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1)
커피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0.3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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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8조원 규모에 1인당 353잔 마셔…세계 6위
피로 덜고 노폐물 제거 등 이점…하루 3∼4잔 적당

올 9월 29일 한국식품과학회 건강기능식품분과는 ‘Healthy aging: Food and beyond’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윤일 DGIST 교수는 ‘신경노화 및 질환에서 파이토케미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커피에 함유된 클로로겐산 등 식품 내 성분이 각종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커피에 함유된 성분은 수백, 수천 가지인데, 그 중에는 좋은 기능을 주는 성분도 있고 원두를 볶다보니 발암성 등 독성물질도 다수 존재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최근 커피시장이 무섭게 커 간다. 세계 커피 시장은 150조 원이 넘고 우리나라 시장도 약 8조 원 규모로 커졌다고 하며, 유럽,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 됐다. 과거 우리나라의 커피산업은 인스턴트 커피믹스가 주도했었는데,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하면서부터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배전두(원두) 커피시장이 에스프레소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액상(RTD) 커피시장의 성장 덕에 급성장 중이다.

‘생두(green bean)’를 건조시키고, 300~400℃에서 볶으면 ‘원두’가 되고, 이를 분쇄하면 ‘레귤러커피’가 된다. ‘인스턴트커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 의해 보급됐으며, 분무 건조한 분말커피와 동결 건조한 과립커피가 있다. 주요 품종은 이디오피아의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 아프리카 서해안의 리베리카 커피(liberica coffee), 콩고산 로브스타 커피(robusta coffee) 3종이 있는데, 경제성 때문에 로브스타종이 가장 많이 시판된다. 커피의 쓴맛은 카페인, 떫은맛은 탄닌에 의한 것이며, 향기는 로스팅 또는 배전이라는 볶음과정에서 생긴다. 커피 추출방법은 드립, 에스프레스, 콜드브루, 더치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위험성이라고 하면 ‘카페인’을 말한다. 이는 코카인, 암페타민 등과 같이 흥분제 성분으로 분류되는데, 콜라, 초콜릿 등 대부분의 식품에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했었다가 최근 태도를 바꿨다.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커피의 발암성 관련 문헌 천 여 편을 검토한 결과, 커피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고 커피 관련 각종 암 유발가능성에 관한 증거도 불충분하다며 25년 만에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세계적으로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평균 132잔인데, 우리 국민은 3배가 넘는 1인당 연간 353잔을 마신다고 한다. 커피를 매일 한 잔씩 마신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인이 매일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평균적으로 70㎎,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미국인은 211∼238㎎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카페인 섭취량은 위험할 정도는 아닌데, 따로 식품에 첨가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美 식약청(FDA)도 이를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첨가물로 허용돼 있다.

2020년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하루에 커피 4잔, 청소년은 에너지음료 2캔 이상을 마실 경우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넘길 수 있으므로 주의를 당부했다. 카페인의 인체 위해성이 없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성인 1인당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는 2.5㎎ 이하’로 정해져 있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약 115∼175㎎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자판기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는 60㎎, 코카콜라 한 캔(355㎖)에는 46㎎, 카페인이 제거된 ‘디카페인커피’ 한 잔에는 2∼5㎎이 함유돼 있다. 즉 카페인 ADI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하루에 마셔도 되는 안전한 커피 섭취량은 대략 ‘원두커피로 세 잔, 인스턴트커피로 다섯 잔 이내’라 보면 된다.

물론 커피가 다 같지는 않다. 커피 콩의 종류와 볶는 온도/시간, 물의 온도 등 내리는 방법에 따라 카페인의 함량도 다르고, 그 위해성 또한 달라진다. 단순히 커피 몇 잔까지 괜찮다가 아니라 어떤 커피를 어떻게 마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평균적으로 넉 잔이라는 이야기다.

카페인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 두근거림, 칼슘 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덜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이뇨작용을 통한 체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주는 좋은 면도 있다. 그 외 장관의 연동운동을 도와주기도 하며, 예전 서양에서는 진한 커피를 천식치료제로 사용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효과도 크다.

커피 역시 다른 모든 음식들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갖고 있다. 주식(主食)이 아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호(嗜好)식품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평균적으로 매일 한 잔 정도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아직은 커피를 통한 국가적 위험성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하루 4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들에겐 걱정거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커피를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적당량만 즐긴다면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람(人)에게 좋은(良) ‘식(食)품(品)’으로 오래오래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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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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