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치의 재발견…세계인 식탁 안착 방안 찾아야
[기고] 김치의 재발견…세계인 식탁 안착 방안 찾아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03.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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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입증하고 저장 기간 연장 방법 확립을
분말 등 변형된 조리용 가공 제품 개발 필요
파오차이와 차별화 홍보 병행 디자인 개선도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 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 역사에 김치가 이 나라 안을 넘어 이렇게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기는 했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이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극히 일부만이 가치를 인정해 줄 뿐이었다.

그러나 먹는 식품으로서 주식이 아닌 부식이 이렇게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코로나라는 이 시대적 불행한 상황과 김치의 독창성이 어우러진 결과로 본다. 김치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눈에 보이는 지표는 작년 김치 수출량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2019년 29,628톤에서 2020년 39,745톤으로, 수출금액도 104,992천 불에서 144,492천 불로 급격히 증가, 관련 산업이 수출을 시작한 이래 새로운 역사를 매년 고쳐 쓰고 있다. 수출 증가 추세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와 같이 김치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면역에 대한 국내외 관련 분야 과학자들의 발표가 있었지만 발효식품의 일반적인 특성, 즉 면역기능 향상과 젖산균의 장내세균 총 개선이라는 광범위한 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치는 적어도 10~30종의 부재료가 적절히 혼합되어 맛의 조화를 이루고, 더욱 종합 발효로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 등 미량성분이 새롭게 생성되고, 살아있는 젖산균 등 유익균이 그대로 장내로 들어가게 된다. 이 균들이 근래 건강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 대상인 장내세균 총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probiotic)으로 작용함으로써 장 기능 개선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충분히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적인 열풍의 중심에 있는 매운맛은 김치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매운맛의 원천인 한국산 고추는 매운맛뿐만 아니라 감칠맛을 뒷받침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고추와는 차별화되고 있다.

절임배추에 들어가는 부재료는 어떤가, 항균활성과 다양한 기능성이 알려진 마늘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생강은 독특한 풍미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들이 어울려진 조화된 맛은 김치를 가까이 접해보지 못한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여기에 여러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참여가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수출량 증가에 들뜨기보다는 이런 상승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차분히 숙고해야 할 때이다. 김치를 세계인의 식품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일시 붐이 아니라 수출 상대국의 일상 식생활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김치는 주식이 아니다. 부식이고 주식에 곁들여 먹어야 한다. 각 나라의 주식과 식단 형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그들의 식탁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발효식품 형태로 변형시켜야 한다. 김치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상대국의 식생활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일상식이 되도록 자기변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수출 상대국의 식생활과 식단에 대한 자세한 조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직접 조리를 책임지고 있는 외국 셰프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김치를 기반으로 한 변형된 가공 제품을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한다. 수프나 주식에 곁들여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조리용 제품이 다양하게 용도별로 개발되고 필요에 따른 액상 또는 건조제품으로도 보급해야 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특성을 맞춰야 하며 대상 음식에 어울림으로 맛과 향의 상승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어서 저장 기간의 연장 방법을 확립하고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 김치 종주국 위상에 걸맞게 국제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일부 업체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선발된 젖산균으로 발효를 유도하여 이상발효를 억제하고 온화한 신맛과 함께 저장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우수 균 선발·이용이 필요하다. 상당한 시간과 연구개발비가 필요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덧붙여 상품은 포장이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김치에 적합하고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포장 재질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국에 따라 포장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

끝으로 중국의 포차이와 차별화 홍보를 계속하고 우리 김치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상대국의 문화에 침투하는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문화에 침투해야 그들의 식생활에 깊게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중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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