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Ⅰ] K-푸드 글로벌 경영…현지 깃발 꽂는 식품업계
[창간 25주년 특집Ⅰ] K-푸드 글로벌 경영…현지 깃발 꽂는 식품업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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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지도 제고·매출 확대에 총력
매운맛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 각인
현지화 전략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작년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코로나19 사태에도 ‘K-푸드’ 열풍을 이끈 국내 식품업계가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저변 확대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해외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한 농심, 오리온, 삼양식품 등은 창사 이래 최대 해외실적을 기록했고, CJ제일제당은 작년 달성한 식품 매출 약 9조 원 중 46%를 해외에서 벌었다. 특히 슈완스 인수 효과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미국에서만 작년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비비고 만두’는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K-푸드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최고 해외 매출을 달성하며 K-푸드의 저력을 확인한 식품업계는 올해 역시 바이오, 대체식품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 올 상반기부터 코로나19 역기저 현상이 일고 있는 점은 넘어야 할 과제다. 해상운임비를 비롯해 원·부자재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환율 하락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2021년 6월(누계) 농림수산식품 수출동향’을 살펴보면 최대 교역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창간특집호 Ⅰ ‘K-푸드 글로벌 경영…현지 깃발 꽂는 식품업계’를 주제로 국내 식품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수출 전략과 현황, 현지 마케팅 등 글로벌 시장 공략법에 대해 다뤄봤다.


CJ제일제당


CJ 식품 매출 9조 원 중 46% 국외 실적
만두만 1조대…‘비비고’ 메가 브랜드 육성
슈완스 인수 계기 미국 생산 기지 4배로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기업인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9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사업기반을 다졌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서부와 동부 주요 도시에서 냉동만두, 냉동간편식, 면 등을 생산하며 브랜드·제품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에 R&D센터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혁신기술 기반 ‘K-Food’ 식문화 전파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에는 인수한 미국 대형 식품기업 슈완스 컴퍼니로 글로벌 식품사업 가속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슈완스 인수는 CJ제일제당에서 추진한 M&A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슈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은 미국 전역에 걸친 식품 생산·유통 인프라 및 R&D 역량을 갖춘 ‘K-Food 확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

슈완스 인수에 따라 CJ제일제당은 미국 사업에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1개로 대폭 확대됐으며, 사우스다코타 공장 부지가 확정됐다. 월마트(Walmart), 크로거(Kroger), 코스트코(Costco)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슈완스 인수 전 3000여 매장에 입점돼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규모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의 브랜드 경쟁력과 슈완스의 유통 플랫폼 결합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기존 만두,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도 피자, 파이, 애피타이저 등 대중적인 카테고리로 대폭 확대되고, 한식과 연계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도 기대되고 있다. 향후 한식의 맛과 장점을 살린 다양한 아시안 푸드(Asian Food)로 식품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아시안푸드 브랜드들이 별도 진열된 아시아푸드존에서 ‘비비고 비빔밥’ 제품을 고르고 있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아시안푸드 브랜드들이 별도 진열된 아시아푸드존에서 ‘비비고 비빔밥’ 제품을 고르고 있다.

미국 식품사업 확대에 있어 CJ제일제당은 한식의 맛과 가치, 한국식 식문화를 전파하는 글로벌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전략 제품인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K-Mandu’ 신드롬 확산에 주력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6년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25년간 이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작년에는 4000억 원대 매출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비비고 만두’의 성공은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수년간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며 ‘비비고 만두’ 브랜드와 R&D, 제조기술을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플러턴 공장과 뉴욕 브루클린 공장을 가동 중이고, 뉴저지/보몬트 공장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도 냉동만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Healthy Food)’으로 차별화 시켰다. 한 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선호가 엇갈리는 실란트로(고수)를 재료로 사용했다.

CJ제일제당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비비고 제품들을 ‘넥스트 만두’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도 ‘치킨’ ‘즉석밥’ ‘김’ 등은 K-콘텐츠를 통해 알려진 해외에서 친근한 메뉴로, 시장에 차별화된 경쟁 제품이 없어 ‘제2의 비비고 만두’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식생활에 광범위하게 침투하고 있는 ‘핫소스’ 성장세에 맞춰 고추장 등 K-소스의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김치’도 적극 알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식품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비비고 히트상품을 지속 선보이고 북미에서의 성과가 타 국가로 확산해 비비고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 상


