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룡 플랫폼 ‘쿠팡’ 식품 업체에 갑질
온라인 공룡 플랫폼 ‘쿠팡’ 식품 업체에 갑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6.19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J 등에 무리한 수수료 요구…수용 안 되자 ‘햇반·만두’ 발주 중단 사태
매년 수수료 인상에 판매가의 30∼35% 제시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LG생건·농심과도 마찰
유통사 시장 지배력 앞세운 불공정 거래 행위
식품산업협회, 최저가 시정 등 정부에 건의서

이른바 ‘햇반 대전’으로 불리는 쿠팡과 CJ제일제당간 구도를 두고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행위가 또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쿠팡의 납품단가 문제로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행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수료 문제를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제품의 납품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쿠팡의 납품단가 문제로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행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수료 문제를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제품의 납품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쿠팡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1위 업체로, 올 1분기 식품 판매액(신선식품 제외)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7조3990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실제 쿠팡은 CJ제일제당과의 햇반 수수료 문제를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햇반’ ‘만두’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두 제품은 쿠팡에서 매출 상위권에 들어가는 CJ제일제당의 효자 상품들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지나치게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입점 시에는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준비를 업체가 직접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이 하는 역할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매년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쿠팡이 CJ제일제당에게 요구하는 수수료는 판매가의 30~35%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쿠팡과 납품단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다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으며, 농심도 백산수의 마진 등 문제로 마찰을 빚다 현재 로켓배송 서비스가 막힌 상태다.

업계에선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식품업계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진율을 요구해 왔다. 원료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마진율까지 높아진다면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온라인 플랫폼에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번 문제의 핵심은 수년간 식품업계의 판매가는 낮추고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높여왔다는 점이다. 참다 못해 CJ제일제당이 대응에 나선 것인데, 이런 비정상적인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 불공정거래 행위며 갑질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하루속히 재입점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컬리, 네이버, 11번가, 티몬 등과 손을 잡고 판로 모색을 다각도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유통사와 손잡고 올 하반기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 및 비건 제품 등 혁신제품을 출시하고, 8월에는 HMR, 분식류, 케어푸드 등 5가지 카테고리를 이마트, SSG닷컴, G마켓 등에서 선공개한다고 밝혔다.

쿠팡도 즉각 반격에 들어갔다. “독과점 기업 빠지니 중소기업 살아났다”며 CJ제일제당을 정조준한 것.

쿠팡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1~5월 쿠팡 내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내용을 배포했다.

이에 대해서도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이럴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선 해당 업체에게 수요를 충족하라고 압박을 가할 것인데, 이는 결국 생산라인 등 설비 증설 문제로 이어진다. 특정 플랫폼 한 곳만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 추후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한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쳐며 쿠팡은 온라인 플랫폼 거대공룡으로 커졌다. CJ제일제당 정도 되는 대기업이어서 적극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건데, 다른 제조사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시장은 더욱 증가하고, 이러한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해야 결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식품산업협회는 올해 주요 사업 일환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촉진 비용 부담 및 최저가 요구, 일방적 발주 중단 행위 방지 등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