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난 식품 업계 대체 소재 찾기 고심
원료난 식품 업계 대체 소재 찾기 고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2.09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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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밀·대두·전분당 등 시세 오르는데 재고 부족…가격 인상도 한계
설탕, 천연 감미료 사용하거나 無설탕 제품 개발
천연사이다 제로·설탕 뺀 발효유 등 반응도 좋아
베이커리 밀가루 대신 쌀·호두 등 사용 제품 출시
소비자 선호도·입맛 잡는 R&D 뒷받침 돼야

원료 대란에 봉착한 식품업계가 대체 원료 찾기에 분주하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며 세계 곡물 생산량 감소로 인한 원당, 밀, 대두, 전분당 등 식품 주원료의 인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원료는 작년 한해만 kg당 기준 200원~1000원가량 올랐다. 더 큰 문제는 각 업체에서 확보한 재고량도 바닥이 났다는 것이다. 물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원료 확보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대안으로 대체 원료를 쓰거나 줄이는 방법 찾기에 한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값 인상 폭이 너무 커 작년부터 올 초 사이 라면, 제과, 음료, HMR 등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내외 인상했지만 갈수록 오르는 원재료 값으로 인해 이마저도 한계점에 봉착했다.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에서도 대안 찾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설탕’의 대체 원료로 천연 감미료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無설탕 전략도 행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설탕’의 대체 원료로 천연 감미료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無설탕 전략도 행해지고 있다.

 

대체 원료가 가장 활발한 품목은 설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소비 트렌드 확산과 맞물려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낮은 천연 감미료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설탕 수입량은 지난 2015년과 비교해 46.8% 감소한 반면 천연 감미료 ‘에리스리톨’의 수입량은 2015년 630톤에서 올해 3046톤까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설탕의 250~300배 수준의 감미도를 지닌 천연 ‘스테비아’는 동기간 146% 늘었고, ‘알룰로스’도 76% 수입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대체 감미료가 원당과 가격 경쟁력이 없는 만큼 실질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업계의 선택은 ‘無설탕’ 전략이다. 한동안 설탕을 뺀 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해 온 만큼 이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코카콜라 제로’는 작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했고, 동아오츠카의 제로칼로리 ‘나랑드사이다’도 작년 11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신장했다. 작년 초 재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는 출시 9개월 만에 1억 캔 판매를 돌파했다.

롯데제과는 최근 ‘무설탕 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설탕을 사용하지 않은 과자에 ‘제로’라는 단어를 일괄적으로 적용해 소비자에게 당 섭취 최소화 제품이라는 것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제로’ 프로젝트 제품을 파이·젤리·초콜릿·비스킷 등 과자 상품은 물론 아이스크림까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제품으로는 ‘쁘띠몽쉘 제로 카카오’와 ‘가나 제로 아이스바’가 예정됐다. 롯데제과는 향후 다른 브랜드에도 ‘제로’ 프로젝트 진행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매일유업 매일두유는 ‘설탕 빼고 건강 채우기 프로젝트’로 ‘아빠랑’ ‘무화당’ ‘미주라’ 등 저당 식음료 브랜드를 발굴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빙그레의 ‘요플레 Only2’ 플레인 요거트는 프로바이오틱스, 국내산 원유 두 가지 원료로만 발효한 설탕 무첨가 플레인 요거트다.

그런가 하면 밀가루 대신 곤약, 두부, 쌀 등을 사용한 제품들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 가루가 최근 밀가루 대체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수분 함량을 줄이거나 온도 조절 등을 통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부터 바삭함까지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어 베이커리 시장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원재료 값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업계에서도 대체 원료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 과거에도 대체 원료 식품, 저염·저당 제품들이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것은 결국 ‘맛’에 있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R&D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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