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리라차’ 공급 대란…핫소스 ‘고추장’ 한 단계 도약 절호의 기회
미국 ‘스리라차’ 공급 대란…핫소스 ‘고추장’ 한 단계 도약 절호의 기회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6.3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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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라페뇨 고추 부족으로 생산 차질…당분간 계속될 듯
식품 매장에서 품귀 현상으로 가격 10배 오르는 상황
요식 업계 혼란…비슷한 맛 기코만 제품 등에 수요 몰려
기회의 창 열려…‘고추장‘ 등 틈새 공략할 만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핫소스 ‘스리라차’의 공급 대란이 지속되면서 현지 식품매장에서 스리라차가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고추장이 현지 핫소스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코트라 LA무역관에 따르면, 그 흔하던 초록색 뚜껑의 새빨간 핫소스 ‘스리라차’가 최근 미국 식품 매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가끔 적은 물량이 입고되긴 하지만 가격이 10배 이상 오르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산 고추의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스리라차’ 핫소스가 미국 식품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체 수요가 부쩍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고추장도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산 고추의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스리라차’ 핫소스가 미국 식품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체 수요가 부쩍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고추장도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리라차 공급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자재 공급 부족이다.

LA 북동부에 있는 어윈데일에서 스리라차 소스를 생산하는 ‘후이퐁푸즈’는 지난 4월, 스리라차 소스의 주원료인 멕시코의 레드 할라페뇨 고추의 공급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음을 발표했다. 이 원자재의 공급 문제는 비단 스리라차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칠리갈릭과 삼발올렉 소스 생산에도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최초의 스리라차 품귀 현상은 지난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이퐁푸즈는 당시에도 멕시코의 레드 할라페뇨 고추의 재고 부족으로 인한 제품 공급 문제를 유통업자들에게 예고한 바 있었다. 그 후 2021년까지 어느 정도 원료 공급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으나 2022년 다시금 문제가 불거져 지금까지 공급과 생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다양한 원인의 공급망 문제는 지금도 우리 식생활에 꾸준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후이퐁푸즈의 최고운영책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급 부족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멕시코의 작물 수확 문제를 꼽았다. 세 종류의 소스 생산에 연간 약 5만 톤의 멕시코산 고추를 소비하는 후이퐁푸즈는 멕시코 다수의 지역으로부터 고추를 공급받는데, 이번 부족 사태는 그 중 특정 지역의 기후 악조건과 수확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기후 상황과 흉작 등은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로, 다만 고추를 공급하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스리라차 제품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해당 기업의 설명이다.

하지만 후이퐁푸즈는 이 공급 부족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혀, 스리라차 소스 공급 대란은 당분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시라차 품귀 현상에 요식업계는 뒤숭숭하다.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이열치열로 더위를 타파하려는 핫소스 팬들과 더불어 각종 요식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테이블마다 하나씩 스리라차 소스가 필수로 갖춰진 베트남 쌀국수 레스토랑들은 스리라차 공급 대란으로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스리라차 소스를 전부 소진한 콜럼버스시의 한 베트남 레스토랑 대표는 “스리라차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손님이 개봉하지 않은 스리라차 소스를 가져오면 반값에 음식을 제공하는 스페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는 원조 스리라차가 아닌 유사 제품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맛의 차이가 심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식당 테이블에 구비된 스리라차 소스를 슬쩍 가져가는 손님들로 곤란해하는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하게도 요즘 테이블 위의 스리라차 소스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라며, “일부 양심적인 손님들은 혹시 레스토랑에서 스리라차 소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하지만 품귀 현상이 지속될수록 소비자와 식당 모두의 우려와 아쉬움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공급 대란이 지속되면서 슈퍼마켓에서도 식당에서도 스리라차 소스를 만나기가 어려운 다수의 소비자는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다.

우선, 스리라차를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핫소스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났다. 후이퐁푸즈 이외의 다양한 식품 기업들 역시 기존 제품에 스리라차 느낌을 첨가한 유사 스리라차 소스 제품을 판매 중이었는데, 이러한 제품들의 수요가 껑충 뛴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유사 스리라차 제품으로는 타바스코의 스리라차 제품과 기꼬만의 스리라차 칠리소스, 이금기의 스리라차 칠리소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PB 브랜드의 유사 스리라차 소스 제품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일례로 트레이더조스의 자체 스리라차 소스는 원조의 대체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크로거의 스리라차 제품도 시중에서 비교적 좋은 평을 얻으며 팔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품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대안 상품들을 구매하지만, 원조와의 맛의 차이는 여전히 아쉽다는 것이 다수 소비자의 반응이다.

한편, 스리라차 대체 제품에는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고추장’이 좋은 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식품 시장에서 인지도를 꾸준히 높이며 인기를 얻고 있었던 고추장은 다양한 입맛에 맞춰 변화를 주기에도 적합해 스리라차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고추장 기반의 유사 스리라차 소스부터 매운 바비큐 소스 등 다양한 종류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례로 뉴욕의 소스류 전문 기업 ‘부쉬윅키친’이 선보인 ‘고추장 스리라차’ 핫소스는 높은 평점과 함께 미국 식품업계 주요 매체에도 다수 소개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무역관은 스리라차 공급 문제 등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 식품 시장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적절한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소스류가 식품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국의 까다로운 식품 규제를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하며, 특히 색소가 들어가는 경우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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