사와 직접 계약해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내실화와 더불어 비대면 사업까지 확대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올 상반기 빈마트 5개점과 롯데마트 1개점에 ‘K-Food 특별존’을 설치해 한국식품 신규입점 지원 및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신규입점 제품들의 매출이 매달 2배 이상 신장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 빈마트 측에서는 설치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K-Food 특별존’을 추가 설치▶운영해줄 것을 요청해 왔으며, 협회는 9월부터 롱비엔 등 3개 지점에 ‘K-Food 특별존’을 추가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베트남 최대기업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VINID에 ‘I like K-food’ 공식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온라인 유통도 병행, QR코드를 활용해 빈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판매가 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까지 롯데마트 소매점에서만 ‘K-Food 특별존’을 운영하던 것에서 올해부터 롯데마트 소매점과 롯데그로셔 창고형 도매점 총 6개점에 ‘K-Food 특별존’을 설치했습니다.

롯데마트 측에서 제공한 매출 자료에 따르면 ‘K-FOOD특별존’ 설치 이후 롯데마트 및 롯데그로셔의 K-Food 매출액이 각각 약 30%, 약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인도네시아 3대 전자상거래마켓인 토코페디아(Tokopedia)와 구매·배달대행사이트 해피프레쉬(Happy Fresh) 및 롯데마트 온라인몰에 ‘I like K-food’ 공식스토어를 오픈해 한국식품의 온라인 유통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점사업의 내실을 기하며 온라인 유통채널을 지속 발굴하고, 현지실정에 맞는 비대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할 예정입니다

-여전히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한창입니다. 진흥정책과 안전정책 등에 대해 업계 입장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은.

▶최근 식품산업의 단연 화두는 ‘재포장 금지 규제’로 사료됩니다. 현재 정부는 협의체 운영을 통해 재포장 기준과 예외규정 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는 환경부와 ‘과도한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통해 1+1 등 판촉 행사 일환으로 시행 중인 묶음포장을 자제하고 띠지, 고리 등으로의 개선을 통해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 감량 방법을 적극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포장 폐기물을 선제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회원사들의 가장 공통된 애로사항을 보면 정부의 이물관리가 첫 번째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물문제는 식품업계의 고의성 보다는 제로화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생물학적·화학적 부분은 정부에서 관장하되, 업계 자율적으로 관리하며 책임을 부가하는 것이 실효성이 보다 크다고 봅니다.

아울러 최근 HMR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식품산업의 진흥·육성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메디푸드, 대체식품, 고령친화식품 등 미래 고부가가치 품목에 대한 관심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적 기준·규격 등이 마련돼 식품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빠르게 바뀌는 식품산업 변화와 환경에 맞춰 대비하는 발빠른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합니다.

-협회는 5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올해부터 미래 100년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당초 계획의 전면 수정이 필요할 만큼 첫 걸음부터 과정이 순탄치 않은데요, 앞으로 협회와 연구원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성장을 위한 도전에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첫 걸음을 내딛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은 지향점으로 내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년 취임 인터뷰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협회 존립목적은 고객의 만족, 즉 회원사의 만족에 있으며 이를 지향점으로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특히 회원사와 접촉하는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2017년부터 지속해온 직원교육을 올해는 코로나 19를 감안해 북러닝 교육으로 대체, 직원 개인별 역량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연구원의 경우 개정 법률·제기준 강독회, 자체 숙련도 시험 및 CS교육 등 업무와 연계된 특화교육을 통해 분석 능력 및 서비스 향상 노력을 지속 추진 중에 있습니다.

나아가 ‘I like K-food’ 해외시장 개척 사업을 한층 확대해 코로나19 등 대내외 불안정한 경제 환경 극복을 위한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사업도 적극 지원해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공포와 함께 개인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예방수칙이 장기화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암흑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더욱이 미-중 갈등으로 인한 보호무역 확산은 식량 위기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어 만성적 식량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더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우리 식품업계는 전 세계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내수시장에서 선전과 더불어 라면과 간편식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도 호조를 보여 전반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실적은 단순히 식품을 제조한다기보다 방역 최전선에 동참한다는 책임감과 더불어 전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소비자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우리 식품업계는 맡은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위기 극복의 그 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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