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물류비 등 상승…작년 말 인상도 최소 수준
소비자까지 가세…어렵지만 다각도 검토키로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다. 시세에 맞춰 국내 라면 값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라면업계가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작년 말 라면업계가 원가 상승을 이유로 라면 판매 가격을 9.7~11.3% 올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18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다. 현재 국제 밀 가격은 당시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라며 이에 맞춰 라면업계가 적정하게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단 식품의 한 품목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소비자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해 사실상 라면업계는 가격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국제 밀 가격이 최근 하락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밀 수입 가격은 작년 9월 사상 최고치인 톤당 496달러에서 지난 2월 449달러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평균치(283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추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식품의 생산과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밀가루뿐 아니라 전분, 팜유, 설탕뿐 아니라 스프에도 수많은 재료가 함유돼 있다. 국제 밀 가격이 최근 하락한 것은 맞지만 보통 업체당 6개월가량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만큼 현재 재고 물량은 밀 가격 변동과는 관계가 없다. 게다가 국내 라면업계는 제분업체를 통해 밀가루를 공급받고 있는데, 아직은 밀 선물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여전히 높은 가격에 밀가루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뿐 아니라 인건비, 유통비, 물류비 등 안 오른 것이 없다. 작년 하반기 라면업계가 가격을 올리기는 했지만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줄인 최소한의 인상이었다. 특히 가격은 올랐지만 할인프로모션 등 업계에선 다각도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업계는 가격 인하 문제에 대해 어렵지만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라면값이 내릴 경우 MB정부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에도 정부가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자 라면업계를 비롯해 식품업계는 전반에 걸쳐 가격 인하한 바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식품 가격을 통제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은 맞지만 품목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특히 소비자단체까지 가세시켜 전방위적으로 옥죄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