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제품 근절을 위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등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0)
미투 제품 근절을 위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등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6.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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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의한 신기술·신제품 보호 또 다른 상생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지난 4월 특허청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 기본계획 수립 추진단’ 출범을 알리며 기술·영업 비밀 유출 차단, 데이터 무단 사용 등 신(新) 유형의 부정경쟁행위 근절 등 지식 재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국가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부정경쟁 방지 분과에 포함되는 식품의 경우 형태 모방, 짝퉁 등 전통적 부정경쟁 행위와 새로운 부정경쟁행위 규율이 마련된다고 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즉, 타인의 아이디어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영업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법을 손봐 식품업계 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미투 제품’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라 한다. 특허청은 행정조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정명령제를 도입하고,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명령 불이행 죄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진즉에 법적인 방지 장치가 마련됐어야 했는데, 늦은 감은 있으나 환영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식품업계에는 이런 실망스러운 베끼기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누가 무슨 쌈빡한 제품 하나, 멋진 용기 디자인 하나 개발해 히트라도 치면 너도나도 ‘미투 제품’, 즉 ‘짝퉁 제품’을 순식간에 쏟아낸다. 얼굴 없고, 이름 없는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노라 하는 일부 대기업도 막강한 브랜드와 고정 고객을 활용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이 우리 식품산업계의 현실이고 수준이었다.

식품업계를 강타했던 ‘허니버터칩’, ‘칵테일 소주’, ‘그릭유거트’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 출시되자마자 벌떼처럼 미투제품이 쏟아졌던 기억이 있다. 또한 식품업계 디자인 관련 분쟁은 1997년 O사-L사의 초코파이를 시작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C사-O사의 컵밥, C사-O사의 냉면 등이 분쟁을 겪기도 했다. 또한 B사는 1974년부터 출시된 인기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와 용기, 디자인이 유사한 ‘바나나맛 젤리’ 제품을 제조, 판매한 모 업체를 상대로 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제품뿐 아니라 용기가 가지는 기능과 가치 손상 행위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식품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최근 접수되는 부정 경쟁행위 신고의 절반 이상이 ‘상품형태 모방’이라고 한다. 특히 디자인 등록이 쉽지 않은 식품산업에서 이런 모방행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참에 산업 전반적으로 만연한 미투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근절되지 않고 자칫 기업 간 법적 분쟁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R&D 투자가 타 산업 대비 소홀한 식품업계의 경우 미투 제품이 비일비재하지만 독창성과 차별성을 전제로 할 경우 소송에서 원 제품이 승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 승소하더라도 수년의 소송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미투 제품을 팔다가 수명이 끝나기도 해 이 제도가 현실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미투 제품은 중소기업에서 주로 만들기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에게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제도 시행도 역시 득(得)과 실(失)이 있겠지만 ⌜부정경쟁방지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개발자의 신기술·신제품 개발 의지를 북돋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식품기업들도 R&D에 적극 투자할 것이고 이런 선순환이 형성돼야 세계적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대기업 간의 분쟁도 있었고 대기업 제품을 중소기업이 모방한 경우도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베껴 힘들게 일구어 낸 시장과 희망을 한순간에 꺾었던 경우도 많았다. 물론 스마트 팔로어 전략도 하나의 경영전략이긴 하나 누군가 히트제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밥숟가락 하나 올려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얌체 마케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먼저 시작하려는 생각이 나 신제품·신기술 개발 활동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식품산업계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막강한 파워 브랜드로 히트 상품을 희석시키고, 시장을 갉아먹는 행위 또한 파렴치한 범죄행위라 생각한다.

동업자 의식 없이 이익만을 생각하는 식품산업계의 이기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선진 외국에서는 누군가의 빅 히트 상품을 카피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권리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잘 돼 있긴 하나, 서로의 제품과 시장을 존중해 주는 상생의 선진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이 너무나 쉽게, 돈을 벌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나 않은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제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내수를 넘어 수출이 주력일 정도로 성장했고, 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회사도 30개에 육박한다. 우리 식품·외식 시장규모는 벌써 200조를 훌쩍 넘어섰고 해외 매출 1조 달성 기업도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을 필두로 늘어나는 추세다. 말로만 ‘상생(相生)’이 아니라 최초 개발자의 피와 땀, 경쟁기업의 R&D 노력을 상호 존중해 주는 훈훈하고 진정한 ‘상생의 시대’가 어서 오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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