미국·유럽·일본 등 21개 해외법인 운영
종가집 김치 40개-순창 고추장 72개국 진출

대상은 1973년 해외 플랜트 수출 1호를 기록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래 꾸준히 해외 거점을 확대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오세아니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에 21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와 순창 고추장, 청정원 등 대표 식품 브랜드를 비롯해 바이오와 전분당 소재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권역별 주류시장 진입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대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종가집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종가집 김치 요리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김치와 접목한 퓨전 요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종가집 김치 요리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김치와 접목한 퓨전 요리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주요 대형 유통채널에 새롭게 판매하는 김치가 증가하며 수출액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대상은 미국 내 다양한 유통채널에 종가집 김치를 판매해 왔다. 2019년부터는 미국 내 종가집 김치의 수요가 늘어나며 서부와 중부지역의 메인스트림 유통채널까지 입점 점포가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더욱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아시아푸드 매대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한국 김치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점차 입지가 커지고 있다. 대상은 올해 미국 현지 김치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종가집은 북미와 유럽에서 ‘코셔(Kosher)’ 인증마크를 획득하며 김치 수출에 힘을 더했고, 2009년에는 할랄인증을 획득해 작년부터 이라크, 카타르 등 중동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72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향후 전 세계 100여 개 이상 국가로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은 기존 교민시장을 탈피하고 주류시장의 안정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테일 시장에서는 내추럴고추장(Korean Chilli Sauce)을 필두로 현지 유통업체 및 시식행사, 셰프 연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대상 내추럴고추장은 미국 내 1000여 개 점포에 입점해 있다.

대상은 1973년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에 MSG 제조 합작기업인 미원 인도네시아(PT.MIWON INDONESIA)를 설립하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바이오, 전분당 등 소재사업을 비롯해 각종 가공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에는 대상홀딩스가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 꾸부라야 지역에 팜오일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으며, 2015년에는 PT미원 인도네시아 전분당 사업부에 697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전분당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소재시장 매출 정체에 대응한 해외매출 확대를 꾀하고, 기존 MSG 위주의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미래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16년 말 완공된 인도네시아 전분당 공장을 통해 약 15만 톤 수준의 전분당을 생산하고, 인도네시아 내 주요 수요처를 사전 확보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한편 생산기지 확대와 품목 다변화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상의 인도네시아 식품사업 매출액은 작년 1326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2% 성장했다. 대상은 오랜 인도네시아 사업을 통해 쌓아온 현지 친화적 기업 이미지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할랄식품 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론칭한 인도네시아 종합식품브랜드 ‘마마수카’를 통해 선보인 김, 빵가루 등은 현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김은 동남아시아에서 대대적으로 김 사업을 펼쳐온 태국의 ‘타오케노이(Taokaenoi)’를 제치고 63%의 시장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 음식에 어울리는 맛을 구현한 뿌려먹는 김을 출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공장 현지화는 인도네시아 식품사업의 큰 경쟁력이다. 인도네시아 까라왕에 위치한 식품 생산공장 PT. Aneka Boga Nusantara에서는 연간 2만 톤 규모의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1994년 미원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대상은 MSG 등 바이오 사업을 바탕으로 전분당과 종합식품사업에 이어 최근에는 육가공 시장 진출을 통해 냉장냉동 시장도 공략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베트남을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함께 동남아시아 글로벌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상은 2011년 2월부터 할랄인증 제품 수출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김치, 김, 식용유 등 총 43개 품목에 대해 할랄인증을 획득했다.


동원F&B


‘김치참치’ 해외 전략 제품으로 출시
캔햄 ‘리챔’ 아시아 수출 급증…미주도 겨냥

동원F&B는 캔햄 ‘리챔’을 앞세워 일본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일본 전역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리챔을 판매하기 시작해 3개월 만에 누적 40만여 캔을 판매했다. 올해 말까지 100만 캔을 판매해 현지 판매액을 40억 원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판매량을 250만 캔까지 끌어올려 판매액 1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일본에서 리챔의 인기 요인은 짠맛이 강한 요리가 많은 일본에서 리챔의 저나트륨 콘셉트가 주목을 받으며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캔햄을 사용한 다양한 요리에 일본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동원F&B는 리챔 컵밥, 리챔 김밥, 리챔 김치찌개 등 리챔을 한국 음식에 접목시킨 다양한 메뉴들을 일본 현지에 소개해 일본인들이 간편하게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레시피 마케팅을 진행했다.

리챔은 일본 외에도 2004년 홍콩에 처음 수출된 이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총 1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 일본 수출 실적에 힘입어 해외 판매액 1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캔햄 수출시장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리챔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며 “리챔의 차별화된 품질과 저나트륨 콘셉트를 통해 해외 시장 마케팅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며, 추후 캔햄에 대한 수입장벽이 해소된다면 미주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참치명가 명성에 걸맞게 김치를 사용한 참치캔 ‘동원 김치참치’를 해외 전략제품으로 출시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우리 김치가 큰 인기를 얻자 개발한 제품이다. 실제 작년 김치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1억 44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 4월 기준 누계 수출액은 611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소비 니즈를 반영해 개발한 ‘동원 김치참치’는 김치와 참치 살코기로 만든 김치참치 볶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참치캔 제품이다. 1인 가구가 활용하기 좋은 90g 소용량 제품이며 김치참치 볶음밥이나 두부부침 등 활용도가 높다.

