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안전 사후관리 자가품질검사 제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8)
식품 안전 사후관리 자가품질검사 제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5.31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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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썹 적용은 이중규제…선진국선 기업 자율 책임

자가품질검사는 식품, 식품첨가물, 기구·용기·포장을 제조·가공하는 영업자 및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가 자신이 제조·가공하는 식품이 식품공전이나 식품첨가물공전에서 정한 기준·규격에 적합한지를 스스로 검사하는 제도다.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정해진 주기와 항목에 따라 식품 등을 제조가공하는 영업자는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하며, 미 이행 시엔 행정처분이 발생한다.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오면 모든 제품을 식약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부적합 판정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하며,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도 병과 된다. 부적합 제품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경우 품목제조정지 1개월,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 제품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과거 HACCP(식품안전인증제) 지정업체인 C 제과가 식중독균이 검출된 유기농 웨하스를 자가품질검사로 미리 알고도 판매해 생산이사 등 3명이 구속되는 등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 사실을 보건 당국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대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 국민에게 준 충격이 매우 컸었고 소비자단체들도 엄중한 처벌 요구와 해당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전개했었다. 또한 실효성 있는 자가품질검사 제도의 보완 및 HACCP 인증업체에 대한 전면적 안전 관리체계의 재검토를 추가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국내 10만 개 이상의 식품업체가 제조·판매하는 모든 식품의 품질과 안전 관련 기준·규격 적부를 정부가 직접 판정하고 관리하기가 불가능해 개별 기업에 그 의무를 맡긴 상태다. 이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예전 HACCP이 도입되기 전에 출고 직전의 제품에 대한 품질과 안전을 검증하던 최종 관리점이었다. 그러나 HACCP과 같은 식품의 사전 안전 관리가 거의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의무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후관리의 개념인 자가품질검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이중 규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말 그대로 자가품질검사는 사업자가 자신이 생산·판매하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 관리를 위해 출고 전 검사·검증하는 자발적 신뢰 기반의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 제조업체가 자가품질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부적합 결과를 정부에 보고토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은 이와는 다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식품안전 주요 선진국에선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식품의 안전성 보장 의무는 규정하나, 안전성 보장 시 품질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지 않으며 자가품질검사의 법적 효력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식품업체가 국제표준인 ISO 9001에 기반해 품질검사를 자율적으로 실시토록 하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실정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적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자가품질검사 결과가 바로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수명령이 자동으로 내려지고, 식품안전 나라에 공개돼 행정처분에 버금가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HACCP 인증업체의 경우, 식품제조업 영업자는 인증 취소 시 해당 식품(유형)만이 처분 대상이 되나 축산물 제조가공업 영업자는 한 가지 축산물 가공품 유형만이라도 인증이 취소되면 해당 영업장 전체가 영업정지와 같은 효력을 초래해 큰 타격이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PL 법(제조물책임법)이 시장에서 유명무실한 상태라 민간에 맡긴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정부가 관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결국 PL 법이 활성화된다면 기업 스스로가 자가품질검사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고, HACCP도 알아서 도입할 것이라 정부에서 굳이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 PL 법이 활성화된 선진국에서는 사고 발생 시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으로 도산하는 경우가 허다해 기업 스스로 사전 안전 관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 검사 없는 선진적 사전관리 제도인 HACCP 지정업체까지도 자가품질검사 결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본다.

추가적 개선책으로 단기에는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시 공개 전 의견 제출이나 청문 기회를 제공토록 하고 HACCP 지정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성격으로 자가품질검사 항목 중 품질을 제외한 안전 관련 검사 항목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식품산업 부문 PL 법을 활성화시켜 자가품질검사를 자율화하고 혹 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없애고 스스로 개선토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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