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③:유전자가위편집 기술과 GMO-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8)
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③:유전자가위편집 기술과 GMO-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3.22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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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절단 작물 실용화…안전성 규제 대상 제외
미·일 글로벌 시장 선점…국내 전략적 대응 시급

최근 신기술인 ‘유전자가위기술’이라는 ‘게놈편집기술’로 품종을 개량해 생산한 작물로 만든 식품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한 규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실용화하는 방향으로 2019년 6월 ‘통합혁신전략’을 의결했다고 한다. 이 기술로 유전자를 절단한 생물은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변형작물(GMO)과는 달리 안전성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어떠한 유전자를 뺐는지 등의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도 공개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일본 후생노동성 전문가조사위원회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현재의 ‘GMO기술’이 아닌 유전자를 절단해 제거하는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른 안전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이러한 신기술에 대한 포용적 규제는 매우 전략적이다. 우리나라도 미래 글로벌 식품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신기술 확보를 위한 규제를 국제적 흐름에 맞게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반대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으나 현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추진정책에 따라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 우선 시판을 허용하고 사후관리를 하면서 보완하면 된다고 본다.

이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임시로 허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신산업 분야의 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세계적 무역 강국들의 트랜드다.

2016년 4월 세계 최초로 美 농무부(USDA)가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든 변색예방 버섯은 GMO 안전성 규제 대상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렸고 일본까지 가세해 이 기술은 GMO와는 다른 안전한 기술이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들어진 작물이 과연 GMO와 같은 건지 다른 건지가 세계적 논란거리다. 이 기술은 작물 고유의 유전자(gene) 일부를 약간 편집하는 수준이라 GMO와 차별화해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고 싶은 개발자 그룹이 있고, 이 기술은 결국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라 GMO와 같은 것이고 당연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대 측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은 모두 유전자를 만진다는 면에서는 같은 기술인데, ‘GMO’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더하기’고, ‘유전자가위기술’은 유전자를 빼는 ‘빼기’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유전자가위기술이 실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조만간 정부의 규제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요구, 비의도적혼입허용치의 재조정, 내년 GM감자 승인 문제 등 GMO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 여기까지는 손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작물의 유전자에 손을 대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인데, 과거 한 국회의원과 41개 소비자, 농민, 환경단체로 구성된 ‘GMO반대전국행동’이 ‘식약처의 GM감자 승인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을 정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국내에서는 농진청이나 국가연구사업으로 개발한 기술도 허가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 ‘유전자가위편집기술’로 곰팡이 병에 강한 포도와 사과를 만들었고 근육 량을 늘린 돼지, 상추나 벼의 품종 개발도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시판 허가가 단 한 건도 나지 않아 개발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계와 산업계는 큰 문제없이 유전자가위기술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으나 GMO 반대 여론이 높은 시민·소비자단체나 농민·환경단체, 그리고 반(反)-GMO 기조의 유럽 지역 분위기는 아직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유전자가위기술’과 ‘GMO’식품의 안전성과 차별성이 한 동안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유전자가위기술은 GMO와 같이 가시밭길을 걷지는 않을 것 같고, 소비자가 알고 사먹도록 ‘완전히 표시’한다는 조건 하에 전략적으로 수용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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