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탕세 도입’ 움직임…파급 효과 만만찮아
국내 ‘설탕세 도입’ 움직임…파급 효과 만만찮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3.15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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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제품 가격 상승에 촉각…영국·스페인 소비 줄고 시장 위축 사례
세금 부과돼도 단맛 안 바뀌어…대체 감미료 사용
건강 지향 추세 반영 자발적 무당 제품 출시도 많아

세계 각국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 과다 섭취를 막기 위해 제정하고 있는 ‘설탕세(sugar tax)’ ‘소다세(Soda tax)’가 국내에도 도입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당 음료에 대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세계 각국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 과다 섭취를 막기 위해 제정하고 있는 ‘설탕세(sugar tax)’ ‘소다세(Soda tax)’가 국내에도 도입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당 섭취 위험이 있는 탄산음료에 대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사진=Unsplash)
△세계 각국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 과다 섭취를 막기 위해 제정하고 있는 ‘설탕세(sugar tax)’ ‘소다세(Soda tax)’가 국내에도 도입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당 섭취 위험이 있는 탄산음료에 대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사진=Unsplash)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가당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자에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작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도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고 일일 당섭취량을 25g 이하로 권장하고 있어 나트륨 저감 정책도 필요하지만 과당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국민들의 실천만으로는 어려우며 제조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 당뇨, 비만,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조치로 영국, 스페인 등 현재 30여 개 국가에서 ‘설탕세’를 부과 중이며, 우리도 제2차 당 저감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며 설탕세 부과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주장에 업계는 아직 무덤덤한 반응이다. 나트륨과 동시에 당 저감화 노력도 지속적으로 해왔고, 법안이 발의됐을 뿐이지 아직 관련 규제가 마련되기 전이기 때문에 업체들의 반응은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는 것. 오히려 현 시점으로서는 당 저감화를 위해 해야 할 활동보다 설탕 원당의 가격 상승이 더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설탕세 부과 트렌드에 대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음료업계 관계자는 “과당 음료의 세금 부과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나 현재 결정된 바가 없으므로 업계도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수출시장에서도 각국의 설탕세 관련 제도가 비관세장벽의 영역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코로나19에 의한 설탕 원물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에 업계는 더 민감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저당, 무당 제품은 ‘설탕’을 뺐다는 거지 다른 감미료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어 단맛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세금 부과로 인해 단맛 자체를 줄이거나 설탕 대신 대체당이나 감미료를 사용하는 제조법의 변경으로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맛을 내야 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이 늘고 관련 수요가 줄어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과당 음료에 대한 설탕세 부과가 시작되자 글로벌 음료시장은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탕세가 부과된 음료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제도 도입으로 인해 더 차가워졌기 때문. 세금 부과에 따라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과당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설탕 첨가 음료에 대한 세금 부과가 시작된 2년 후 청량음료 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1년차의 5억2000만 파운드에서 2억4000만 파운드로 감소, 무려 54%가량 떨어졌다. 또 50% 이상의 업체가 무당 혹은 저당을 위한 제조법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설탕세를 부과한 스페인에서도 저소득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스페인 카를로스 국립 공공보건대학(National School of Public Health, Institute of Health Carlos III)의 미구엘 앙헬(Miguel Ángel Royo-Bordonada) 교수의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 중 3분의 2 이상이 설탕이 첨가된 음료의 소비를 줄였다고 언급했으며, 실제 과세 음료의 판매가 약 39% 줄어들었다.

또 미국 로스웰파크 암 연구소 셰릴 리바드(Cheryl Rivard) 박사 연구진들이 진행한 ‘음료 설탕세 부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태도’에 대한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1이 음료에 대해 20%의 세금이 추가되는 경우 과세 음료의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글로벌 음료업체들은 기존 탄산음료의 무당 버전 제품으로 소비 감소를 상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코카콜라는 유럽 지역의 설탕세가 제정되고 나서 첫 3개월 동안 판매물량이 1% 감소했으나 코카콜라 클래식의 무당 버전인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18.5% 성장해 이를 상쇄하고도 21%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고.

국내 탄산음료업계도 무당·저당 음료 출시가 한창이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가 단종됐던 펩시콜라의 무당 버전 ‘펩시콜라 넥스’를 ‘펩시콜라 제로슈거 라임향’으로 재출시하고 칠성사이다도 제로슈거 제품으로 내놓은데 이어 코카콜라도 ‘코카콜라 제로슈거’에 더해 ‘스프라이트 제로’를 이달 출시했다.

업계는 이러한 제품 속 당 저감화 노력이 설탕세 부과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지향성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제로 슈거 신제품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의 칼로리와 당류 과다섭취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이라며 “저당·무당 제품의 출시는 설탕세 부과와 별개로 세계적인 건강지향 소비트렌드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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