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할 식물성 대체육
[기고]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할 식물성 대체육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2.10.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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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인류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영양향상을 위한 그동안의 연구개발 노력으로 세계인의 영양상태는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술 발전과 혁신, 경제개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고 굶주리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한 식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전쟁과 전염병 팬데믹으로 인한 유통망의 교란, 그리고 위협적인 속도로 다가오는 기후변화는 식량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1억 9,3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시점에 닥친 여러 가지 위기를 감안해 보면, 이들의 숫자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신냉전의 심화, 기후변화 등으로 앞으로의 상황이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세계 식량 공급을 60%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 10년간 2030년까지 육(肉)단백질의 세계적인 소비량이 2018년부터 2020년의 평균에 비해 14% 증가할 것이라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육은 세계 각지에서 안정적인 단백질원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해결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10월 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기념하며 세계는 대체육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심도 있게 고려하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식량안보를 개척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동물성 단백질의 수요를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의 선호도를 높임으로써 가축과 사료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 면적을 줄이고, 더 많은 식량 자원을 생산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육류 소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대체육 시장의 확대로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체육은 다수의 소비자로부터 ‘비건 식품’이라는 별명이 붙어 대중적인 인식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며, 두부나 콩고기 같은 채식주의자의 전형적인 단백질 섭취원으로 분류되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만의 제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공유되는 것이 필요하다. 인식 개선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는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함으로써 ESG 경영에 참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움직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데, 다행히 많은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30세대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가 “환경을 위해” 향후 대체육으로 음식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체육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식한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장에 적극 투자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의 출시를 이끌어내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대체육 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리서치다이브(Research Dive)는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68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 업계의 최전선에 있으며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와 같은 기업들이 식물성 햄버거 패티와 소시지에 고기와 매우 유사한 맛을 더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두부와 장류 등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육질과 고기 맛 생산이 보편화되었고 지금도 이들이 주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한국 정부도 대체육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대체육 개발 업체 10개 사에 28억 원을 투자했고, 현 정권도 푸드테크산업 육성을 강력히 약속하고, 한덕수 총리 또한 기업의 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을 적극 지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 새로운 시장 확대의 여건을 조성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유망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이미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캔햄, 콜드컷햄과 같은 베러 미트 브랜드의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동을 펼쳤고, 농심은 베지가든을 런칭하여 냉동 대체육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세계 각국에 비건 식품을 판매 중이다. 한국의 전통적 식품 기술이 세계인의 식량과 건강을 위해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활동은 우리나라도 대체육 산업을 유망한 시장으로 보고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의 식품기업들이 앞으로 예견되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올해의 ‘세계 식량의 날’을 기념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닥친 과제를 되돌아보고, 작은 식사 패턴의 변화로 개개인이 어떻게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미래를 향해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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