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품(vegan food)과 식물성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0)
비건식품(vegan food)과 식물성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3.14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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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환경운동 결합한 신식품 혁명
대체육 등 글로벌 식품 기회 잡을 제도 마련을

2021년 11월 1일 한 채식연합 회원이 ‘세계 비건(vegan)의 날'을 맞아 “동물은 음식이 아닙니다! Go vegan!”이라는 팻말을 들고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비건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비건식품 시장도 활기를 띠며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동물 유래 질병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비건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채식주의(菜食主義, Vegetarianism)’는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와 잔인함을 가능한 한 배제하며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 과일·채소·곡물 등 식물성 식품 섭취 식습관을 지향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이를 실행하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는 육류, 가금류, 어패류 또는 동물 도살의 부산물을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4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Lacto-ovo vegetarians)’는 모든 동물의 살을 피하지만 유제품과 계란 제품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락토 채식주의자(Lacto vegetarians)’는 동물의 살과 달걀을 피하지만 유제품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오보 채식주의자(Ovo vegetarians)’는 계란은 먹지만 다른 모든 동물성 제품을 피하는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Vegans)’는 모든 동물 및 동물 유래 제품을 피하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정의되는데,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비건 열풍에 편승해 실제 사람들이 육류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이유는 첫째가 ‘환경보호’다. 이는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변화의 원흉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생산하는 가축이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을 키우는 축산(畜産)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에 육박하고, 전 세계 약 15억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1억 톤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동물을 키워 단백질을 얻는 데는 식물에 비해 물이 4~25배 더 필요하고, 화석연료가 6~20배 더 들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육(代替肉), 대체유(milk) 시장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다음 이유로 육류 섭취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과 연이은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인한 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즉, 건강 챙기기, 환경운동, 채식주의자의 확산과 캠페인이 더해져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비건식품의 성장성에 큰 관심을 갖고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비건식품 중에서는 식물성 고기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식물성 유제품, 발효식품 등 채소 제품들이 뒤를 이었다. 비건식품의 원조는 단연 콩고기로 알려진 두부(豆腐, tofu)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풀무원이 두부에 이어 식물성 대체육을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WaBa Grill) 200여 개 매장에 입점시켰고, 최근엔 정라면 등 비건라면도 출시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비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대상도 최근 육고기 완전 대체 식물성 대체고기를 개발해 이를 적용한 만두를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을 대상으로 수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롯데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대체육 브랜드를 새롭게 들여오며 매장 내에 비건존(Vegan Zone)을 조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비건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차세대 식품소재 시스테인(L-Cysteine)도 북미지역 최고 권위의 비건인증을 받고 대체육을 비롯한 미래 식품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구 전체가 비건 열풍이다. 특히 독일 비건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59% 신장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비건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스위스는 비건식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영국 육류 대체식품 시장도 6천억 원 규모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등 북미도 마찬가지로 급성장 중이다. 2011년 美 임파서블 푸드가 식물성 재료로 패티를 만들어 버거킹에서 임파서블 와퍼란 이름으로 메뉴에 올렸고 콩, 아몬드, 코코넛, 쌀 등으로 만든 식물성 milk의 인기도 높다고 한다. 특히 인구의 30%가 채식주의자인 인도는 비건식품 소비가 가장 크고 발전이 유망한 나라로 예상된다.

많은 식품업계의 미래 R&D 방향이 채식문화를 전파한다는 비거니즘(Veganism), 즉 식물성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운동이 때를 만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新)식품의 혁명이다. 그러나 규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겠다. 과거에 집착해 전통만을 고수하고, 지금까지 먹어 왔던 유형의 음식만 허용한다면 글로벌 식품산업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식물성이 주도하고 있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대체육, 대체 milk 등 대체음식의 거센 바람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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