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온 ‘대체육’…식량안보·탄소중립의 해답인가
실험실에서 온 ‘대체육’…식량안보·탄소중립의 해답인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7.12 0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체단백질’ 일취월장…푸드테크 법률적 기반 마련 시급
세계 170여 업체 제품 개발 경쟁…‘잇 저스트’ 배양 닭고기 판매 개시
非식품 한화솔루션, 미국 세포 배양 참치 업체-국내 스타트업에 투자
상업화되자 ‘고기’ 명칭 논란…용어의 정의·생산 방식 등 제도 미비
신식품 법령 근거 없어 어려움…안전성 등 기준 제정해야 산업 발전
각국 경쟁력 강화 위해 관리 나서…민·관 협의 통한 규제 정립 절실

일반 육류를 대체하는 ‘대체육’이 푸드테크의 주요 시류가 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신식품, 혁신적인 푸드테크 관련 법률·규제적 기반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대체육이 미래 식량으로 떠오르며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 6일 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대체단백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대체육이 미래 식량으로 떠오르며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 6일 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대체단백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6일 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한화솔루션의 주최로 진행된 ‘Alternative Protein: Making the Planet Better’ 세션에서는 한화솔루션, 다나그린, 식품안전정보원 등 발표연사가 참여, 현 글로벌 대체육 시장과 국내 연구 인프라 및 관련 제도, 지원방안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9월 다양한 소시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미국 배양육 기업인 뉴 에이지 미트에 2500만달러(약 295억 원)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세포 배양 참치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핀레스푸드에도 3400만달러(약 434억 원) 규모로 투자했다. 소, 닭, 돼지 등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액으로 키워 살코기를 만드는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에 11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핀레스푸드(Finless Foods) 마이클 셸던(Michael Seldon) 마이클 셸던 대표
미국 핀레스푸드(Finless Foods) 마이클 셸던(Michael Seldon) 마이클 셸던 대표

미국 핀레스푸드(Finless Foods) 마이클 셸던(Michael Seldon) 마이클 셸던 대표, 다나그린 지현근 기술이사는 관련 업계가 최근 진행 중인 대체육 기술과 적용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핀레스푸드는 생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유사한 맛의 인공육을 만드는 기술기업이다. 생선에서 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랍스터와 크로켓, 생선회 등을 만드는 기술로 식물성 원료 참치와 세포 배양 참치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올해 상용화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셸든 대표는 “현재 세포 배양 참치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 중으로 올해 관련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생산 시설 구축에 속도를 높여 연내 식물성 참치를 미국 전역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고급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프로토타입 제품을 시험해왔지만 최종적으로는 슈퍼마켓 선반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연구소에서 배양한 고기가 아직 시중에 널리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나그린 지현근 기술이사
다나그린 지현근 기술이사

또 다나그린은 3차원 세포배양 지지체(scaffold) 구조물에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분화시켜 미니장기(mini-organ)를 만드는 원천기술로 배양육에 활용, 저비용 대량배양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다나그린의 배양육은 소와 닭, 돼지 등에서 추출한 근육세포 및 그 주변 세포들을 식물성 단백질 성분의 3차원 지지체에 넣어 근육조직으로 키워내는 하이브리드 방식인 점이 특징이다.

지 이사는 “다나그린의 배양육은 세포를 3차원에서 근육조직으로 분화시켜 배양해내는 방식인 만큼 식감은 실제 고기와 유사하고 식물성 지지체를 기반으로하고 있는 만큼 대량 생산과 상업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배양육에 대한 정부 허가를 전제로 2024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양육 사업에 전 세계 170여 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이중 규제 승인을 받아 대중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굿 미트(Good Meat)’가 있다. 굿 미트는 대체단백질 기업 ‘잇 저스트(Eat Just)’의 새로운 브랜드로 지난 2020년 12월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세포배양기로 재배한 닭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대체육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기업이 늘고 본격적으로 산업화되자 이를 ‘고기로 볼 수 있는가’를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기존 육류를 대체하는 고기’라는 뜻의 ‘대체육’이라는 명칭을 둘러싼 축산업계와의 첨예한 갈등과 함께 실험실에서 재배된 ‘배양육’은 용어적 정의, 원료, 제조생산 및 안전성 기준 등 모든 법적 기반이 미비한 이유로 상용화의 발목이 잡혀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이 분야 선도국이라고 하는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다. 현재 배양육 시판 승인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잇 저스트가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받은 것이 유일하다. 식품업계는 한시라도 빨리 명확한 기준과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 이주형 정책연구실장
식품안전정보원 이주형 정책연구실장

‘세포배양육 관련 규정(Cell based meat regulation)’를 주제로 발표한 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은 “배양육은 원료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세계 규제기관 어느 곳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배양세포가 동물로서 동등성을 가지고 있는지, 원료로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의, 규제가 정립돼야 실질적인 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약처 등 유관 정부부처는 연내 대체육에 대한 안전성 평가 기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혁신기술을 활용한 신식품 특성상 법령 근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관련 기업들을 모아 위원회를 만드는 등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선 배양육을 USDA와 FDA가 공동 규제, 관련 제도 마련하고 생산 전후에 구분 관리하고 있다. EU는 2018년부터 대체육, 배양육 등을 신규 물질인 ‘노블푸드’로 규정해 유럽식품안전청에서 안전성 평가 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있고, 작년 Eat Just사의 대체육 닭고기 너겟을 전 세계 최초 판매 승인을 획득한 싱가포르 역시 ‘노블푸드’ 규정에 포함시켰다. 일본도 식품 분야의 신시장을 창출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분야로 식물성 대체육을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실장은 용어 정의가 돼야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현행 국내 법체계상 ‘대체육’ ‘배양육’에 대한 법적 정의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포 배양 절차가 필수적인 배양육의 경우 활용되는 세포와 혈청, 분열의 횟수, 오염 가능성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진행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과 학계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 최근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신산업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적 이점을 활용해 정부-산학연의 연계를 독려해야 관련 규제 정립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으며,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실장은 “국내는 대체육의 정의·범주, 안전관리기준, 상표규정 등 법·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며 갈등과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GM기술, 세포분열 등 신기술 적용에 대한 안전성 논란 또한 포함돼 있는 문제인 만큼 명확한 용어 정의와 이에 따른 안전관리 규제를 마련해야 대체육에 대한 인식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규제 기반 확립을 위해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가에서 안전성 기준을 만들어 지키도록 규제하는 것에 익숙한 국내 법제도 시스템에서 민간기업들이 참여해 협의 규제를 만드는 것이 낯설 수도 있지만 업체마다 다른 원료와 기술력 등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 위해선 협의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