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세와 그린슈머의 등장에 따른 식품산업의 탈플라스틱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4)
플라스틱세와 그린슈머의 등장에 따른 식품산업의 탈플라스틱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4.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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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소비자 가세 올부터 세계적 확산
국내 전면 금지 능사 아냐…사안별 대책 마련

세계 각국이 앞을 다퉈 탈 플라스틱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2021년 1월 1일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plastic tax)가 시행됐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친환경정책 강화와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증가로 플라스틱 제품 수요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친환경 제품,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할 것이다. 또한 생활 속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녹색 소비자, 그린슈머(green+consumer)도 가세하고 있어 더더욱 이런 트렌드가 확대될 것 같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그린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추세다. 식품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플라스틱세’의 도입이다.

최초의 플라스틱은 자연의 셀룰로스(Cellulose)로 만든 천연수지 셀룰로이드(Celluloid)다. 플라스틱은 1863년, 당구가 유행했던 미국 상류사회에서 코끼리 상아 재질 부족으로 당구공 가격이 폭등하자 그 대용품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셀룰로이드는 폭발하는 단점이 있어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1907년 베이클랜드가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해 합성수지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Bakelite)를 만들어 폭발문제를 극복하면서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바로 나일론(Nylon) 발명의 기반이 된 현재의 플라스틱이었다. 이런 획기적 발명의 그림자인 폐플라스틱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 소각, 매립하고 그 나머지는 바다로 흘러가 조각이 작아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해양오염의 주범이 된다.

EU에서는 2019년 7월 2일 발효된 재활용률을 제고하는 지침(EU 2019/904)에 따라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되고, 라벨링 및 생산자 책임이 강화됐다. 식품용기, 과자봉지, 페트병, 음료수 컵, 비닐봉지 등에 대해 2024년 12월 31일까지 재활용 및 폐기비용의 일부가 제조기업에 부담된다. 프랑스에서도 2021년부터 국내 플라스틱 용기 판매가 금지되는데, 플라스틱 빨대와 1회용 용기, 1회용 컵 등이 모두 해당된다. 2023년 1월 1일부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현장 식사 시 일회용 접시 사용이 금지된다.

일본 역시 올 4월부터 시행되는 「플라스틱자원순환촉진법」과 높아진 MZ세대의 윤리적 소비 성향으로 인해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3R(Reduce, Reuse, Recycle) 추진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가가 정한 12개 특정 플라스틱 사용 품목, 즉 식기, 숟가락, 빨대, 머그컵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경우, 플라스틱세를 내거나 다른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

중국도 녹색 성장을 표방하며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한·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우유나 음료팩에 부착한 빨대를 제외한 비분해성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사용을 금지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면봉과 발포 플라스틱 식기는 생산·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음식 배달서비스 업체, 각종 행사에서도 비분해성 비닐봉지를 사용할 수 없고 환경을 위해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향한 캠페인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호주에서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플라스틱 줄이기가 다시 재개된다. 지난 4월 15일 개최된 의회에서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플라스틱 백, 분해성이라고 잘못 표기된 플라스틱, 플라스틱 식기, 플라스틱 빨대, 폴리스티렌 식품 용기, 폴리스티렌 패키징 등이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주를 필두로 개별 주별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뉴저지주는 지난해 11월 광범위한 플라스틱 사용 규제법을 제정해 고객에게 음료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2022년 5월 4일부터는 레스토랑 및 식료품점에서 폴리스티렌 폼 컵, 접시, 포장용 상자, 식품용기 사용이 금지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는 뉴저지뿐만 아니라 유타, 콜로라도, 아리조나, 플로리다, 뉴욕 등 여러 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위해 2030년 제로 플라스틱 폐기물 전략을 추진해 모든 사업체가 일회용 플라스틱 대체용품을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1994년부터 꾸준히 플라스틱 관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2019년 비닐봉지, 일회용 컵, 쇼핑백에 대한 규제를 시작으로 2020년 말까지 플라스틱 발생 원천감량, 재활용 확대, 대체 플라스틱 사회 전환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일회용품 등 일부 항목의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 또는 시행을 연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규제가 다시 시작될 것 같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환경부의 ‘식품용 투명 페트병(PET) 분리‧수거사업’을 통해 모은 플라스틱 중 식약처가 정한 안전 기준에 적합한 재생원료는 식품용기로 제조해야 한다. 최소 10만 톤(약 30%) 이상의 재생 페트 원료가 고부가가치 식품용기로 거듭날 수 있고, 향후 그린 뉴딜정책과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추진에 따라 페트 재생원료의 사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탈플라스틱은 국제적 흐름이고 인류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을 과거에 사용하던 종이 등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식품산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에는 내구성, 가성비, 보호성 등 장점도 많다. 천편일률적으로 플라스틱을 금지만 해서는 안 되고 안전성, 경제성, 환경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꼭 사용해야 할 곳에는 사용하고 대체재가 있고 그리 장점이 많지 않은 곳에는 과감히 금지하는 영리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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