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폭등으로 바라 본, 밀가루 가치의 재조명-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4)
밀가루 가격 폭등으로 바라 본, 밀가루 가치의 재조명-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1.24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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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알레르기 유발 등 부정적 괴담 사라져
“음식 탓 그만”…비싸고 귀하면 해롭단 말 못해

요즘 밀가루 대란(大亂)으로 밀가루 값이 그야말로 금(金) 값이다. 지난 2021년 5월 한 포(20kg) 당 1,000~2,000원 인상한 바 있는데, 6개월 만에 또 20~30% 대폭으로 추가 인상됐다. 최근 10여 년간 이 정도로 폭발적인 가격 상승률은 없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밀가루 값이 폭등한 이번 대란은 미국發 국제 밀(小麥粉(소맥분), wheat flour) 이슈 때문인데, 美 농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밀 등 주요 작물의 63%가 흉작상태라고 한다. 아이오와 주 등 미국 북부의 주요 곡물 생산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 때문에 밀 생산량이 현격하게 감소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미국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호주도 마찬가지고 러시아도 밀재배 지역의 토양 수분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가뭄이 심한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항만 효율성 감소로 작년 12월 대비 올해 10월 기준으로 260%가 오른 그야말로 미친 ‘해상운임료’도 큰 역할을 했고, 선적 또한 잘 안되다 보니 물량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밀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와 가공식품 제조사들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밀가루 괴담(怪談)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음식 괴담은 귀하고 없어서 못 먹을 때는 쑥 들어가 있다가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지면서 스멀스멀 다시 기어 나오는 속성이 있다. 이렇게 밀가루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귀해지니 밀가루에 대한 알레르기 유발, 비만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괴담이 싹 사라졌다.

밀가루는 6·25한국전쟁 직후 쌀과 식량이 부족할 때 우리의 목숨을 구하려 수입한 제2의 식량이다. 그때는 쌀(米)이 주식이라 밀가루에 익숙하지 않던 우리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밀의 영양학적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하기도 했었다.

사실 밀가루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다. 미국의 Grain Chain에 따르면 피자와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밀가루 소비량이 미국보다 2배 많지만, 비만율은 오히려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음식인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 햄버거패티와 이탈리아의 화로구이 피자를 비교해 보고, 식사량, 운동량 등을 살펴보면 음식 자체보다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된다. 또한 밀가루가 글루텐 소화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유전질환인 셀리악병 환자에게 치명적이라고 경고하기도 하고 ‘영양실조’를 패러디한 ‘글루텐 실조’로 밀가루를 먹고 뇌손상이 생겼다는 루머도 한때 있었다.

밀가루뿐 아니라 설탕 값도 급등하고 있고 천덕꾸러기인 소금도, 콜라도 품귀현상으로 귀해지고 비싸지면 누구도 이들을 정크푸드라 치부하거나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못할 것이다. 음식은 죄가 없다. 모든 음식은 사람에게 좋게 쓰이도록 태어났다. 그래서 한자로 먹을 ‘식(食)’자는 사람 ‘인(人)’ 변 아래에 좋을 ‘량(良)’자가 들어간 합성어다. 건강을 잃은 원인을 밀가루, 설탕, 탄산음료 등 음식에만 돌리지 말고 과식, 폭식, 편식, 야식 등 자신의 나쁜 식습관(食習慣)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균형되고 절제된 바른 식생활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음식은 저마다의 타고난 장점과 단점이 있고, 어떤 음식이든 과하면 독(毒)이 된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량과 방식으로 잘 사용하면 밀가루고 설탕이고 모든 음식이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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