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막걸리(탁주)의 활로 찾기
[기고] 막걸리(탁주)의 활로 찾기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06.2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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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품질 차별화하고 포장 개선, 혼탁 줄이고 저장 기간 늘려야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막걸리는 단원풍속도첩 중 점심에 막걸리 반주하는 모습으로 더 친근하다. 오래된 문헌상 막걸리는 양주방(釀酒方)에 혼돈주(混沌酒)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류로는 가장 오래된 서민 술로 법적 이름으로는 탁주이지만 막걸리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

옛 방식은 지에밥(고두밥)에 집에서 만든 누룩을 넣고 혼합해 옹기에 물을 붓고 따뜻하게 보온하면 술이 고인다. 2~3일이 지나 발효가 거의 마무리되면 체로 막 걸러 뿌옇고 텁텁하고 감칠맛이 나는 술이 막걸리다. 자연 발효로 알코올 도수는 4~5%로 높지 않으나(지금은 고농도 막걸리도 생산) 농사일 하면서 지친 농민의 몸을 추스르는 데 제격인 피로 회복용 농민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일제 말기 식량이 부족해 쌀로 술 빚기를 금지하면서 우리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명한 전통주가 사라지는 수난을 겪었고 해방 후에도 주세 확보 수단으로 술의 판매를 허가제로 바꾸면서 가정내 자가용 술까지 제조가 엄격히 규제했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후에도 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964년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밀가루, 옥수수가 막걸리 주재료로 사용되면서 질이 떨어져 막걸리 애호가들의 외면을 받았고 막걸리의 소비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후 1971년 쌀 막걸리가 허용되면서 다시 막걸리 산업이 기지개를 켰고 결정적인 계기는 주류에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2010년 8월)되면서 국산 쌀을 사용한 쌀막걸리가 주류를 이루었고막걸리 산업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기회가 됐다. 또한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서 막걸리가 풀리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근래 우리나라 여러 전통 식품이 세계적으로 새로 조명되면서 막걸리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막걸리 빚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막걸리가 마을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고 막걸리가 모든 행사에 필수 음료이고 생업이나 의례 경조사에는 꼭 곁들여 우리 정신 문화에도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과실주, 증류주 등이 국내 생산 또는 수입되고 각종 주류가 고급화되면서 국내 막걸리의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전체 주류 중 전통주의 출고액이 2015년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막걸리는 2011년 5097억 원에서 2019년 4429억 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국세청 자료).

한편 막걸리 수출은 2020년 현재 일본, 미국 등 56개국에 달하고 수출액은 작년 기준 1267억 원에 이르고 있다(kati, 2021). 국내 소비 침체를 수출 확대로 방향을 돌리고있다. 우리 민족의 얼이 깊게 배어 있는 막걸리는 우리 전통 알코올 음료로 계속 발전시키고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료로 육성시켜야 할 당위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품질의 차별화다. 경제적인 측면과 제조 편의성 때문에 일본식 고지 사용보다 우리 전통 누룩을 개량해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 마침 농식품부도 전통주제조용  전용 누룩을 보급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전통 누룩을 수집, 분석해 지역별 특성 있는 균을 분리 사용하고 공급하는 균을 활용하되 복합 균에 의한 복발효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둘째, 침전 문제이다. 미분해된 입자가 혼탁의 원인이 되겠으나 막걸리의 특징이므로 혼탁하되 가라앉지 않게 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초미세 분쇄 기술, 침전 방지제 등을 이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셋째, 저장 기간 연장의 문제이다. 막걸리의 특징은 여러 미생물, 특히 효모나 젖산균이 살아있어 건강에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으나 살아 있는 효모 등에 의한 가스 발생과 젖산균에 의한 시어짐은 관리해야 할 어려움이다. 냉장 유통이 최선이나 미생물을 관리하는 방법도 연구대상이다. 

마지막으로 포장의 개선이다. 플라스틱 용기는 고급 제품의 인상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용기의 재질과 디자인에도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업체, 학계, 관계의 유기적인 협력 연구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민족 정신이 배어있는 전통음료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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