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EU 에틸렌옥사이드(EO) 규제 해소의 파급효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9)
K-라면 EU 에틸렌옥사이드(EO) 규제 해소의 파급효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5.3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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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규제 선진국 역량 발휘 비관세 장벽 해소
코덱스와 연계 2-CE만 별도 관리하게 유도해야

한국산 라면(즉석면류)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진행해온 농산물 살균제 ‘에틸렌옥사이드(EO) 관리강화 조치’가 18개월 만에 해제된다. EU는 올 7월부터 수입되는 한국산 라면에 대해 이 조치를 해제하기로 해 EO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는 대만과 태국 등에서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조치의 발단은 지난 202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U로 수출한 우리나라 라면에서 EO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되자 EU는 이듬해인 2022년 2월부터 ‘EO 관리강화 조치’를 시행해왔다. 즉, EU에서는 한국 라면업체에 EO 최대잔류수준 규정의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공인기관의 시험·검사성적서와 우리 정부의 공식증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식약처는 서류 제출 등 국내 업체의 애로를 해소시키기 위해 EU보건식품안전총국(DG-SANTE)에 한국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조치 해제를 강력히 요구해 왔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올 초부터 대만과 태국에서 일부 K-라면에 대해 유통 중단 및 회수 조치했다. 이는 해당 제품에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 검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실제 검출된 물질은 EO가 아닌 비발암성 환경오염물질 '2-클로로에탄올'(2-CE)이었다. 수출 K-라면 EO 사건은 2021년 5건, 2022년 8건 모두 유럽에서만 발생했었는데, 2023년부터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국제 규격인 CODEX(코덱스)에는 EO와 2-CE에 대한 잔류기준이 따로 없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EO의 경우, 향신료, 건조 허브류에 대해 7ppm, 2-CE는 향신료, 건조 허브류, 건조 채소류, 참깨 등에 940ppm이라는 높은 잔류허용기준치를 갖고 있다. 물론 미국, 캐나다는 EO를 자국 내에서 농산물 수확 후 처리제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값들도 충분히 안전성이 담보된 허용치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서는 돌연변이와 발암성에 대한 우려로 EO를 식품 생산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에 별도의 잔류허용기준이 없다. 게다가 2-CE를 EO의 대사산물로 보고, 검출된 EO와 2-CE 합을 EO로 표시하며, 정량한계 값인 0.02ppm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이에 EO 사용이 금지된 곡류, 과일류, 채소류는 원칙적으로 EO가 잔류하면 안 되므로 0.02ppm, 향신료 등은 건조 농축 등의 이유로 조금 높은 수치인 0.1ppm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2-CE는 국내에서 허용된 물질은 아니나 자연 중 비의도적으로 오염되거나 발생할 수 있어 우리 식약처는 식품(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중 2-EC 잠정기준을 30ppm(㎎/㎏)으로 설정했다. 다만 영‧유아를 섭취대상으로 하는 식품에는 10ppm이 적용된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EO가 허용되지 않은 살균제라 농약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의 일률기준인 ‘0.01ppm 이하’를 적용한다.

EU 내 한국산 즉석면류 시장은 2019년~2021년 연평균 39.5%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실 K-라면의 주 수출국은 EU가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대만, 호주 순이며, 최근엔 동남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 라면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80개를 먹었는데, 우리 다음으로는 베트남(73개), 네팔(53개)이 많이 먹는다. 그러나 총 소비량으로 보면 단연 인구가 많은 중국이 463억5천만 개로 부동의 1위다.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126억 4천만 개), 베트남(70억3천만 개) 인도(67억3천만 개), 일본(59억7천만 개), 필리핀(44억7천만 개) 등 대부분이 아시아 국가다.

사실 식품의 기준과 규격은 식품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각 나라의 국력과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표준(global standard)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최근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잠정허용치를 두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소리 없는 외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올 초부터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경쟁자들이 우리 수출용 K-라면을 공격하고 있는 2-CE 검출 노이즈 확산사태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EU의 EO 관리강화 조치 해제는 우리 식약처의 국제적인 규제 선진국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로 박수받아 마땅하고 우리 식품산업 보호와 수출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EO 검사와 제품보관 등에 사용되는 비용 절감으로 국내 수출업체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고 추가적인 시험·검사성적서 제출 없이 신속한 통관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U에 라면을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엄청난 수출 증대효과를 얻었고 이후 K-Food의 이미지 제고로 인한 우리 산업계 전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그러나 EU의 라면 에틸렌옥사이드(EO) 관리 강화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 겨우 산하나 넘은 격이다. 우선 EU가 EO와 2-CE를 합쳐 관리하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기준․규격을 CODEX(코덱스)와 연계해 2-CE 잔류량만 별도로 관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리고 EU가 유지하고 있는 잔류허용치 0.02ppm(실질적인 불검출 값)도 현실적으로 더 높여야 한다. 사실 라면으로만 보면 EU 자체가 큰 시장은 아니다. 단기에는 아시아 시장이 타깃이 될 것인데, EU의 안전관리 기준과 규제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아시아 각 나라는 K-Food가 자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걸 막기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견지하는 EU의 안전 관리기준을 비관세장벽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 EO, C2H4O)는 식품 중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살균소독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무색의 인화성, 고반응성 가스다. 일부 국가에서는 농산물 등의 훈증제, 살균제로도 사용되고 있고 병원 장비와 의료용품의 멸균 용도로도 이용된다. EO는 국제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흡입 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유독물질이다. EO는 가스라 식품에 사용되더라도 거의 잔류되지 않고 2-CE로 전환된다. 그래서 식품에서는 EO가 사용되더라도 대부분 2-CE의 형태로 검출된다.

※ 2-클로로에탄올(2-chloroethanol, 2-CE, C2H5ClO)은 발암성물질은 아니지만 흡입 또는 피부에 흡수될 경우 높은 독성을 지니는 무색의 액체다. 따라서 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고농도로 단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반응에 사용되는 EO의 중간체, 부산물 등으로 생성될 수 있으나 식품 원재료 생산 시 사용되는 유기염소계 등 특정 농약이나, 비료의 2차 대사산물로도 발생 가능하고, 토양이나 환경에도 천연으로 존재해 토양에서 생산되는 라면 스프 원재료인 농산물이나 향신료 등에 일정 농도 존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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