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스트 벨트까지 퍼진 K-푸드…트렌드 넘어 시장 안착할까?
미국 러스트 벨트까지 퍼진 K-푸드…트렌드 넘어 시장 안착할까?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7.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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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으로 중소 도시까지 진출 불구 아시아 식당 중 6위 그쳐
한류 영향에 국내 기업 진출로 러스트 벨트서도 일상화
고추장 메인 진열대에 전시…떡볶이·치킨에 한식 도시락으로 점심
K-푸드 브랜드 파워 66점으로 K-뷰티·팝보다 우위
성장성 우수…시장 안착 위한 마케팅 전략·지원 필요

과거 미국에서 생소했던 한식이 최근 K-컬처 열풍과 함께 ’트렌디한 푸드’와 ‘암 예방 및 면역 증강 식품’ 등으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일명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중소 도시까지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착을 논하기는 일러 보이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 마케팅 전략이 뒤따른다면 머지않아 미국 주류 시장에 완전히 정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반적으로 외국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유행-트렌드-주류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중식과 일식은 미국에서 이미 트렌드 단계를 넘어 주류에 편성되었다고 평가받는 반면 한식은 유행 단계를 지나 트렌드 단계로는 진입했지만 아직 완전히 안착해 주류를 이루는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퓨리서치센터가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K-팝의 영향력과 K-푸드의 건강성 부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아시안 식당 수 중 한식은 6위에 그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K-푸드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약 한 시간 남짓한 로체스터의 트레이더조의 메인 제품 진열대에 Gochujang(고추장)이 한가득 전시된 모습이 낯설지 않다. 또 사무용 빌딩들이 많은 트로이에 신규 오픈한 한국식 핫도그 전문점에는 점심시간 인절미 핫도그와 김치맛 프렌치프라이를 먹기 위한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한다. 바로 옆 쉐이크쉑 버거에는 고추장 버거를 시즌 메뉴로 출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는 인구의 78.8%가 백인일 정도로 백인 인구가 우세한 미시간주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조용히 일던 한식 세계화 바람이 이제 대도시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중소 도시들에서도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식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일명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중소 도시에서도 K-푸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안착해 주류를 이루는 단계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해, 시장 안착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 마케팅 전략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일원 트레이더조 마켓의 메인 진열대에 오른 고추장 모습(왼쪽)과 NBC뉴스가 보도한 ‘떡볶이의 점령’.(사진=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 NBC)
△한식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일명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중소 도시에서도 K-푸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안착해 주류를 이루는 단계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해, 시장 안착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 마케팅 전략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일원 트레이더조 마켓의 메인 진열대에 오른 고추장 모습(왼쪽)과 NBC뉴스가 보도한 ‘떡볶이의 점령’.(사진=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 NBC)

● 못 말리는 K-푸드 열기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들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디트로이트 인근 트로이, 앤아버 일대에는 지난 1년간 4개의 한국식 치킨과 핫도그 가게가 개점했다. K-푸드의 열기가 한인 비율이 적은 이곳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오픈한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첫 오픈 때부터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굉장히 인기가 많았으며, 인근에 한국식 치킨 가게가 이미 두세 곳 되지만 수요가 많아 크게 경쟁을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식 치킨과 다른 차별화된 소스와 포장 용기, 한국 치킨 특유의 바삭함, 맛의 다양함과 신선함에 미국인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라며 K-푸드 인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가게 관계자는 “K-푸드 확산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중요성을 가장 많이 느낀다. 고객의 97%가 타민족인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고객들이 매장과 음식을 업로드하고 입소문이 나며 '대박'이 나기도 했다. 고객층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K-푸드 확산 이유

미국 중소 도시까지 K-푸드가 확산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K-팝 등 문화적 측면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때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음식일 만큼 음식은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떡볶이다. BTS 한 멤버의 떡볶이 먹는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미국 언론도 떡볶이에 대해 대대적 보도를 하고 나섰다. 떡볶이를 모르는 팬도, 매운맛에 주저하던 팬도 일단 떡볶이를 시도했다. NBC방송은 지난 3월, 미국에서 한국 길거리 음식 수요 급증을 주제로 한 'Tteobokki takeover(떡볶이의 점령)' 기사를 통해 미국 내에 불고 있는 K-푸드에 대한 열풍을 재조명했다. 이후 떡볶이 판매량 급증에 대한 현지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질긴 식감 때문에 떡 종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결과적으로 떡볶이 판매율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K-푸드의 존재감은 이제 K-뷰티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브랜드파워지수에서 K-푸드가 K뷰티(62.3점), K팝(61.7점)을 제치고 6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문화와 함께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K-푸드의 열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이 대거 현지 공장 설립을 진행하며 대규모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한국 문화와 맛이 생소한 미 중부, 남부의 현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예로, 인디애나주의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한 직원은 “근처에 식당이 없어 원거리의 한식당으로부터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먹고 있는데, 인종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한식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도시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한식은 이제 미국의 러스트 벨트로 알려진 중부 소도시들에서도 그 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인들의 한층 더 높아진 건강 의식도 K-푸드 인기몰이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김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이 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로 한국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김치’ 섭취가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 농식품 중에는 김과 면이 대미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농식품 대미 수출 규모는 16억3256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김이 1억4837만 달러, 음료가 8263만 달러, 라면이 7616만 달러, 김치가 291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특히 고추장 수출 규모가 1558만 달러에 달해 주목받기도 했다.

라면이나 비빔면 등 즉석 면류도 인기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출 증가 추세인 즉석 면류는 올해 1~2월 수출이 13.3% 늘어났다. 김과 면뿐만 아니라, 미국 내 김치 판매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마켓리포트츠월드도 2018년 30억 달러 선이었던 세계 김치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42억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무역관이 인터뷰한 트레이더조 관계자는 “냉동 부문에 한국식 팬케이크(전), 갈비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고추장 등 발효 소스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매장 내 한국 식품 판매 종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맛과 함께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패키징도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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