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관점에서의 미세플라스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2)
식품안전 관점에서의 미세플라스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3.28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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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물질 제어 어려워 불안·공포 유발
누적 땐 인체에 독성…해수 기준 등 마련 필요

올 3월 11일 식약처가 발표한 인체 노출량과 위해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식품 중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식약처는 해조류, 젓갈류 그리고 외국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보고된 식품 11종 등 총 102품목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도와 인체 노출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은 1인당 하루 평균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독성정보를 종합했을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요즘 인류는 마이크로(micro)보다도 작은 나노(nano) 크기인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살면서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공포에 떨고 있다. ‘미세(微細)’라는 말은 크기 단위인 마이크로(micro)를 접두어로 붙여 표현하는데 사전적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음’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큰 이물질들은 웬만큼 인간이 제어하고 있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넘어가는 상황인 것 같다.

죽음의 알갱이, 바다의 암세포라 불리는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플라스틱 해양쓰레기가 미세하게 분해되거나 인위적으로 제조된 5 mm(5,000 ㎛)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금번 식약처의 모니터링 결과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45㎛ 이상 100㎛ 미만의 크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검출된 식품은 젓갈로 1g당 6.6개였으며, 가장 적게 검출된 식품은 액상차로 1mL당 0.0003개였다. 이외에도 맥주 0.01개/mL, 간장 0.04개/g, 벌꿀 0.3개/g, 식염(천일염 제외) 0.5개/g, 액젓 0.9개/g, 해조류(미역·다시마·김) 4.5개/g, 티백 4.6개/티백 순으로 검출됐다.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전국 20개 연안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1 ㎡당 6,670개 수준으로 검출됐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오염 정도와 건강 영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단 우리 바다도 미세플라스틱에 상당히 오염돼 있고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 50여 년간 일상생활에 보급되면서부터 사용량이 급증해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일회용 포장제품으로 쓰이는데, 사용 후엔 재활용되거나 매립 또는 소각되며, 일부는 바다로 유입된다.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되고 쪼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들은 비스페놀A를 함유하고 바닷속 독성물질들을 흡착, 축적하고 해양동물에 섭취됨으로써 최종적으로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미세플라스틱은 환경 중 바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난 2015년 중국 식료품점에서 구입한 15개의 소금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오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 스페인에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도 21개 식용소금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대부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플라스틱 생수병 제조에 사용되는 성분들이다. 미국 뉴욕주립대의 메이슨 교수도 미국 내 소금, 맥주, 음용수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국인이 하루 권장량(2.3 g)의 소금을 먹을 때 매년 660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정도로 문제 시 되고 있다.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을 걱정하는 이유는 인체에 미치는 독성 때문이다. 물론 2019년 식약처의 동물실험 결과, 하루 6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8일간 경구 투여했을 때 독성학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급성독성은 그리 크진 않은 것 같으나 만성독성이 문제다. 미세플라스틱은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표면에 흡착, 침출된 독성 화학물질과 부착된 인체 유해균들을 전이하고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간의 체세포 및 조직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장폐색을 유발하며 에너지 할당 감소, 성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동물플랑크톤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만성독성을 평가한 한 연구에서 생존율 감소, 성장 지연에 미치는 악영향이 보고됐었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어류는 체내 축적으로 활동성이 감소돼 이동거리와 속도도 감소했다고도 한다.

이번에 식약처는 수산물 섭취 시 내장을 제거하고, 조리해 먹으면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저감화 요령을 제시했다. 조리 전 2회 이상 세척하면 다시마는 4.85개에서 0.75개로, 미역은 4.2개에서 1.2개로 미세플라스틱의 상당 부분이 제거된다고 한다. 갯벌에서 서식하는 바지락도 소금물에 30분 이상 해감하면 미세플라스틱이 90% 이상 제거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플라스틱 위해 가능성에 대한 신뢰성 있는 증거는 없으며, 현재 음용수 중 미세플라스틱에 따른 인체 위해 우려도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세계식량기구(FAO)도 조개류로 하루에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1∼30개 정도로 유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해수의 미세플라스틱 기준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위해성평가를 진행해 추후 위험성이 확인된다면 해수 중 미세플라스틱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오염수준에 따라 해역의 안전등급도 매겨 표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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