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재조명되는 ‘물(H2O)’의 가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5)
가뭄으로 재조명되는 ‘물(H2O)’의 가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4.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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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값 폭등 재배 지역 가뭄도 큰 요인

요즘 가뭄(旱魃, drought)으로 전 세계가 난리다. 가뭄으로 겨울 산불이 많고 밀이 흉작이라 밀가루 값도 폭등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의 극심한 가뭄에 이어 러시아도 밀재배 지역의 토양 수분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가뭄이 심한 상태라고 한다.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도 91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이 줄어 설탕파동도 일고 있다. 가뭄이 올 때마다 물만큼 그 중요성이 절실해지는 것도 없다. 물과 공기는 거의 공짜로 무제한 인간에게 제공되다 보니, 보통 때는 인간의 생명에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물(H2O)은 화학적으로 산소(O)와 수소(H)의 결합물이다. 바닷물, 강물, 지하수, 우물물, 빗물, 온천수, 수증기, 눈, 얼음 등 지구 어디에나 존재해 지구 표면적의 4분의 3을 물이 차지할 정도다. 또 물은 흙이나 바위 속에 스며있거나 지하수 상태로 존재하거나 지구에 지각이 형성된 이래로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수(海水)와 육수(陸水)가 태양열을 흡수해 수증기가 되면서 대기 속에 확산되고, 그 수증기는 응축되고 모여 구름이나 안개가 된다. 이것들이 다시 비, 눈, 우박으로 지표면에 내린 다음 모여 하천을 통해 해양, 호소로 흘러가는 것이 바로 물의 순환이다. 물은 지구의 기후를 좌우하며, 식물이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주고 흙도 만들고, 증기나 수력전기가 돼 기계도 움직인다. 인체는 약 70%, 어류는 약 80%, 미생물은 약 95%가 물로 구성돼 있고, 생명현상도 대부분 수용액 상태로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반응이다.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 바이러스 질환에는 면역 외에는 딱히 치료약이 없다 보니,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사실 면역과 호흡기 건강에 최고로 좋은 음식은 바로 ‘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가 마신 물은 장에서 흡수된 후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 모든 조직과 세포에 공급되는데, 대사된 후에는 노폐물과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동시에 폐·기관지의 말단인 허파꽈리에 모인 수많은 모세혈관을 통해 폐·기관지의 습도를 유지시켜 줘 가래가 잘 빠져나오게 하고 염증과 기침도 줄여준다. 바이러스나 세균도 체내 침투되면 면역계와 직접 싸우거나 그전에 눈물, 콧물, 가래, 상처의 진물 등 대부분 물로 구성된 체액에 흡착돼 배출되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겨울철에 더 창궐하는데, 이는 건조하고 낮은 온도에서 생존력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물을 많이 마시면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노자(老子)도 물은 ‘상선(上善)’이라고 했을 정도로 물을 최고의 음식으로 여겼다. 항간에 물이 몸에 좋다고 해 몸에서 원하지도 않는데 시간 정해 수시로 물을 힘들게 일삼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은 오히려 혈액을 희석시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물의 급성독성치인 반수치사량(LD50)은 쥐(rat) 체중 1㎏당 약 90㎖이다. 사람과 쥐의 독성반응에 대한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체중 60㎏인 사람이 5.4리터의 물을 원 샷으로 마시면 둘 중 한 명은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사람이 매일 마셔야 하는 적정한 물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딱 맞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더해 100으로 나눈 값이 바로 적정 하루섭취량인데, 키 170㎝, 체중 70㎏인 사람은 하루 2.4 리터를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생수로만 물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나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 적절한 양이 약(藥)과 독(毒)을 구분한다. 물도 몸에 좋은 최고의 약임과 동시에 독이 될 수 있다. 물은 적게 섭취해도 안 되지만 과해도 독이 된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과음해서는 안 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갈증을 살짝 느낄 때 적절히 섭취하는 습관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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