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니 호박으로 뜨는 반(反) LMO-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9)
주키니 호박으로 뜨는 반(反) LMO-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8.14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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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높인 GMO의 일종…대부분 국가 “안전” 판단
식품용 대두 등 수입…유용한 생명공학 연구 절실

올해 3월 26일 한 기업이 애호박같이 생긴 미승인 주키니 호박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종자 2종을 수입해 국내에서 검역 절차를 밟지 않고 육종해 판매한 것이 확인되면서 난리가 났다. 판매 중단 및 수거·폐기 조치가 시작되자 주키니 호박과 LMO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소비자에겐 LMO 용어 자체가 낯설 텐데, 사실 이미 연간 1100만 톤 넘게 수입돼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아마 유전자 재조합을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가 LMO보다 익숙할 것 같다. 1970년대 미생물을 시작으로 1990년대 GM 콩, 옥수수 등이 처음 나올 때까지는 GMO만 쓰였으니 당연하다. LMO란 ‘살아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를 말하는데,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얻어진 유전적 물질의 고유한 조합을 함유하는 모든 생물체를 일컫는다. LMO는 ‘현재 살아 있는'을 뜻하는 ‘리빙(Living)'이 핵심이며, 생식과 번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런 의미라면 L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넣거나 빼거나 바꾼)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말해 GMO의 일종이 된다. 주키니 호박은 살아 있는 GMO라 LMO인데, 콩이나 옥수수기름처럼 가공 처리된 GMO는 LMO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LMO는 유전자를 삽입 또는 변형하는 ‘GM 기술’과 유전자를 절단해 제거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모두 사용하므로 GMO보다 더 넓은 기술이 되기도 한다.

LMO가 급부상한 것은 2000년 1월 29일 생물다양성협약(CBD) 본부가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LMO의 국가 간 이동 및 사용 시 적절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안전성에 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가 채택되면서부터다. 카르타헤나는 콜롬비아의 항구도시인데, 작년 말 기준 173개국이 카르타헤나 의정서에 가입했다. 우리는 2007년 가입했고 2008년 1월부터 LMO법이라 불리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LMO 작물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추위와 병충해, 가뭄 등에 잘 견딜 수 있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농산물이다. 이들 LMO의 안전성은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나 현재 대부분 나라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LMO는 전 세계적으로 콩(50%), 옥수수(31%), 면화(14%), 캐놀라(유채, 5%) 등 4가지 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MO법에 따라 위해성 심사를 받고 주무 기관의 승인을 거쳐 수입, 가공, 유통이 가능하다. 식품에 사용하면 표시해야 하는데, 비의도적으로 3% 이하 혼입되거나 가공을 거쳐 단백질이 남지 않는 경우는 예외다.

LMO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위해성 평가 등 정부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농업용(사료용)으로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알팔파(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등 5개 LMO만 승인됐다. 식품 가공용은 여기에 사탕무가 추가돼 총 6개 품종이다. 승인 건수로 따지면 옥수수가 97건으로 가장 많고 면화(37건), 콩(29건), 카놀라(17건) 순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LMO는 아직 하나도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LMO를 생산하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에는 재배지역이 아예 없다. 모두 종자가 아닌 최종 생산물로 수입 승인돼 현재 국내 재배가 허용된 LMO는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 법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재배 승인 신청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LMO 수입 물량은 1105만 톤이었다. 이 중 940만 톤(85.0%)이 사료용이고, 나머지 15%가 식품용이다. 품종별로는 사료용 옥수수가 83.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식품용 대두(99만 톤)와 옥수수(66만 톤)가 뒤를 이었다. 식품용 카놀라는 2014년부터 수입량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수입 종자가 들어와 재배되고 있는 걸 보면 국내산 농산물도 다수 GMO로 변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과거 태백산 유채꽃 축제장에서 GMO 양성반응을 보인 유채가 발견된 사례가 있었고, 충남 예산 국도변에서 GMO 유채의 자연 개화가 발견되기도 했었다. 수입 낙곡 등으로 인한 GMO 외부 유출이나 지난 20년 동안 해왔던 국내 GMO 연구로 우리나라 농산물이 상당수 GMO에 비의도적으로 오염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우리나라를 GMO-free 청정지역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참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식량 자원을 국가의 최우선 정책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질병 저항 작물, 근육량을 늘린 돼지 등 미래형 생명공학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평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단 한 건도 허가받았거나 실용화된 적이 없다.

올 2월 24일 발표된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소비자와 농업인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육종 등 신기술을 활용한 농업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인 역시 국내 농업 생명공학 작물의 상업화에 대해 찬성(43.4%)하는 응답이 반대(8%)보다 높았다고 한다. 또한 젊은 신세대는 GMO 여부로 식품 구매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캐나다의 민텔 조사에 따르면 18~25세의 21%만이 식품 구매 시 Non-GMO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젊은 소비자들은 GMO를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앞으로 유용한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다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GMO, LMO 이슈가 과거의 ‘먹지 말자’라는 안전성 논란을 이미 극복하고 ‘알고 먹자’라는 표시 이슈로 넘어가는 중이라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내 재배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제 국가 차원의 LMO, GMO 연구는 세계 시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 이상 여론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글로벌 미래 생명공학 기술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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