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醱酵)식품의 허(虛)와 실(實)-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6)
발효(醱酵)식품의 허(虛)와 실(實)-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3.0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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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물질·향 등 건강식 이면에 일부 독성 문제

일부 몰지각한 영업자들이 전통, 향수 마케팅을 활용해 우리 소비자들에게 ‘발효(醱酵)식품’에 대한 환상과 거품을 씌우고 있다. 물론 ‘발효식품 = 건강식’인 것은 맞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전지전능한 완벽 음식은 그 어디에도 없고 모든 음식은 장단점이 있다. 즉, 발효과정에서 좋은 성분도, 나쁜 성분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면만 침소봉대하고 나쁜 면을 숨기며 솔직하지 못한 이해당사자들의 얌체 같은 태도와 찬양이 발효식품에 엄청난 거품을 씌우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과거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슬기로운 우리의 조상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오래 보존하며 먹기 위해 말리거나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시켜 먹었다. 해산물은 젓갈을 담가 먹었고, 농산물 중 배추는 김치로, 무는 단무지로, 오이는 오이지(오이피클)로, 콩은 메주로 만들어 장을 담그거나 일본의 낫토 같은 것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과일은 당 함량이 높아 포도주, 매실주, 산딸기주 등 술을 담가 마셨고, 식초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고기나 우유는 귀해 서양 사람들처럼 요거트나 치즈를 만들어 먹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렇듯 발효는 사람 몸에 좋으라고 만들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원재료에 없던 좋은 맛과 향을 만들고 몸에 좋은 기능성 물질도 많은 장점도 있지만 반면 단점도 무지 많다. 바이오제닉아민이나 에틸카바메이트 등 발암성 부산물, 부패균이나 병원성균, 곰팡이 증식에 의한 독성(毒性)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어두운 얼굴이다. 특히 과실주의 에틸카바메이트, 젓갈류의 히스타민이 가장 큰 발효식품의 약점이라 하겠다.

발효(醱酵)란 사전적 의미로 “식품에 미생물이 작용하여 식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현상으로, 그 변화가 인체에 유익한 경우”를 말한다. 주로 당과 같은 탄수화물로부터 각종 유기산, 알코올 등이 생산되는 것을 말하는데, 삭힌 홍어, 젓갈 등은 단백질이 자가 효소와 미생물 증식에 의해 썩은(부패된) 것인데도 원했거나 바람직한 방향일 때는 발효라고 한다. 식빵, 술, 간장, 된장, 치즈, 요쿠르트 등은 모두 바람직한 변질로서 발효의 원리를 이용한 식품들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변질의 대표 격인 ‘부패(腐敗)’는 한마디로 단백질이 상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심한 암모니아 악취가 나는데, 단백질만이 갖고 있는 원소인 질소(N)가 그 원인이다. 단백질 식품이 미생물, 특히 혐기성 세균의 번식에 의해 분해를 일으켜 아민,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면서 악취를 내고 유해성 물질이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발효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우리의 전통적 단어는 ‘삭힌다', 누룩 등을 '띄운다'라는 말인 것 같다. 즉, 부패한 음식과 발효음식은 약간의 미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과학적으로는 같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천연(天然)-합성(合成)’ 논란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발효다. 자연에서 미생물이 만들다보니 천연이라고 해도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학으로 보면 발효는 ‘생합성(生合成) 반응’이라 합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설탕을 원료로 해서 미생물 발효로 만든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바로 그 합성 마케팅의 희생양이라 하겠다. 꼭 다시마에서 추출해야만 천연 MSG가 아니라 천연원료인 설탕을 먹이로 미생물이 발효해 만든 것이라 천연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발효식품도 완벽한 음식이 전혀 아니다. 좋은 점, 나쁜 점 모두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음식 중 하나임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발효식품에 대한 환상이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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