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품귀 현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3)
이산화탄소 품귀 현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1.14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₂ 음료 등 식품 다방면 사용…첨가물 중 5위
코로나 이후 공급 부족…제조·육류 가공 등 비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식음료 시장 전체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CO2)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내 육류가공, 맥주·탄산음료 제조업체들은 이산화탄소를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초 있었던 코로나19 록다운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최대 육류·가금류 가공업체인 타이슨은 이산화탄소 공급 부족으로 지난 5월 아이오와와 네브래스카 공장이 비상 상황에 처했고 6월에는 메인, 알라바마, 알칸소를 포함한 미국 내 10개 공장에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다고 알렸다. 대형 식품업체인 크래프트도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공급부족으로 샌드위치용 칠면조 고기인 ‘델리-프레시 터키 콜드 컷’ 공급 차질을 알려왔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이 식품산업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영농기계 운용, 비료 분사, 제품의 운송 등을 포함한 식품 제조공정에서 매년 173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700여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고 올해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직·간접(Scope1·2) 탄소 순 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요즘 환경에선 기후변화 등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반면 최근 산업 현장 곳곳은 탄산가스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정유·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산업용 탄산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업용 탄산은 대부분 원유를 정제·가공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데, 반도체·철강·조선업체뿐 아니라 식품산업이 절반 이상의 탄산을 사용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에탄올과 비료 생산의 부산물인데, 록다운 기간 에탄올 수요가 급감해 생산량이 적었고 최근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한 것이 공급부족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미국 전역을 덮친 폭염으로 이산화탄소 제품의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몫 했다.

현재 가공식품의 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의 종류는 약 2,500 품목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산화탄소(CO2)가 수산화나트륨(NaOH), 염산(HCl), 질소가스, 차아염소산나트륨(락스, NaOCl)에 이어 5번째로 많이 생산, 활용된다.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무색의 기체로, 공기보다 1.5배 무거우며, 식물의 탄소 동화작용을 돕는다. 가공식품 업계에서는 탄산음료, 맥주, 냉동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냉동식품은 유통 전 급속냉동을 위해 이산화탄소 터널을 통과시키고 이산화탄소를 고체화한 드라이아이스는 식품의 냉동을 유지시킨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탄산 품귀현상으로 이산화탄소 자체 뿐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드라이아이스(dry ice)는 식품가공 및 저장에 많이 사용되는데 순도가 높은 이산화탄소를 압축·냉각해 만든 흰색의 고체를 말한다. 공기 중 승화돼 기체가 되며, 에탄올 등의 유기액체와 섞으면 영하 80℃의 저온을 얻을 수 있어 식료품을 냉각하는 데 주로 쓰인다.

전력 공급이 끊겨 냉장, 냉동고가 꺼지면 드라이아이스로 채워야 하고 드라이아이스가 약방의 감초처럼 많이 쓰이는 e커머스 업계의 신선식품 배송 경쟁으로 최근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 수급난이 길어질 전망이라 급기야 유통업계는 직접 드라이아이스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설비업체 빅텍스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고 쿠팡도 경기 용인공장에서 드라이아이스 물량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배설물인 천덕꾸러기 이산화탄소가 귀해지면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요소수 파동도 그렇고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처럼 넘칠 때는 귀한 줄 모르다가 부족해지고 귀해지면 뭐든 가치를 다시 발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환경 파괴의 주범 이산화탄소도 쓰임새가 크니 무시하지 말고 아끼고 그 가치를 인정해 줬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