동원F&B는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할랄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며, 미주 시장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 제품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K푸드를 향한 해외 시장에서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김치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음식들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며 “외국인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 심


라면 LA 공장 계기 해외 사업 확대
한국의 맛으로 마케팅…자국산보다 고평가
100여 개국 수출 톱5…남미 시장 공략 채비

농심은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6개국에 법인을 운영 중이며, 미국과 중국에는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농심은 1971년 소고기라면을 미국에 수출하며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후 1981년 일본 동경사무소 설립, 19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 설립, 1994년 농심의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이 설립됐다. 1996년에는 한-중 수교로 기회가 열린 중국(상해)에 법인을 세우고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이어 2005년 미국 LA공장을 가동하면서 아시아권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다.

전 세계 약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으며, 작년 해외 매출 9억 9000만 달러를 달성, 라면기업 세계 5위에 등극했다.

농심의 글로벌 사업 성장 배경에는 제품과 마케팅의 ‘투트랙 전략’이 유효했다.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가져가되, 광고나 마케팅 등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시한 것.

농심은 “우리 브랜드를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 아래 해외 진출 시 한국 라면 특유의 얼큰한 맛은 물론 제품의 규격, 디자인, 브랜드까지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

중국에서는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통해 인지도 확보에 주력했다. 중국 인기 스포츠인 바둑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신라면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기업 제품명을 대회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세계 기전 중 신라면배가 처음이다.

TV 광고 카피에 있어서는 마오쩌둥의 ‘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는 말을 인용해 ‘매운 것을 못 먹으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광고로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매운맛을 자연스럽게 전파했다.

영업에서도 중국의 경제상황을 철저히 분석했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활발히 이뤄지는 동부 주요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한국제품의 수요가 많고 경제규모도 커지는 점을 고려해 동부 해안 도시부터 서부 내륙으로 순차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해 나갔다. 농심의 주요 법인과 생산시설이 청도, 심양, 상해 등에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는 동부 대도시를 거점으로 서안, 성도, 중경 등 서부내륙지역의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시장 역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의 음식으로 포지셔닝하기 보다는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했다. 신라면은 현재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자국의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설까지 라면으로는 최초로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매운맛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미 진출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라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할 경우 단기적인 매출을 가져올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심의 브랜드가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해외 소비자들이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매운맛과 좋은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실제 농심이 미국 월마트 1300여 매장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품질”을 주요 구매요인으로 꼽았다.

농심은 미국시장 진출 당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부터 공략해 나갔다. 여러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한 곳에서 제품을 정착시킨 뒤 그 경쟁력으로 인접 지역을 공략해 나가는 방식이다. LA를 중심으로 주변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로 영업망을 넓혔다.

한국라면의 수요와 관심이 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생산공장도 가동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후 한인시장 인근 아시안계 마트와 히스패닉 등의 시장으로 넓혀 나갔고, 최근에는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의 핵심 유통채널로 영업망을 확충했다.

올해 농심은 세계 100여 개 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브랜드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동시에 짜파게티, 너구리 등 국내 시장에서 견고한 브랜드력을 갖고 있는 제품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공사 중인 미국 제2 공장을 연내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심은 제2 공장 가동이 미주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남미시장 공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


