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치 사랑, 세계를 볼 때다
[기고] 김치 사랑, 세계를 볼 때다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0.11.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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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학교·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의 김치사랑은 남다르다. 매일 먹어야하고 수백 년 동안 식탁에서 반찬 중 주인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쌀밥 한 그릇에 김치 한 보시기이면 거뜬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매력도 갖추고 있다. 더욱 정신적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김치가 큰 몫을 하면서 김치종주국이 한국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계 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에도 당당히 김치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로 김치 관심 세계적

근래 코로나19사태로 인체면역기능에 발효식품이 관계된다는 학계의 의견으로 우리 김치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수출이 2019년 물량 29,628톤에 금액은 104,992천만 불이었고 2020년 9월 현재 작년수출을 넘어 물량 30,043톤에 108,503천 불을 넘어서고 있다. 연말까지는 역대 최고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수입되는 김치량은 꾸준히 늘어 매년 물량으로 30만 톤 내외에 이르러 수출량의 10배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빗대어 김치종주국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대비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소비자와 관련 업소에서 수입품의 수요량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욱 중국뿐만 아니라 주 수출국인 일본, 미국 등에서 현지 김치제조공장이 가동되어 이들과도 경쟁해야 할 현실이다.

김치가 빠르게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김치에 대한 기존 정책을 차분히 재검토해야할 때가 되었다. 김치수입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국산과 가격 격차가 심하여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과연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물과 같이 가격경쟁력과 품질에서 차이가 나면 자연히 닥칠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어느 것 하나 중국산과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없다. 김치의 가격구조는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가공식품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 즉, 원료비중이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주국 불구 경쟁력 뒤져

이제 한국의 김치산업은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계속하여 국산원료를 이용한 전통식품의 얼굴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 속담에 아주머니 떡도 크고 값이 싸야 산다는 말이 있다. 김치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시도는 접고 품질경쟁을 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서있다.

발전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원료가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가장 중요한 배추와 고추 등의 품종개량을 통하여 차별화된 특성으로 경쟁의 무기로 삼아야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후풍토에 맞는 품종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나 더욱 박차를 가하여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이 좋아할 배추품종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고추도 내병성뿐만 아니라 수량, 품질 등에서 더욱 두드러진 품종이 육종되어야 한다.

둘째, 김치 발효기법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우수 균에 의한 김치발효가 관리되고 있으니 한 발짝 더 나아가 근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 기능이 있는 균주 활용으로 차별화된 김치생산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셋째, 김치유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장기저장의 애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젖산균발효를 조절할 수 있는 혼합균주 개발이 검토되어야 한다.

공정 개선·품질 제고 시급

넷째, 김치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김치제조공정을 기계화, 자동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버무림이나 김치 속 넣기 등이 자동화되었고 한다. 이런 일본 업체에 비해 인력에 의존하는 우리 김치 업계가 과연 경쟁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피자는 이태리가 종주국이다. 그러나 이제 세계 식품화되어 어느 나라나 피자를 생산, 판매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 김치도 세계 식품이 되는 것으로 우리 자부심을 만족시키면서 품질로서 종주국의 위치를 지켰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기관도 국산 농산물 이용 확대로 농민소득증대라는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 세계와 경쟁하여 농민이 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국산원료만을 고집하는 전통식품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때이다.

이제 세계와 경쟁력을 갖춰야 우리 농업, 식품산업도 생존할 수 있다. 덴마크 등 유럽 소국의 농업정책에서 배울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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