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②:나노식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7)
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②:나노식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3.15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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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 워터·껌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오해
좋은 물질 빠른 흡수 장점…안전성 규명 안 돼

요즘 온통 ‘나노(nano)’ 열풍이다. 나노식품에도 열광하지만 나노마스크 등 건강제품에도 ‘나노’ 자가 들어가면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작 ‘나노’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라 ‘나노’가 붙으면 몸에도 좋고 효능이 엄청난 전지전능의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기업들도 미세한 분말이나 작은 입자라면 일단 ‘나노’를 제품 앞에 붙이고 본다. 최근 나노 필터로 만든 ‘나노마스크’의 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하겠다고 하는 기사를 봤다. 그러나 나노식품 뿐 아니라 나노 의약품, 나노 의약외품 역시 법적인 용어가 아니므로 심사, 승인 대상도 아니고 현재 국가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아주 작은 것’을 말한다. 희랍어의 난쟁이를 뜻하는‘나노스(Nanos)’에서 유래돼 현재 과학계에서는 크기의 단위로 사용된다. 우리 선조들도 서양인 못지않게 과거부터 자세히 물질의 크기를 세분화했었는데, 10-6미터의 작은 물질을 ‘미(微, 작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1 μm(10-6 미터) 크기의 세균 등을 ‘미생물(微生物)’이라 불렀고 영어에서는 'fine(미세하다)'이라고 표현했다. 1 nm(10-9 미터)의 크기는 ‘진(塵, 먼지)’이라는 표현을 썼고 영어로는 ‘나노(nano)’라 불렀다.

1 나노미터(nano meter, nm)는 10-9미터 즉, 10억 분의 1 미터다. 이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1/50,000에 해당하고, 수소원자 지름의 10배에 해당한다. 전형적인 세균의 크기가 1 마이크로미터(μm)이니, 세균의 1/1,000 정도로 보면 된다. 요즘 과학계에서도 뜨는 ‘나노기술’은 물질의 특성을 나노 수준에서 밝히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1950년대 미국의 파인만 박사가 처음 사용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식품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노식품’으로는 은 나노입자, 산화티탄 등 저장기간 연장을 위한 맞춤형 보존료, 식품 미세가공, 향, 냄새, 맛, 색이 강화된 나노캡슐 식품, 영양소나 기능성성분 나노 운반체, 장 점막 흡수율을 높인다는 나노 건강기능식품(α-토코페롤, β-카로틴, β-글루칸, 오메가3 지방산, EPA, DHA, 쿠르쿠민, 코엔자임 Q10 등), 나노 크기로 분쇄한 곡물, 항산화물질 을 함유한 에멀젼, 공기와 산소가스 등 나노버블, 나노화 전분, 나노식이섬유, 나노비타민, 나노칼슘, 나노철분, 나노스테롤 등이 알려져 있다. 이산화규소(실리카)의 나노입자가 고결방지제로 식염, 다시, 콘소메, 후리카케 등 조미료에도 첨가되고 있고 백금 나노콜로이드는 미네럴워터, 요구르트 등 건강식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작년 10월 삼양식품이 경남 밀양에 소재한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 공장 착공식을 하면서 나노라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치약과 가공식품, 씹는 사탕으로 유명한 멘토스는 나노기술로 만든 병에 든 껌을 판매하고 있는데, 식품 포장재로서의 나노물질 또한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산화아연, 산화마그네슘의 나노입자들과 무정형 실라카가 식품포장재로 주로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맥주의 가스 손실을 방지하는 데 나노기술이 쓰이고 있는데, 사브 밀러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맥주병에는 진흙으로 만든 나노입자가 병의 벽에 있는 빈 공간을 꽉 채워 맥주에서 탄산과 향이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나노식품의 작은 입자인 나노물질은 기관과 세포를 쉽게 관통해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특징 때문에 나노식품은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즉, 좋은 물질은 체내 흡수가 빨리돼 좋지만 나쁜 물질 또한 세포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나노입자나 나노소재의 건강 위험성을 평가한 정보가 부족해 나노식품의 안전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아직까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용어로 시장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선진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언젠간 우리나라에서도 나노식품의 안전성 평가기준, 관리의 기준과 규격 등이 만들어져 법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식품에 사용되는 나노라는 용어에 대해 허황된 유행이나 컨셉 정도로 보고 있다. 즉, 나노는 길이의 단위일 뿐, 신기한 것도 우리 몸에 들어와서 대단한 효능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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