중국 등 해외 11개 공장…글로벌 제과
초코파이 외 현지형 제품 개발 점유율 제고

오리온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제과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이뤄냈다. 현재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 해외에서만 총 11개 공장을 운영하며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작년 2조 2298억 원, 영업이익 3761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해외진출 첫 포문을 열었다. 1997년에는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해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후 2002년 상하이공장을 완공했고, 2010년에는 광저우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추가로 세우면서 중국 남부 시장에 대한 공급력을 더욱 확대했다. 2013년에는 중국시장에서만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2014년에는 셴양공장을 가동해 동북 3성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오리온은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마케팅 활동과 지역별·도시별로 세분화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초코파이(‘하오리요우파이’), 오!감자(‘야!투도우’)를 비롯해 예감(‘슈위엔’), 스윙칩(‘하오요우취’), 고래밥(‘하오뚜어위’) 등을 현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초코파이는 ‘좋은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 파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며 파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오리온 양산빵인 ‘쎄봉’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오리온 양산빵인 ‘쎄봉’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R&D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출시한 초코파이 딸기, 찰초코파이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타오케노이의 김스낵 등도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에는 ‘닥터유 단백질바’(닥터유 단백견과바)와 ‘닥터유 에너지바’(닥터유 에너지견과바)를 출시하며 중국 뉴트리션바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은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고, 2009년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강화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2010년 1000억 원의 연 매출을 달성하고 2016년에는 204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최근 10년간 연평균 9%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이 주효했다.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초코파이는 지난 2017년 ‘초코파이 다크’, 2019년 ‘복숭아맛’, 2020년 ‘요거트맛’ 등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출시하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급성장하고 있는 생감자 스낵시장에서는 포카칩(현지명 오스타)과 스윙칩(현지명 스윙)이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김맛을 비롯해 김치맛, 스테이크맛, 에그요크맛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며 3년 연속 생감자 스낵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쌀과자(현지명 안), 양산빵(현지명 쎄봉) 등 새로운 상품군을 내놓으며 신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1993년 러시아에 진출한 오리온은 현재 트베리와 노보에 생산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 공략 일등공신은 초코파이다. 2017년 기준 연간 판매량 7억 개를 돌파하는 등 현지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러시아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를 출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월 누계 기준 매출 506억 원을 올리며 중국, 베트남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누적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22조 원 규모의 러시아 제과시장 공략은 물론 중앙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3년간 51억 2700만 루블(약 800억 원)을 투자해 러시아 트베리 크립쪼바에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022년 완공이 목표며 초코파이, 비스킷류 6개 라인과 스낵 2개 라인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2월에는 인도 ‘라자스탄’(Rajasthan)주에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인도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제조업체인 만 벤처스(Mann Ventures)와 생산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최상의 제품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리온이 설립한 공장 및 시설에서 생산은 만 벤처스가 맡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초기에는 세계적인 제품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초코파이를 집중 생산하고 향후 비스킷, 스낵 등 제품군을 확대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이커머스 판매를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소규모 전통채널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유튜브 타고 입소문
수출이 절반 넘어…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

삼양식품의 수출 일등공신은 ‘불닭볶음면’이다. 출시 당시에는 매운 볶음면이라는 제품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소수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는데,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 ‘Fire Noodle Challenge’가 전 세계적인 유행처럼 번졌고, 불닭볶음면은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콘텐츠이자 더 나아가 K-Food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불닭볶음면’이 호기심에서 시작돼 단기간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인기가 현재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삼양식품의 숨은 전략에 있다.

△불닭볶음면은 중독성 강한 차별화된 매운맛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미얀마에서 열린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한 장면.
△불닭볶음면은 중독성 강한 차별화된 매운맛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미얀마에서 열린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한 장면.

삼양식품은 수출 초기부터 할랄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14년 KMF 할랄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인증을 받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한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거쳐 완성한 불닭브랜드의 확장이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현지 대형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대량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파트너사가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스템, 유통, 마케팅 역량을 활용하며 체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2019년에는 일본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미국 및 중국에도 판매 법인을 설립해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렇게 탄생한 불닭브랜드는 현재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5년 3000억 원을 밑돌던 매출은 2019년 5435억 원으로 급상승했으며, 작년에는 6485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중 3703억 원이 해외 매출이다. 올해도 이러한 성장세는 지속돼 1분기 달성한 매출 2875억 원 중 1666억 원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삼양식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2016년 수출 이후 4년 만에 매출이 3배 넘게 증가했다. 수출 제품 중 불닭볶음면은 중국 내 매운볶음면 제품 중 소비자 선호도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유명 해외 라면 업체에서도 유사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불닭브랜드는 618 쇼핑 축제, 광군제 등 중국 최대 쇼핑 행사에서 매년 라면 판매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진행된 618 쇼핑 축제에서도 징동, 티몰, 핀둬둬 등 주요 플랫폼에서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불닭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불닭볶음면은 중국인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차별화된 매운맛으로 수입 라면 중 매운맛 카테고리를 독보적으로 선점했으며, 한국에서 만든 우수한 품질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며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 3년 연속 선정된 불닭볶음면은 이제 중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맛 라면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동남아시아는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진출 초기부터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 현재 신제품 출시에 따라 할랄인증 품목 수를 늘리고, 국가별 전략을 수립해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폭발적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코트라(KOTRA)가 인증하는 ‘2020년도 세계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에서 라면 품목 생산기업으로 신규 선정됐다.

작년 기준 한국 라면 수출액의 50%를 담당하며 국내 라면업계에서 가장 많은 라면을 수출했다.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2017년 1억 달러 수출에 이어 2018년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2019년 무역의 날에서는 불닭브랜드로 ‘브랜드탑’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3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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