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세(salt tax) 부과로 본 소금(鹽)의 가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6)
소금세(salt tax) 부과로 본 소금(鹽)의 가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2.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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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생명 유지하는 조미료·보존제 등 역할
섭취량 줄이는 게 목표…함량 규제는 미봉책

태국 정부는 올해부터 소금세 부과를 시행한다. 2020년에 추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 연기해오던 것이었는데, 자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고나트륨 식품에 최대 880억 바트 규모의 소금세를 징수한다. 현재 태국 소비자의 나트륨 섭취량은 1인 1일 평균 3,600mg 이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000mg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징수 대상 품목은 라면, 냉동식품, 즉석 죽 등 즉석식품, 생선통조림, 스낵 등의 순으로 그 규모가 전체 즉석식품 시장의 18%인 약 880억 바트(약 3조 1,530억 원)로 예상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소금세(salt tax)는 프랑스, 영국 등 전쟁 및 사치스런 궁정 생활이 절정기에 달한 절대주의 시대에 왕실재정이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중국 당나라 때도 있었고 1930년 인도에서는 간디를 중심으로 소금세 저항운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소금(鹽, NaCl)은 예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품이었다. Salary(급여)가 Salt(소금)에서 유래했듯 소금은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이자 재화였다. 소금이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여겨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소금은 육류와 채소 등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생명의 상징이다. 혈액의 0.85%를 차지하는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게 필수다. 소금의 40%를 차지하는 나트륨(Na)은 짠맛을 내는 ‘조미료’이기도 하지만 생명 유지의 수호신이며,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보존제’ 역할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금의 건강 위험성이 재조명되면서 인류의 소금 과잉섭취가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환경과 식생활 특성상 장류, 젓갈, 김치 등 소금에 절인 고염식품의 섭취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의 80%가 찌개, 반찬 등 부식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전통적인 식습관이 그 원인이라 볼 수 있고 맞벌이 가정, 외식산업의 성장으로 인스턴트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아져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뇌혈관질환이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에 지구 전체가 ‘소금(나트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강력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일일소금권장섭취량’을 5g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g에 해당되는 양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조금 높은 2.3g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89g, 소금으로는 9.72g으로 권장치의 2배가량에 이른다고 한다.

소금은 천일염, 재제소금, 태움·용융소금, 정제소금, 가공소금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포장 크기에 따라 가격이 연동되긴 하나 한 인터넷 쇼핑몰 1kg 기준으로 정제염은 1150원, 맛소금 4800원, 히말라야 핑크솔트는 5800∼9600원, 게랑드 천일염은 2만 5600원, 함초 천일염은 1만 7000∼3만 5000원 등 가격이 정말로 다양하다. 9번 구워낸 죽염은 205g에 4만 5000원이나 한다.

그리고 소금의 안전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천일염은 바닷가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토사가 많이 섞여 있기도 하고 중금속 오염이 함유되기도 한다. 작년 12월 식약처는 국민청원 안전검사제로 핑크솔트, 천일염 등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식염 총 81개 제품을 수거해 기준‧규격인 중금속(비소, 납, 카드뮴, 수은), 불용분 항목을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했다고 밝혀 안심이 된다.

소금은 과량 섭취 시 고혈압 등 인체에 해를 주고, 부족하면 체내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물질이라 다루기가 참 어렵다. 캐나다 의사인 앤드루 멘트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트륨 과량 섭취 시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지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높아지지 않아 정상인은 소금을 많이 먹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멘트 교수는 “나트륨 저감화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고혈압이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사람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은 소금 과잉의 시대라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인류의 목표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지 ‘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소금을 죄악시해 반드시 써야만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되는 음식들까지 인위적인 저감화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약(藥)과 독(毒)은 양으로 결정된다. 많이 먹으면 모든 음식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려면 소금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게 효과적이지, 음식의 소금 함량을 줄여 맛없게 많이 먹는 것이 대책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마인드와 식습관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강제적인 정부 주도의 규제는 단기적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스스로 식품 구매 시 ‘나트륨 함량 표시’를 보고 생활 속에서 나트륨 섭취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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