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넘어 식품 미래 먹거리 부상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넘어 식품 미래 먹거리 부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10.1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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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영향 주는 인체 미생물 군집…바이오 기업 투자·인수 활발
CJ, 레드 바이오로 확대 건기식·신약 개발키로
롯데칠성, 비피도 지분 취득 기능성 음료 추진
hy는 이뮤노바이옴과 제휴 식품·치료제까지
농식품부 ‘자원센터’ 착공…시료 수집·DB 구축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 군집으로 우리의 건강과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식품업계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근 식품업체들은 앞다퉈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 분야에 정통하고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까지 나서며 역량을 쌓는 첫걸음을 떼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019년 4502억 달러(약 518조 원)에서 2024년 6433억 달러(약 740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바이오 산업에서 최근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영양분 흡수나 대사작용, 면역체계, 신경계, 약물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식품기업들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811억 달러(약 91조 원)에서 2023년 1087억 달러(약 121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부터 미생물 식품소재과 첨가물을 개발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을 전개해온 CJ제일제당은 작년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화이트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올해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천랩을 인수하며 레드바이오(제약, 신약 개발)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신규 확장한 레드바이오 분야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관련한 건강기능식품과 신약 후보물질 등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바이오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983억 원이다.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은 2009년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기업이다. CJ그룹은 이번 인수로 CJ헬스케어를 2018년 매각한 뒤 3년 만에 CJ제일제당을 통해 다시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천랩·아주대의료원·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이번에는 천랩을 아예 인수하기로 한 것. CJ제일제당 측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가진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3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의 지분 1.61%를 취득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 강화에 나섰다. 취득 지분은 비피도 주식 6만 6007주, 취득 금액은 약 17억 원 규모다.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피도는 비피더스균 연구 및 제품 개발을 핵심역량으로 기능성 균주, 제약,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미생물 연구개발 기업이다. 비피더스균 기술을 통한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지근억 비피더스’와 화장품 브랜드 ‘비피도랩’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분 투자로 롯데중앙연구소의 식물성 유산균 연구·제품개발 역량과 비피도의 인체 유래 유산균(비피도 박테리움) 연구·제조기술 역량의 시너지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성 균주를 발굴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비피도와 함께 ‘헬스케어 균주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관성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기능성 음료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hy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기업 이뮤노바이옴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파마바이오틱스(Pharmabiotics)’ 개발을 본격화한다. 파마바이오틱스는 질병 치료 목적의 살아있는 미생물을 말하는 것으로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한정됐던 프로바이오틱스 활용 영역을 치료제 범주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뮤노바이옴은 유익균의 인체 내 작용 기전 규명에 특화된 기업으로 독자 개발한 인간화 마이크로바이옴 모델 ‘아바티움’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hy는 자사 균주 라이브러리를 이뮤노바이옴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양사는 균주 선발, 배양, 기능성 평가에 이르는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신소재 발굴과 함께 기능성 식품 개발은 hy가, 생균 기반 의약품은 이뮤노바이옴이 각각 추진한다고.

hy 관계자는 “양사 간 연구 역량을 집중해 질병 치료제로서 프로바이오틱스가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은 식품 산업과 같이 우리의 삶과 건강의 영위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원료 또한 맞닿아 있는 만큼 업계의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바이오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일부 분야는 식품업체들이 가진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일 것”이라며 “사업 안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기업들이 바이오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및 산업 지원을 위한 전문 은행인 ‘마이크로바이옴 자원센터’를 지난 8월 23일 착공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자원센터는 실물 자원의 수집, 보존뿐 아니라 미생물 군집의 유전 체 정보를 분석해 데이터 기반 융복합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2023년 상반기까지 완공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 내에는 미생물 유전체 등 분석 장비 및 초저온 보존시설, 동물실험실 등 연구 설비와 함께 기업·연구소 등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실, 전시·홍보실 등을 구축, 3500점 이상의 미생물 시료를 수집하고 유전체 및 특성 정보를 분석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후 매년 1000점 이상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자원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용한 기능을 지닌 미생물을 발굴해 산업계에 분양하고, 데이터 공유 및 분석 도구 제공, 데이터 활용 방법 교육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마이크바이옴 융복합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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