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의 중금속 포비아 확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5)
가공식품의 중금속 포비아 확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5.1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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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등 국내 기준 세계 최고…과도한 걱정 불필요

코로나 시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의 중금속 이슈도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낙지머리 카드뮴 사건, 톳과 다시마환의 카드뮴, 비소 검출, 참치 캔의 비소, 참치 수은 등 굵직한 중금속 검출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美 연방 하원 경제 소위원회에서 유명 업체들의 영유아용 식품에서 높은 수준의 독성 중금속이 발견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식품의 중금속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중금속(重金屬)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 중 비중이 4.0 이상의 무거운 금속 즉, heavy metal을 말한다. 공장이나 자동차 매연, 폐수, 폐 건전지 등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은 채 배출하면 토양이나 공기, 물이 오염되고, 이런 환경에서 생산된 식품의 원료인 농축수산물은 중금속에 오염된다. 또한, 중금속은 오염된 식품을 통한 섭취뿐 아니라 생활환경, 황사, 미세먼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은 납, 카드뮴, 수은, 비소 등이 있다.

유해 중금속이 몸속에 축적되면 신경 손상은 물론, 발암성, 불임, 실명, 뇌 손상, 사망 등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가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일단 우리 몸에 흡수돼 축적되면 제거할 방법이 없다. 당연히 시중에 난립하는 디톡스(해독) 식품은 근거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중금속의 피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평소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에서 중금속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사실 중금속은 광물이라 식품 원료인 농축수산물이 자라는 토양이나 물, 공기 등에 자연적으로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쌀, 과일, 채소 등의 식재료는 물론 가정에서 조리하는 음식에도 미량의 중금속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것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중금속 노출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해 각 국가별로 정부는 모든 식품에 대해 중금속 안전 관리 기준을 정해 식품을 통한 중금속의 섭취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특히 우리 식약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美 식약청(FDA), 유럽연합(EU) 등 제 외국 기준과 비교해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중금속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 원재료의 경우, 제 외국 기준보다 더 세분화해 재료별로 납, 카드뮴, 비소, 수은 기준을 각각 설정하고 있는데, 허용 기준 역시 다른 나라보다 낮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관리한다. 가공식품 역시 원료로 사용된 농축수산물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린이 식생활안전 관리 특별법」을 시행하는 등 어린이나 영유아의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이들이 주로 섭취하는 분유, 이유식의 안전성은 전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해 국내에서 유통, 판매되고 있는 영유아용 식품은 가정에서 농산물을 구매해 직접 조리해 만든 이유식과 비교해도 중금속에 관한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중한 우리 아이와 자손들에게 먹이는 음식에 대한 안전 관리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금속의 오염이나 이로 인한 건강 문제는 경계해야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극미량의 오염까지도 잘못된 논리로 ‘마녀사냥’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 사실상 모든 천연 식재료가 사용된 음식에는 미량의 중금속 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객관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극미량의 중금속이 함유된 식품까지도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은 대안 없는 고민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해야 할 최선의 실천은 안전한 청정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를 구매해 영양이 풍부한 맛난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시판 가공 제품을 구매할 때 표시를 보고 원료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인지 꼼꼼하게 확인 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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