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보호 위한 국회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의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9)
국민 건강 보호 위한 국회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의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3.2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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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급 억제 정책 큰 효과 기대 어려워

설탕세(sugar tax)는 이미 4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세계 최초로 노르웨이가 1922년 고율의 초콜릿 및 설탕 제품세를 도입했고, 2011년 헝가리, 2012년 프랑스와 핀란드에서 탄산음료에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영국, 아일랜드, 2020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설탕세가 확산되는 추세다. 아시아도 2017년 태국, 2018년 필리핀,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이미 도입됐다. 남미의 멕시코, 칠레도 2014년부터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시작했다. 급기야 설탕세 도입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해질 것 같다. 그간 학계에서만 논의됐던 이슈였는데, 드디어 정치권에서도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강병원 의원이 주도해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강병원 의원 등의 제안 이유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1일 총 칼로리 섭취량의 10%를 초과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은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높은 발병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도 설탕의 과다 섭취가 비만, 당뇨병, 충치 등의 주원인이며, 건강한 식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보조금 등의 재정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늘어나는 당류 섭취 추세 및 비만율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가 있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강 의원의 제안은 당(糖)이 100리터당 20 ㎏을 초과하면 100리터당 2만 8천 원, 16~20 ㎏이면 100리터당 2만 원 등 설탕 함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리는 식이다. 코카콜라 500㎖ 제품의 경우, 당류 함량이 54g인데, 이를 100리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0.8 ㎏의 당이 들어가게 돼 500㎖ 제품 하나당으로는 55원의 세금이 추가되므로 가격이 인상돼야 하는 셈이다.

모든 규제가 그러하듯, 이번 설탕세 도입도 일장일단이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당 성분이 각종 성인병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맞선다. 노르웨이는 2018년 사탕·초콜릿 등에 물리는 세금을 전년 대비 무려 83%나 올리자 그다음 해 설탕 섭취량이 10년 전과 비교해 27%나 줄었다고 한다. 영국도 설탕세 도입 발표 후 청량음료 기업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였고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학교 스포츠 시설 확충 등에 사용돼 아동 및 청소년의 비만 예방에 기여했다고 본다. 즉 설탕 세는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소비 감소, 증세에 의한 국고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다. 노르웨이에서는 설탕세 인상으로 사탕류의 가격이 오르자,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쇼핑하러 갔고 덴마크에서도 일자리 감소와 저소득층 부담이 늘면서 도입 1년 만에 결국 폐지했다. 게다가 멕시코와 프랑스에서도 설탕세 도입이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데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하고 핀란드도 설탕세 일부가 이미 폐지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설탕 제품의 소비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설탕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많은 나라에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음료업계 역시 최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가뜩이나 가격을 올린 직후라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다시 가격 인상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의 소비를 촉발시킬 수 있고, 세금 증가로 중소기업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 또한 있기 때문이다.

설탕은 전 세계적으로 ‘21세기의 마약, 담배’로 불릴 정도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꾸준히 설탕을 먹고 있는데, 데이터를 보더라도 비만의 원인이 꼭 설탕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은 전 세계 비만 1위의 나라인데, 국민 1인당 설탕 소비량은 2016년 기준 11 kg으로 브라질(61 kg)의 1/5, 미국(33 kg)과 영국(34 kg)의 1/3, 우리나라(25 kg)와 세계 평균(24 kg)의 절반에도 미치지도 못한다. 즉, 중국인들의 비만 문제는 설탕 때문만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식사, 기름진 음식,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들 때문인 것 같다.

‘비만’은 몸에서 에너지로 쓰고 남은 여분의 칼로리가 지방의 형태로 몸에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여분의 칼로리는 설탕의 당(糖) 성분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 모든 영양분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만의 주범은 엄밀히 말해 설탕이 아니라 ‘초과 섭취된 칼로리’, 그리고 ‘낮은 칼로리 소비량’이다. 즉, 체내 공급되는 영양소의 높은 input, 낮은 output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비만의 원인이 당(糖)이라면 설탕뿐 아니라 과일, 과채주스, 쌀밥, 면을 포함한 당류가 포함된 모든 식품에 주의해야 한다.

이번 국회의 설탕세 부과 논의는 국민의 비만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자는 좋은 취지다. 그러나 영양섭취 불균형은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해야만 성공할 수 있지 정부의 공급 억제 정책은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나친 당(糖) 섭취와 이로 인한 건강 문제를 경계해야겠지만, 잘못된 논리로 설탕을 ‘마녀사냥’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 한때 약(藥)으로 사용되며 오랫동안 인류에 도움을 주던 고마운 식품에 대해 불평등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주의를 촉구시킬 수는 있겠으나, 음식에 대한 괜한 걱정인 푸드패디즘을 유발할 뿐 인류 질병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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