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있다
[기고] 식품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있다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4.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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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7000여 작물 중 30종 이용…밀 등 주원료 6개
식재료 단순화 건강에 불리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인류의 조상이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체로서 출현한 일은 250만 년 전쯤으로 추정하며, 집단거주 형태를 갖춘 것은 겨우 1만~1만2천 년 전부터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타 동물들과 비슷하게 채집, 수렵 등의 방법으로 먹이를 조달해 지금의 인간 생활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후 지식과 지혜의 축적으로 먹이로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재배하고 사육하는 등 범위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불의 이용은 이들의 식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

지금 세계에서 먹을 수 있는 작물은 7000여 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되는 대상은 5% 정도인 30여 종의 작물로 종류가 많지 않다. 특히 근래 들어 식용범위가 더욱 줄어들어 주요 6개 식품 원료로부터 칼로리를 얻고 있다. 즉 동물성 식재료와 밀, 쌀, 설탕, 옥수수, 대두로서 이전까지의 다양성에 비례해 단순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역의 기후풍토에 따라 작물의 종류가 정해지고 있으며 특히 세계 생산량으로 보면 밀, 옥수수, 콩 등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쌀이 주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작물도 최근엔 품종 등에서 그 범위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식품이 몇 가지 대상으로 평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가공식품이 보급되면서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햄버거는 일상식이 되었고 피자는 간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을 지나 아프리카까지 음료의 대명사는 코카콜라가 되고 있으며, 육류 가공제품인 햄, 소시지 등은 세계인의 일반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유는 전 세계인이 영양음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우유를 원료로 한 치즈, 버터, 요구르트는 건강식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각 나라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곡류나 식품 원료가 더 이상 그 나라에서만 한정되지 않은 채, 생산량이 많은 곳에서 물 흐르듯 흘러 들어가 모든 국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농축수산물이 되고 있다. 밀은 특정 몇 나라에서 생산되어 세계인의 식량원이 되어가고 있으며 옥수수는 밀에 이어 세계인의 두 번째 식량원이 되고 있다. 반면에 아프리카나 인근에서 주로 생산되었던 수수, 조 등은 대량 생산되는 곡류에 밀려 생산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곡으로 수천 년 동안 자리매김했던 쌀이 점점 주식으로의 위치가 밀 등 수입 곡물에 밀리고 있다. 이런 먹이 대상의 대체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 여겨진다.

곡류의 생산은 전통적으로 농민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세계 식량창고인 미국의 경우 100년 전만 해도 농민이 전체 인구의 50% 정도였으나 1985년 5%, 지금은 1% 내외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조선말까지 국민의 90% 내외가 농업에 종사하였으나 지금은 5%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그 비중은 앞으로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농업종사자의 감소는 농작물 재배의 기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가속화되었고, 품종개량과 재배 기술의 향상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또한 세계적인 산업화로 인한 소득의 불균형은 농업보다는 다른 산업으로 인구가 이행하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농업이 기계화되고 대량 생산 체제로 변하면서 곡류의 다양화보다는 소득작목 중심으로 농업이 급격히 단순화되었고, 이전까지 소량 생산되었던 곡물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까지는 소규모 농업이 주가 되어 여러 품종의 작물이 재배되면서 소량 곡물들이 생산되었으나 근래 이런 토종품종은 사라져 버리고 다수확종이 대세를 이루면서 품종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다수확 품종과 소득 작물, 몇 종류의 곡류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들이 우리 식탁을 메우고 있다. 또한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토마토가 1980년대부터 우리 과채류의 중심에 들어 왔고 생전 보지 못했던 바나나가 일상 과일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가공식품의 일반화는 우리 식생활을 실로 엄청나게 변화시켜 선진국을 포함, 중진국까지 60~90% 식품이 어느 형태로든 가공되어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공추세에 따라 가공제품 중 원료를 생산하는 농민의 몫은 고작 10% 내외이고 가공업체에는 농민보다 15~16배 많은 배당이 돌아가고 있다.

한편, 원료와 식품의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한정된 범위의 식품 섭취에 의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내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도 서로 닮아가고 있다. 시골에서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과 가공식품을 먹은 소비자의 장내미생물 총이 달랐으나 이제 그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식재료의 단순화는 결국 우리 인간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나 어쩌나, 큰 변화를 막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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