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김치 등 중국산 수입식품의 객관적 분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1)
불량 김치 등 중국산 수입식품의 객관적 분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6.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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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 제조로 ‘저질’ 낙인…해썹 적용이 답

최근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소위 ‘알몸 배추’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구면서 온 나라에 중국산 포비아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알몸으로 절임배추 통에 들어가서 녹이 쓴 포크레인으로 절임배추를 걷어내는 중국산 김치 제조 동영상이 온 세상에 퍼졌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에 가지 않거나 중국산 김치 취식을 거부하는 방식의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식당이나 급식을 통해 먹는 김치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식업체 등에 공급되는 중국산 김치는 1㎏ 당 1,200원, 국산은 2,700원 수준인데, 올 4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1만 8077t으로 전월(3월 2만 5247t) 대비 28.4%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16년 7월(1만 7513t)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라 한다. 특히 지난 3월 중국산 김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24.5%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4월 들어 추세가 갑자기 꺾인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알몸 김치 동영상 파문 이후 강화된 중국산 김치의 통관 검사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이 무더기로 나왔다. 55개 제조업소가 수입 신고한 중국산 김치 289개 제품을 대상으로 보존료, 타르색소, 식중독균 등 5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15개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여시니아균(Yersinia enterocolitica)이 검출돼 식품 기준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또한 일부 중국산 절임 배추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보존료가 검출됐고, 냉동 다진 마늘에서는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해 위생문제가 심각하다.

이처럼 중국산 김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자 외식업계에서는 ‘국산 김치’를 쓴다는 문구를 내거는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도시락 업계 1위인 한솥도시락도 100% 국산 재료만 사용한 김치를 쓴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와 매장에 안내문으로 내걸었다. 김치 수요가 국산으로 몰려 우리나라 식당용 김치 생산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는 있으나 식당 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체적인 김치 소비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어 김치산업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서 온 수입식품이 홀대받는다. 오죽하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부적합 사례가 세상에서 제일 많겠는가? ‘원산지 거짓표시’는 주로 돼지고기, 배추김치, 쇠고기, 닭고기 순으로 발생했고, 소비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일반음식점, 식육판매점 순으로 높았다. 즉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프리미엄으로 여겨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속임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원산지 속임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원산지 표시 대상 26만 2000개소를 조사한 결과, 이중 2,905개소가 원산지 거짓표시를 했는데 그중 약 3분의 1인 1,022개소가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고 한다. 수입식품 중 교역량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이미지로 가장 홀대받는 것이 바로 ‘중국산’이다. 이런 현상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해외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 자유화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 로컬푸드에 대한 무한 신뢰 등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품질도 우수한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중국, 동남아 등 위생 취약국에서 들여온 식품은 당연히 품질이 낮고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더욱 천대받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중국에 가서 대부분 품질은 고려치 않고 가격만 보고 수입해 오다 보니 ‘중국산’ 하면 ‘저질’, ‘싸구려’, ‘식당용’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알몸 배추, 멜라민사건, 중국산김치 파동 등 중국에서 발생했던 불량식품과 속임수 관련 사건을 자주 보도하다 보니 나쁜 이미지가 우리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식품의 가치는 ‘원산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최종 ‘식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품질’이 결정하므로 중국산도 국내산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 수가 있고 실제 더 좋은 제품도 많다. 그러나 중국산이 이번 알몸 김치 파동처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계속 제조된다면 앞으로 중국산은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중국산 김치 제조업체의 현지실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김치가 HACCP(식품안전인증제) 의무품목이므로 모든 수입 김치도 HACCP을 의무화시켜야 공평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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