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분류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6)
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분류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7.17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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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많을수록 등급 높고 섭취량 고려 안 해 논란
아스파탐, JECFA선 안전 물질…등급 조정될 수도

국제암연구소(IARC)는 국제보건기구(WHO) 산하기관으로 전 세계 암의 원인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는데, 현재 약 천 종의 발암물질을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입증된 것이고, 2군은 의심은 되지만 인체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 2군은 동물실험 결과의 충분성 여부로 2A와 2B군으로 나뉜다. 현재 논란 중인 아스파탐은 2B군에 들어갈 것 같은데, 이는 제한적 인간 대상 연구자료와 불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2B군에는 현재 캐러멜색소, 휴대폰의 전자기장, 젓갈, 김치·피클 등 절임 채소 등이 포함돼 있다. 3, 4군은 발암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발암물질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의 발암성 등급이다. IARC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으로 본부가 프랑스 리옹에 있고 암의 원인에 관한 연구를 조정한다. 발암물질이란 “유전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대사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물질”을 말하는데, 「한국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정의한다.

보통 2군이나 3군에 비해 ‘1군 발암물질’을 더 무섭고 심각한 발암성 물질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IARC의 발암물질 등급은 암 발생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과학적 입증자료가 많은가로 나뉘기 때문에 그 분류의 합리성에 논란이 많다. 즉, 과거 발암성 이슈가 많이 됐던 물질일수록 연구가 많이 돼 높은 등급이 된다.

IARC는 2023년 현재 1108종의 물질에 대해 5개 그룹(group 1·2A·2B·3·4군)으로 발암성 등급을 정해 놓고 있다.

1군에는 석면과 라돈 같은 유해 물질부터 알코올과 니코틴(흡연), 그을음, 자외선(햇빛), 매연/톱밥의 분진, 즉 미세먼지, 벤젠, 벤조피렌, 심지어 가공육도 들어가 있다. 비합리적으로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수가 있다는 말이다.

2A군에도 튀김 요리, 붉은 고기(육류), 65도 이상 뜨거운 물이 있고 2B군에도 납, 나프탈렌, 휴대전화 전자파, 알로에추출물, 김치 등 절임 채소, 피클, 젓갈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 2군은 아직까지 사람에게는 발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식품에 소량 섭취되는 경우엔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

3군은 인체 발암성 미분류물질인데, 불충분한 인간대상 연구자료와 불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현재 멜라민, 카페인 등 5백 여종이 분류된다. 4군은 인체 비발암성 추정물질로서 인간에서 발암 가능성이 없으며 동물실험 결과도 부족한 경우다. 2023년 기준 확정적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1군은 126종, 발암 추정 물질인 2A군은 94종, 2B군은 322종이다.

식품의 위해성은 물질 자체의 위험성과 아울러 섭취량을 함께 따져야 하나 IARC는 물질 그 자체의 발암성만으로 분류한다. 같은 WHO 산하라도 기관의 성격에 따라 IARC는 물질 자체의 발암성만 보고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섭취량 등을 고려해 식품으로서의 현실적 위해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이슈인 아스파탐은 JECFA의 경우 1981년에 일일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첨가물로 규정했다.

2017년에도 농약잔류평가위원회(Joint FAO/WHO Meeting on Pesticide Residues, JMPR)와 IARC는 같은 WHO 산하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글리포세이트의 안전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았었다. IARC는 글리포세이트의 위해인자(Hazards)로서의 확인에만 초점을 둔 반면 JMPR은 위해인자를 인식하면서도 노출량(Exposure)을 함께 검토하는 과학적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 기법을 따랐기 때문이다.

IARC는 모든 위험을 물질 자체의 존재와 인체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위해인자는 존재 자체만으로는 해가 되지 않으며, 섭취량이 늘어남에 따라 위해성의 확률이 커진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미량의 위해요소가 인체에 섭취된 경우는 그 ‘위해성’을 무시하고 ‘안전하다’라고 간주하자는 것이 식품 안전의 기본원리다.

만약 위해성 평가의 개념 없이 “식품 중 위해인자가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사람이 섭취해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을 고집한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다. IARC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 발암물질(2B)로 분류했다가 25년 만인 2016년 커피 섭취가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재입증돼 안전한 등급인 3군으로 낮아졌다. 또한 2015년 10월에는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2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아스파탐도 이번 달 14일 2B군에 포함됐는데, 추후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돼 인체 발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등급이 3군으로 재조정되거나 제외될 수도 있다고 본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발암물질과 기타 독성물질을 미량이나마 갖고 있다. 양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다. 발암물질 섭취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노출량을 줄이는 것인데,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암 예방에 좋은 식습관은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고, 고기, 빵 등을 태워 먹지 않는 것이다. 환경적으로는 햇빛이나 매연, 미세먼지의 노출을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몬산토 제품안전성센터 킴벌리 호지벨(Kimberly Hodge-Bell) 독성학 박사는 IARC의 발암물질 등급 분류의 의미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IARC의 아스파탐 2군 발암물질(2B) 지정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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