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여는 냉동(冷凍)식품의 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6)
과학이 여는 냉동(冷凍)식품의 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2.05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이후 장기 보존 냉동식품 세계적 성장
신기술로 맛·신선도·편리…가정간편식 70%

전 세계 냉동식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핵가족화, 맞벌이 정착 및 확대, 1인 인구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의 진보로 획기적인 급속 냉동기술이 등장해 음식의 신선도를 훨씬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프리미엄 냉동식품 시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냉동식품의 강점은 안전성, 경제성, 편리성을 갖추고 소비자 니즈와 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던 냉동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날개를 달았고 일본에서는 냉동을 전문으로 하는 슈퍼나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예전에는 ‘냉동(冷凍)식품’의 인기가 없었다. 유통기한이 무한정 길게 잡히다보니 소비자들은 품질과 안전을 의심했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사실 과거 조잡한 저속 냉동기술로 냉동제품을 해동하고 나면 생물에 비해 맛과 조직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요즘 급속, 초저온 냉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마트에 장 보러 가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다보면 오히려 인식이 바뀌고 신선도에 대한 열망도 커져 ‘냉장·냉동식품’ 코너가 점점 커지고 있고, 가정에도 김치냉장고 포함 냉장·냉동고 두, 세대는 기본이 됐다.

코로나사태 이후 식품산업의 가장 큰 트렌드 변화는 장기보존식품, 비축식량, 멸균식품 등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인데, 특히 장기보존이 가능한 ‘냉동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 식품시장에도 ‘냉장·냉동 반 가공 신선편의과채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약 70%가 냉동식품이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HMR을 찾는 1인 가구의 증가세 덕분에 냉동식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도 냉동식품 시장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니치레이 푸즈의 ‘냉동 중화냉면'이 가장 인기라고 한다. 중화 냉면은 일본인이 즐겨 먹는 대중적인 여름철 계절음식으로, 한국의 비빔면과 냉면의 중간정도 된다고 한다. 별도 조리과정 없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바로 면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편리성으로 어필하는 중이다. 일본의 대형백화점 체인 '마쓰야 긴자'는 올해 8월에 냉동식품 전용 매장 ‘GINZA FROZEN GOURMET’을 개설했다. 이온도 올해 8월에 냉동식품 전문 매장인 ‘@FROZEN’을 개설해 유명 음식점 쉐프가 직접 감수한 소고기 볼살 와인 찜을 비롯해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 브랜드 'Pcard'의 마카롱 4종 등 고가격대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냉동식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냉동식품 자판기와 무인매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냉동식품의 식감과 신선도를 생식품 수준으로 재현해낸 비결은 다름 아닌 '액체 냉동기술'이라고 한다. 액체 냉동기술은 영하 30도의 액체 알코올에 식품을 담그는 방식이다. 냉기를 통해 식품을 얼리는 일반적인 냉동방식에 비해 20배나 빠른 속도로 냉동되기 때문에 해동 시 '맛의 재현성'이 훨씬 높다. 특히 급속 냉동으로 생선이나 고기의 세포 내의 수분을 거의 원형 그대로 동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포가 파괴되지 않아 선도, 맛, 외견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질감을 유지할 수 있다.

인류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확보한 식량을 비축해 온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단연 ‘저온저장’이다. 이론상으로 음식을 냉동저장하면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아 거의 무기한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보관기간이 늘어날수록 지방의 산패나 산화에 의한 갈변, 건조 등 화학적 변화가 생겨 식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냉동이라도 가능한 장기보관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냉동고도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잠시나마 지연시켜 줄 뿐이지 영원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냉동식품은 해동되고 나면 냉동 시 손상됐던 조직에서 수분이 흘러나와 미생물의 번식이 용이해 오히려 더 빨리 상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해동된 냉동식품은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하고, 재 냉동을 법적으로 금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냉장·냉동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음식의 저장법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신해서는 안 된다. 해동·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냉동실에 언제 넣어뒀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을 외관이나 냄새, 맛만으로 품질의 정도나 상했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냉동실 보관 전에는 해당 식품의 구입일자, 냉동보관 일자를 적어두는 것이 좋고 냉동식품도 장기간이 아닌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보관하며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