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에 물량 부족”…식품업계 원료난 비상
“가격 상승에 물량 부족”…식품업계 원료난 비상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5.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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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유·옥수수 등 3개월분 물량 비축…상반기는 대처 가능
사태 장기화 땐 대체 원료 검토…품질 유지·시간 소요 과제

인도네시아도 결국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식용유, 라면, 제과 등 상당수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팜유는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 발표 이후 식용유 가격이 4.5% 올랐다.

팜유 사용량이 많은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농심, 오리온 등 국내 라면 업계 및 식용유 업계는 약 3개월가량 분의 비축 물량이 있어 당장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조치가 길어질 경우 차선책인 말레이시아산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말레이시아산도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식품에 사용하는 모든 원재료 값이 오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3월 기준 국제 밀 가격은 톤당 393달러로 전년 대비 65% 올랐고, 옥수수는 톤당 606달러로 178% 증가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이상 기온으로 주요 곡물 생산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동남아 국가들의 극심한 가뭄과 생산 저조, 미국·캐나다의 소맥 생산 부진과 품질 저하, 코로나19로 인한 곡물 수급 불안 등도 주효하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식량안보에 적색불이 켜진 탓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의 75%를 맡고 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파괴하고 수출 선박을 봉쇄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지 식용유 가격이 40% 이상 오른 것에 대한 조치다.

또 옥수수, 소맥, 해바라기씨유 등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중단으로 미국 역시 비료 가격이 급등하며 옥수수, 대두, 소맥 등의 파종 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올 봄 곡물 파종 면적이 409%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곡물 값 증가세는 올 한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곡물 자급률 20%대에 불과해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용성(생산능력)은 부족하지만 경제적인 접근성을 내세워 부족한 원료를 확보해왔지만 전 세계 식량안보 위기감 고조로 주요 수출국에서 문을 잠그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며 국내 식품업계의 원료 수급대란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연간 약 220여 만톤의 옥수수를 수입해 140~160만톤의 전분·전분당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는 오는 8~9월까지 비축 물량이 남아 있지만 사태 장기화 시 대체 원료 전환 등의 검토가 요구되고 있으며,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 물량이 절대적이어서 당장 한 달도 버티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원료 수급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자 원료 대체수입국 물색, 대체원료 사용 방안 검토, 해외공장 재고물량 확보 등 안정적인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원료의 원산지 변경 또는 원료 배합이 변경될 경우 제품의 맛과 물성같이 소비자 선호에 민감하게 직결된 품질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 역시도 난감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변경 등 제조공정 변경 시 성분 배합변경 및 실험, 소비자 테스트까지 최대 1년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단시간 내에 동일 품질의 구현은 어렵다. 대체원료로 배합변경이 가능한 경우에도 대체원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풍선효과로 대체원료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원자재 전반의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곡물 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옥수수, 밀, 콩 등 식품 원료에 많이 사용되는 주요 곡물의 경우 국내 자급률이 현저히 떨어지며 국내산과 수입산 간의 가격차도 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라도 식품 제조 및 소비자의 수요량을 충족할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의 자급률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국내 곡물재고량을 3개월분까지 확보한 상태며, 계약 완료분까지 도입할 경우 연말까지는 원료곡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곡물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는 가공용 밀, 콩 생산단지 조성을 확대하고 전략적 소비품목으로 육성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밀은 5%, 콩은 33%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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